지나친 성 표현을 자율적으로 억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미국의 주류 미디어에 최근 성 묘사가 두드러지고 있다. 청소년의 총기 난사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의 폭력 표현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역으로 성에 대해서는 허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007 시리즈]를 패러디한 [오스틴 파워]로, 영국의 첩보부원이 도난당한 성적 충동을 다시 찾는다는 음담패설투성이의 코미디물이다. 미영화협회(MPAA)는 13세 이하에게는 부적절한 내용도 있기 때문에 부모의 충분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PG 13'의 등급을 매겼지만, 17세 이하는 보호자가 동반해야 하는 'R'을 매겼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내용이다. 이 영화가 이번 여름 흥행 성적에서는 [스타 워즈 에피스드1]에 이은 약 2억 달러를 기록했다.
케이블TV에서 이례적으로 성인 대상 애니메이션으로서 인기를 모은 [사우스 파크]의 영화판도 멋지고 예쁜 그림과는 상관없이 내용은 과격하기만 하다(등급은 'R'). 초등학생인 주인공이 'R' 등급의 캐나다 영화를 몰래 보고 비속한 단어들을 배운다. 분노한 미국의 부모들이 반 캐나다 운동을 전개하고, 마침내 양국 간에 전쟁이 일어난다. 그 사태를 지옥에서 악마와 동성애 관계에 있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웃으며 보고 있다는 내용이다. 영화 업계의 자율 규제인 등급제를 조롱하는 듯한 줄거리에 대해 MPAA는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평론가에게는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져 매출이 올랐다.
고교생의 동정 상실을 그린 [아메리칸 파이], 인기 배우 아담 샌들러가 어린이와 함께 오줌을 누는 [빅 대디]도 히트하고 있다.
또,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유작인 [아이즈 와이드 샷]은 성적 장면을 수정한 것이 비난을 받았다. 집단 성행위 장면에 대해 MPAA가 "이대로는 17세 이하 입장 금지인 'NC 17'을 매기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하자 배급처인 Warner Bros.가 디지털 합성으로 문제의 부분을 가려 'R'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NC 17'이 되면 상영 극장이 줄어들기 때문에 흥행이 어렵게 된다. 하지만 평론가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조치'라고 반발하며, [아이즈 와이드 샷]처럼 성인 대상이지만 예술성이 뛰어난 영화와 포르노 등을 구별하기 위해 'NC 17'과는 다른 등급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한편, 텔레비전에서는 영화 채널 HBO의 [Sex and the City]가 뉴욕 여성의 성을 솔직하게 묘사하여 에미상의 후보에 올랐으며, 음악 채널 MTV의 성 상담 프로그램은 젊은이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Fox의 드라마 [Action]을 비롯해 네트워크도 이번 가을 대담한 새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종래의 자율 규제는 폭력에 비해 성이나 단어 사용에 지나치게 엄격했다.", "텔레비전에서 멀어지는 젊은 남성들을 끌어당기기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 제작자측의 솔직한 표현이다. 이에 대해 교육 단체 등은 미디어 전체의 저속화를 염려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에이즈의 유행과 클린턴 대통령의 불륜 의혹 등, 적나라한 성적 문제가 미디어에 빈번하게 등장함으로써 사람들의 저항감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GALAC '9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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