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와 TV로 대표되는 전파 미디어로부터 케이블, 위성, 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 미디어로 매체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여전히 라디오가 전국민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국가가 있다. 서인도제도에 있는 영연방 내의 독립국 자메이카가 그 주인공이다. 인구가 250만 명인 이 나라의 라디오 보유 대수는 190만 대다. 인구 대 라디오 보유 비율은 카리브해 국가들 중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웬만한 선진국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이처럼 자메이카에서 라디오의 인기가 높은 이유로는 아프리카 노예들의 전통적인 구전(口傳) 습성, 낮은 소득, 음악에 대한 사랑, 권위에 대한 불신 등을 들 수 있다. 제국주의 시절, 스페인과 영국은 이 지역의 설탕 및 커피 농장을 경작하기 위해 아프리카 흑인들을 노예로 잡아왔었다.
1831년 노예신분에서 해방된 흑인 대부분은 문맹이었기 때문에 주로 말을 통해서 정보가 전달되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교사와 성직자 같이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광장에 앉아 사람들에게 신문을 읽어 주었다.
현재 자메이카에서 라디오는 정치인들의 실정과 정부의 무능력에 대해 실망하거나 분노한 사람들이 그나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 노릇을 하고 있다. TV 수상기는 33만 대에 불과한 반면, 라디오는 어느 곳에서건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불만을 시정하고자 하는 정부 관리들에게도 라디오는 매우 훌륭한 소식통인 것이다. 자메이카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은 1930년대 말에 설립됐고, 2차 세계대전 동안 잠시 영국 식민정부의 수중에 들어갔다가 다시 국영 방송국으로 복귀했다.
1959년 두 번째 국영 라디오가 탄생했고, 1970년대에 FM 음악방송이, 1980년대에 상업 방송국이 각각 세워졌다. 현재 자메이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디오 진행자는 윈스턴 '바바 툰드' 휘터(Winston 'Baba Tunde' Whitter)인데, 그는 정치인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자메이카 방언에 대한 고집으로 명성을 높이고 있다.
[http://www.nytimes.com/aponline/i/AP-Radio-Days.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