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4는 2001년 예산 보고서에서 독립 프로덕션 다큐멘터리 부분에 대한 특별 요구 사항을 삽입하였다. 이 보고서는 점차 수사물, 범죄, 성적 오락물 등에 내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균형있는 소재와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주로 제작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 보고서에서, 독립 프로덕션에 대한 내용은 C4의 다큐멘터리 심의 담당인 알란 헤일링(Alan Hayling)의 발언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알란은 앞으로는 오락적 성격이 강한 다큐멘터리 제작을 지양하여 다소 논쟁적이고 성숙한 모습의 텔레비전의 모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헤일리와 또 다른 C4 다큐멘터리 편집 심의위원인 피터 데일은 10월 한달간 50여 명의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만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했다. 특히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강화하도록 요구받은 사항은, 현실적으로 성 구분 개념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여 개선되어져야 할 점, 가족 구조 변화, 개인의 자유와 공동적 책임 간의 갈등 등이다.
최근 20년간 시사·정보성 프로그램 크게 줄어
최근 영국에서는 독립 프로덕션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높아져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방송 채널이 국제화·대형화되어 가는 속에서, 영국 국내 중소 규모의 제작사들의 보호·발전이라는 문제와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영국 문화적 가치는 바로 기술·제도적인 측면에서 결정된다라기보다는 내용적인 면에서 생산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사실들은 최근 '텔레비전의 질적 향상을 위한 캠페인'에서 발행한 리포트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시사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제작 비용을 감축하려는 제작인들의 의도 때문에 급감하고 있는 반면, 시청률 확보에 유리한 범죄 수사물들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년간 일회성 드라마는 절반으로 줄어든 데 비하여, 소우프 오페라는 다섯 배 가량이 증가하였고, 상업 방송사는 정치·국제·경제에 관한 시사 프로그램들은 아예 BBC에 일임토록 하였다며, 프로그램 제작 과정이 손쉬운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였다. 이러한 비판이 지나치다고 할 수 없는 것은 다음과 같은 통계적 사실이 뒷받침해 주는데, 특히 비대중적인 성격이 강한 국제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1977∼1978년도에 전체 프로그램의 29%의 비율을 차지하였던 데 비하여, 20년이 지난 현재에는 단지 19%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 내용이 소수 집중화되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거의 모든 국제 문제 프로그램이 BBC2에 집중해 있는 반면, ITV의 경우, 그 영역에 해당하는 프로그램 비율은 1970년대의 25.6%에서 1990년대의 6.8%로 감소하였다. C4 역시 이러한 비판에 자유롭지 못하다. 1987∼1988년도 거의 3분의 1 정도의 프로그램이 국제적 이슈를 다루었던 데 비하여 1997∼1998년도에는 표본으로 추출된 프로그램 중 단 한 프로그램도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가의 문화가치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독립 프로덕션에 관심을 가져야
이 보고서는 수출 위주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는 정부 방송안에도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최근 데이비드 그레함(David Graham)이 작성한 정부 보고서 '국제적 시청자 건설(Building a Global Audience)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Campaign for Quality Television'측은, 텔레비전을 국가 차원의 투자 대상으로만 설정하는 것은 텔레비전의 문화적이고 민주적인 기능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이 보여 주는 것은, 산업적 이해과 문화적 이해가 ― 비록 이 양자가 상호 대립적인 것은 아니지만 ― 독립 프로덕션을 대상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가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독립 프로덕션이 국제화·대형화되어 가는 방송 현실에서 더욱더 심각한 생존적 문제들을 겪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더욱더 아이러닉한 점은, 이러한 독립 프로덕션의 문제들을 해결해 줄 만한 가능성들이 문화적 활동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 방면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높이는 데서 찾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이번 가을에 열린 '세필드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을 들 수 있다. '개인적 열정과 공공적 열망(Private Passion vs Public Desire)'이라는 주제하에 열린 이 페스티벌은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는데, 영국 특유의 사실주의 다큐멘터리 전통을 재검토하고, 다소 엄격한 성격의 다큐멘터리가 다른 문화권에서 제작되는 보다 즐거운 성격의 다큐멘터리와 경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진단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 예로, 배분 담당 기업과 여러 금융적 조치를 취해 공동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프로그램 제작 및 소유에 있어서 제작사가 최대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추구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고안되고 있다. 제작 비용에 대한 금융 할인 제도, 보험 제도, 제작 기간과 배분시 권리 분할 방법들이 그러한 예들이 될 수 있다. 독립 프로덕션 영역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한 국가의 방송 문화의 질과 가치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문화적 가치만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방법이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현상황에서 다방면적인 해결책이 보다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ㅇ 작성 : 김예란(영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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