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해외 방송사인 Deutsche Welle(DW)의 방송위원회와 행정위원회는 정부의 급진적이고도 기습적인 지원 삭감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0월 6일 살을 깎는 긴축 프로그램을 통과시켰다. 그에 따르면 경비 절감뿐만 아니라 대대적인 인력 감축이 단행될 예정으로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70명 가량이 방송사를 떠나야 한다. 앞으로 4년에 걸쳐 정규직.프리랜서.임시직 등을 포함하여 369명의 인력이 감축되는 한편, 200명 가량은 정년보다 일찍 퇴직을 하게 된다. 정규직에서는 79명이 해임될 예정으로, 독일 역사상 공영 방송사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직원을 해고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행정위원회의 위원장인 프란츠 쇼저(Franz Schoser)는 개혁안을 통과시킨 회의를 마친 후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인력 감축이었다."고 밝혔다. 방송위원회의 위원장인 발렌틴 슈미트(Valentin Sch- midt)는 'DW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고, 이미 1989년부터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 조정 과정을 거쳤음'을 환기시키며 "ARD와 ZDF의 방송요금 인상과 관련해 볼 때 DW가 감당해야 할 예산 삭감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파격적인 인력 감축
DW는 연초에 문화부 장관 미하엘 나우만(Michael Naumann)의 예산 감축 발표가 있은 후 그 동안 다각도의 구제 방안을 모색하다 결국 극단의 조치를 취하는 쪽으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월 20일 연방 내각을 통과한 DW의 예산은 5억 9,600만 마르크로 전년의 6억 3,600만 마르크에 비해 4,000만 마르크나 삭감되었다. 감축된 예산은 일년간의 라디오 제작에 소요되는 직접 제작 경비와 맞먹는 규모로 DW에게는 지각 변동을 의미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DW는 현재 텔레비전 제작에 9,000만 마르크, 라디오에는 3,000∼4,000마르크를, 그리고 인건비로 2억 7,200만 마르크, 전송비로 1억 2,400만 마르크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또한 연방의 긴축 정책에 따라 2003년까지 단계적으로 1억 마르크의 예산을 감축해 나가야 한다. 이에 따라 DW는 올해를 기준으로 내년에는 4,460만 마르크, 20001년에는 5,660만 마르크, 2002년에는 6,370만 마르크, 2003년에는 7,390만 마르크가 감축된 예산을 배정받게 된다. DW의 대대적인 인력 감축은 지난 6월 23일 연방의회에서 행한 나우만 장관의 발언에서 이미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우만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대외 방송사 VOA(Voice of America)를 예로 들며 DW의 구조 조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VOA는 DW와 거의 같은 예산 규모로 53개 국어 방송(DW는 35개 국어 방송)을 하고 있으며, 12개 국어의 텔레비전 방송과, 23개 국어의 인터넷 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데 반해, 직원은 1,100명(DW의 경우 1998년 현재 2,505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영 방송사 간의 공조 체제 모색
DW의 방송위원회와 행정위원회는 인력 감축안을 통과시키는 한편, 후속 조치의 하나로 디터 바이리히(Dieter Weirich) 사장에게 Deutsch -landRadio/Deutschlandfunk와 공동 작업 내지는, 상황에 따라서는 뉴스 제작 부문의 통합을 위한 1차 단계의 협상을 추진하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공조 체제에 앞서 현재까지보다 나은 조건으로 프로그램 교환을 할 수 있도록 ARD와 ZDF와의 협상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양 위원회는 전체적으로는 DW의 미래에 대한 연방과 주 사이의 협상과 대외적인 미디어 및 문화 사업이라는 공동 과제의 수행에 있어 '보다 긴밀하고 경비 절감 차원의 협력 관계'에 대해서는 찬성이다. 그러면서도 DW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표명하는 한편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대외 방송을 담당하는 공영 방송사로서의 DW의 재정 수요를 평가할 중립적인 조사 기구를 설립하여 연방의 예산 수립을 준비하는 임무를 맡길 것을 제안했다.
라디오 방송 축소
나우만 장관이 정한 바대로 2003년까지 약 1억 마르크의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양 위원회는 지침을 마련했는데, 그에 따르면 발칸 문제에 대한 참여는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연방 정부의 남동 유럽 안정화 협약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강화한다. 인도네시아/동티모르 및 일부 아프리카 지역과 같이 언론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거나 또는 그렇지 않은 분쟁 지역의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은 감축하지 않을 예정이다. 반면에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과 같이 '탈규제, 자유화, 민영화된 정보 시장'에 대해서는 라디오 방송을 축소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어 라디오 프로그램 및 남미를 겨냥한 스페인어 프로그램, 그리고 브라질을 위한 단파 방송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반면에 BBC, VOA, RFI, Radio Netherlands, 발칸 지역의 Radio Europa와 같은 다른 대외 방송사들과의 기존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전세계적으로 공조 체제를 확대해 가기로 했다. 텔레비전 방송 부문에 있어서는 종전대로 3개 국어 24시간 전일 방송을 실시하고, 외국과 관련된 프로그램은 존속하게 된다. 양 위원회는, 앞으로 텔레비전 방송을 두 개의 채널로 확대하여 한 채널은 ARD/ZDF와 공조하여 독일어로만 제공하겠다는 바이리히 사장의 구상에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결의문을 통해 단지 '독일 텔레비전 방송의 세계적인 보급에 대한 보장은 대외적인 미디어, 문화 업무의 공동 과제'라고만 표명하고 있다. 또한 외국어 텔레비전 서비스를 폐지할 수 없음도 강조하였다. DW의 위원회는 경영의 효율화를 통한 예산 절감도 고려하고 있다. 바이리히 사장은 기술과 관리 부문에서도 경비를 절감할 계획이지만, BBC나 VOA에 비해 40% 수준에 불과한 전송 용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존의 전송 및 보급 경로는 축소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DW의 기술적인 현대화 작업은 계속 진행시켜 나갈 예정이다.
헌법 소원 여부
대대적인 인력 감축에 맞서 DW의 인력위원회는 'DW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이라고 평가했다. 노동조합은 "알맹이 없는 구상으로 인력만 감축하려 한다."며 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독일언론인연합(DJV)은 "다른 가능성을 검토해 보지도 않고 사장의 제안을 수락했다."며 DW의 위원회를 비난했다. DJV는, DW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려는 연방 정부의 계획에 대해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표명했다. DJV는, 또한 법적으로 연방 정부는 외국의 방송 이용자들에게 독일의 정치, 경제, 문화 생활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전달할 과제를 지고 있다며 DW의 재정에 대한 연방 정부의 의무를 환기시켰다. 그러나 독일 정부가 과도한 수단의 지원 감축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DW로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라 하겠다. 하나는, 현실을 인정하고 ARD, ZDF 등과 새로운 공조 체제를 이루어 나가는 방법으로 독립성과 존재 의미의 축소를 감수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연방헌법재판소에 소원하는 방법이다. 이는 방송 정책적인 이유에서도 근거가 있다. 국가가 해당 위원회와 사전 조율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예산을 삭감하여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DW의 편성의 자율성과 재정 확보에 영향을 줌으로써 기본법 제5조를 근거로 하는 방송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방헌법재판소에서 DW가 승소할 가능성은 없지 않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는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방송 채널에 적용되는 것은 해외 방송에도 같은 의미를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강한 긴축으로 방향을 정한 상태여서 DW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을 하든 방법론의 차이만 있을 뿐 전체적인 틀에는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ㅇ 참조 : epd medien '99. 1. 27., 1. 30., 2. 10., 8. 14., 8. 18., 8. 21., 8. 28., 10. 6., 10. 9. Medienspiegel '99. 8. 23., 10. 11. ㅇ 정리 : 성숙희(문헌정보자료팀, sukhees@kb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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