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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통권 94호] 프랑스 방송사와 제작사, 픽션물 논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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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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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텔레비전이 픽션 장르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민영 방송사 TF 1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 [몽테크리스토 백작(Monte-Cristo)]이 획기적인 성공을 거둠으로써 불붙기 시작한 픽션 제작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대규모의 기획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재미를 본 TF 1의 경우 가을 개편과 함께 새로운 미니시리즈 [발작(Balzac)]을 방영한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 고전 시리즈를 방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레미제라블(Les Mis rables)], [노트르담의 꼽추(Notre-Dame de Paris)], [삼총사(Les trois mousquetaires)], [브라즐론 자작(Le Vicomte de Bragelonne)], [20년 후(Vingt ans apr s)] 등 TF 1이 이미 제작 주문을 마친 이들 프랑스 고전의 미니 시리즈 제작은 앞으로 5년 동안에 걸쳐 제작될 대작이다. TF 1이 이 제작에 투자할 예산은 자그마치 10억 프랑(약 2,200억 원) 정도로, 이는 영화 제작보다는 저렴한 것이나 30시간의 텔레비전 방영물에 대한 투자로서는 엄청난 것이 아닐 수 없다. TF 1이 이처럼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전작이 가져다 준 성공에 기인하는 것이다. 문학 작품을 텔레비전용으로 알맞게 소화한 Didier Decoin의 각색에, 연출자 Jos e Dayan의 재능과 G rard Deprdieu의 연기가 더해지면서 낳은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엄청난 수의 시청자를 수상기 앞에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이에 TF 1은 앞으로의 고전 시리즈 역시 전작의 제작을 맡았던 GMT 제작사와 제작진들에게 일임하기로 하고 있다. 고전문학의 영상화, 텔레비전이 떠맡아 오늘날 텔레비전은 대중문화의 산실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 대중문화의 전파자였던 영화가 점점 특정 관람객을 상대로 하는 장르의 작품을 제작하면서 텔레비전이 이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시라노(Cyrano)]나 [제르미날(Germinal)] 같은 영화 작품은 이제 가뭄에 콩나듯 하는 제작일 뿐 영화를 통해 톨스토이나 빅토르 위고 같은 고전 작가의 세계를 접하는 기회는 이제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텔레비전 방송사들은 대중 문화의 주인공으로서 영화가 포기한 고전 문학의 영상화를 떠맡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고전 문학의 영상화는 상당히 위험이 따르는 작업이다. 지난 1980년대 프랑스 텔레비전에서는 대규모 픽션물, 특히 고전문학을 주제로 하는 시리즈를 찾기가 어려웠던 것은 이런 위험 부담 때문이다. 방송사들이 이러한 위험 부담에도 불구하고 텔레비전용 영화나 시리즈 등 픽션물 방영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은, 위험이 큰 만큼 이득도 크다는 사실을 터득한 까닭이다. 굳이 문학 작품이 아니더라도 픽션물이 올리는 시청률은 상당한 것이며 더욱이 지속적이기까지 한 것이니 각 방송사들이 과감한 투자를 타진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각 채널이 방영하고 있는 픽션물로 인기가 있는 것으로는, TF 1의 형사물 [나바로 형사(Navarro)]나 [여형사 줄리 레스코(Julie Les- caut)], France 2의 [선생님(Instit)], France 3의 [실베스트르 박사(Docteur Sylvestre)] 등을 들 수 있다. 모두가 장수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들 시리즈는 프랑스산 픽션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국내 픽션물 방영과 제작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프랑스 시청자들은 픽션물이 지니는 매력으로 제일 먼저 주인공을 꼽는다. 잘생긴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한 주에 한번 꼴로 그들의 이야기를 쫓다 보면 정이 든다는 것이다. 이 밖에 픽션물의 시청률을 높이는 요인은 픽션물이야말로 그때그때 사회의 현상을 꼬집어 내기에 적절한 장르라는 점이다. 마약이나 청소년 범죄, 성폭행, 어린이 구타 등 일련의 사회문제를 흥미롭게 반영하는 데 픽션만큼 유용한 장르도 없다는 것이 방송사의 의견이다. 실제로 형사물인 [나바로]는 추리에 있어서는 [콜롬보]에 못 미치지만 범죄의 동기나 그 이야기의 사회성에 있어서는 다양한 사회적 고리를 만들어 내는 작품이다. 이처럼 주제가 다양한 픽션물이지만 그 분량에 있어서는 썩 다양한 것도 아니다. 픽션물의 종류는 그 길이에 따라 크게 3가지로 나누어진다. 우선, 제작사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52분짜리 픽션물이 있다. 52분 길이의 픽션물은 90분 길이의 픽션물에 비해 그 제작 기간이 짧고 국제 시장에서도 가장 수요가 많은 형식이다. "90분짜리 픽션물 한 편을 제작하는 데는 20일이 걸립니다. 반면, 52분 짜리는 한 주면 에피소드 한 편을 찍을 수 있어요. 외국에 판매도 훨씬 쉬우니 제작의 산업화도 가능하고요" Gaumont T l vision의 사장 Christian Charret는 52분 길이의 픽션물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한다. 빠른 시간 내에 제작이 가능하니 시리즈로 묶어 수출하기도 쉽다는 것이다. 이에 프랑스 방송사들도 2년 전부터 52분 길이의 픽션물을 방영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적은 수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제작자들과는 달리 방영자인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선호하는 것은 90분 길이의 픽션물이기 때문이다. "프라임 타임의 시청자들은 1시간 30분짜리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데 익숙하거든요." 공영 채널 France 2의 픽션물 담당 국장 Nicolas Traube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시청자들의 오랜 습성을 바꾸기도 어렵거니와 프로그램 장르가 바뀌어 버리면 채널을 바꾸는 시청자들이 많아 자칫 시청률을 잃을 것도 우려된다."는 것이 그의 고백이다. 제작자들, 26분짜리 픽션물에 매력 느껴 시장에서는 52분 길이의 픽션물이 날로 증가하고 시청자는 90분 길이에 익숙하다는 딜레마를 탈피하고자 방영자들이 착안한 해결책은 52분 길이 픽션물을 연달아 2개 방영하는 것이다. 하루 저녁에 시리즈 한 편과 토론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는 경우 시리즈만 보고 텔레비전을 꺼버리거나 다른 채널로 채널을 바꾸는 시청자는 많지만, 시리즈가 두 편 연달아 방영되는 경우에는 한 편만 보고 그만 두는 시청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프랑스 텔레비전에서는 종종 두 편의 픽션물을 연달아 방영한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1회, 2회가 연속 편성되기도 하고 일반 시리즈인 경우에도 두 편이 이어 방영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하루 저녁에 [콜롬보]를 두 편이나 보게 되는 것이다. 길이가 짧다고 52분 픽션물의 가격이 90분짜리보다 싼 것만은 아니다. 일단 시리즈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출연자들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이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만큼 30% 이상 가격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기있는 픽션물을 서너 개 방영하기 위해서는 방송사가 어지간한 재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뜻이다. 52분 길이의 픽션물보다 제작자들로부터 더욱 애호되는 길이의 픽션물이 있다. 바로 26분 길이의 픽션물이다. 이는 제작자라면 누구나 제작하고 싶어하는 형식이지만 막상 방송사의 편성표에서는 쉽게 자리를 찾을 수 없는 형식이기도 하다. 미국의 경우는 상당히 흔한 26분 짜리 픽션물은 연속극 종류를 지칭하는 것으로 소우프 오페라나 시트콤이 여기에 속한다. 프랑스의 경우 공영 채널 France 2가 오후 5시 20분 경에 [소나무곶(Cap de pins)]이라는 제목의 주중 연속극을 방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것일 뿐이다. 유료 지상파 채널인 Canal Plus에서도 얼마 전부터 프랑스 제작 시트콤을 방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시청률이 매우 저조해 채널을 실망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일일 연속극이나 시트콤 등 26분 길이의 픽션물에 대한 프랑스 방송사들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다. 수익성이 보이지 않는 프로그램에 투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공영 방송사만은 다르다. France 2의 전임 사장인 장 피에르 코테(Jean-Pierre Cottet)는 "26분 길이의 픽션물이 견고한 시나리오를 필요로 하는, 공이 많이 들어가는 형식인 만큼 이를 제작하는 제작자들에게 재정 지원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소수의 작업에 투자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공영 방송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며 26분 연속극을 편성한 이유를 설명한다. 독일 픽션물, 유럽 시장에서 인기 누려 프랑스 방송법에 의하면 각 채널은 방영 프로그램의 40% 이상을 프랑스 제작물로 편성하여야 한다는 기본 강령이 규정되어 있다. 실제로 프랑스 텔레비전 방송사들의 프라임 타임대 편성을 살펴보면 국내 제작물의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들 제작물이 국내에서처럼 반드시 국외에서도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근래 들어 프랑스 제작물들은 독일 제작물에 크게 밀리기 시작했다. 공영 방송과 사영 방송(RTL 등)이 막강한 재력을 투자해 제작하는 52분 길이의 픽션물들이 유럽 각국을 누비기 시작한 것이다. 빠른 호흡의 시나리오, 진보적 사고방식의 주인공들로 특징지어지는 독일의 픽션물들이 유럽 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프랑스의 제작자들은 이를 기화로 보다 안정된 재정 투자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이들이 특히 지목하는 쪽은 공영 방송사이다. 1999년 공영 방송사가 프랑스 제작 픽션물에 투자한 예산은, France 2가 6억 7,000만 프랑, France 3이 3억 1,400만 프랑이었다. 이에 비해 민영 방송인 TF 1은 혼자 9억 프랑을 투자했던 만큼 제작자들이 공영 방송사의 재정 참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영 방송사도 변명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긴축 재정에 시달리던 공영 방송사가 시간당 제작비가 여느 프로그램의 3배나 되는 픽션물에 마음놓고 투자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는 것이 공영 방송사의 외침이다. 예산 인상과 더불어 이제는 픽션물 제작에도 신경을 쓸 여유가 생겼다는 공영 방송사의 설명은, 프랑스 텔레비전에 픽션물 방영이 더욱 증가할 것임을 예상케 하고 있다. ㅇ 참조 : Le Monde '99.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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