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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통권 93호] 러시아, 권력 투쟁이 프로그램 맞대결로 비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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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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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권력 투쟁이 갈수록 격렬해지면서, 국민들에게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무기로서 텔레비전의 중요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이제 러시아인들은 자국의 양대 TV 채널에서 일요일 밤마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두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이른바 TV 저널리즘판 'O. K. 목장의 결투'이다. 러시아 대통령 보리스 옐친(Boris N. Yeltsin)의 측근이자 미디어 재벌인 보리스 베레조프스키(Boris A. Berezovsky)가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 최대의 TV 채널 ORT는 세르게이 도렌코(Sergei Dorenko)가 진행하는 주간 뉴스 프로그램을 일요일 밤 9시에 편성하여 곧 방송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렌코는 주로 야당 정치인들을 인정사정없이 공격하는 것으로 유명한 다혈질의 앵커맨이다. 도렌코와 정면 대결을 벌일 사람은 독립 채널인 NTV를 통해 같은 시간대에 [Itogi](영어로 [News])를 진행하고 있는 예브게니 키젤요프(Yevgeny Kiselyov)이다. 그는 도렌코와는 반대로 학식 있고 무게있는 정부 비판 성향의 저널리스트이다. NTV 역시 미디어계의 거물인 블라디미르 구진스키(Vladimir Gusinsky)가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몇 달 사이에 그는 옐친에게서 공개적으로 버림받았다. 다른 국가 같으면, 일요일 밤 9시의 간판 프로그램 맞대결이 휴일 시청률 경쟁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향후 9개월 동안 총선과 대선을 치러야만 하는 러시아에서는 도렌코와 키젤요프의 정면 대결(mano a mano)이 정치적인 권력 투쟁의 축소판이자 미디어를 통한 전초전이라는 중차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러시아 정치학 연구소(IPS)의 소장인 세르게이 마르코프(Sergei Markov)는 그 의미를 "이 대결은 몇 가지 차원에서 복잡하게 전개되기 때문에 매우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두 저널리스트 간의, 두 TV 채널 간의, 두 미디어 거물 간의 대결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기존 정치권력과 차기 정치권력 간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도렌코와 키젤요프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대결은 권력 투쟁의 전초전 지난 1996년에는 양 TV 채널과 소유주 모두가 옐친의 재선 운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그 당시 두 방송사는 뉴스 프로그램을 상호 중복되지 않게 편성하면서 줄곧 친옐친적인 내용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금년에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두 미디어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막후에는 크렘린으로 대표되는 기존 권력과 모스크바 시장 유리 루츠코프(Yuri M. Luzhkov)와 전총리 예브게니 프리마코프(Yevgeny M. Primakov)를 중심으로 연합한 신흥 권력간의 대립이 놓여져 있다. 이처럼 미디어와 정치권력이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른 이해관계도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마르코프는 "만약 루츠코프가 이긴다면, 베레조프스키가 제거된 ORT가 존재할 것이다. 크렘린이 루츠코프·프리마코프 연합을 꺾는다면, 이와 반대로 NTV의 소유권이 다른 사람에게로 갈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선거일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어떤 식으로든 미디어를 다스리려는 노력이 매우 대담해지고 있다. 지난 8월, 모스크바 소방서는 베레조프스키가 최근 인수한 일간신문사인 코메르산트(Kommersant) 사무소를 폐쇄했다. 이 신문사의 편집국장은 이러한 조처가 루츠코프 시장에 의해 행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 3일에는 언론부 장관이 러시아 제2의 대도시인 성 페테르스부르크에 있는 한 TV 방송국의 전파 송출을 차단했다. 이유인즉, 자유주의 정치가들이 규합한 한 집회를 심하게 조롱한 프로그램에 대해 사전경고를 했음에도 방송사측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키젤요프는 최근 있은 한 인터뷰에서, "텔레비전은 강력한 무기이다. 그리고 텔레비전은 전혀 예기치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런 말을 한 데에는 지난 5월 자신이 진행하던 [Ito- gi]에서 발생했던 설화(舌禍)가 작용했을 것이다. 당시 그는 옐친 정부에 대해서 거센 비판을 하던 중, 자유주의 미디어에서 금기시되던 '일족(the family)'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일족'은 옐친을 에워싼 소집단을 뜻하는데, 옐친의 딸과 정치 참모 타티아나 디아첸코(Tatyana Dyachenko), 베레조프스키 그리고 베레조프스키의 사업 동료이자 일족의 회계 관리자로 알려진 로만 아브라모비치(Roman Ab- ramovich)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키젤요프는 이들이 최근의 내각 인사에 얼마나 노골적으로 개입했는지, 그 결과 얼마나 여론을 묵살했는지를 시청자들에게 폭로했다. 친정부적인 독설가 도렌코 대 반정부적인 학자풍 저널리스트 키젤요프 이 프로그램이 방송된 직후, 구진스키가 소유한 NTV와 베레조프스키와 크렘린이 지원하는 ORT의 대결은 전면전으로 확대됐다. 느닷없이 정부 소유의 한 은행이 구진스키의 미디어 그룹인 Media Most에게 빌려 준 6,000만 달러를 갚으라고 독촉했다. 신문 인터뷰에서 옐친의 최측근인사는 구진스키에게 쓴맛을 보여 주겠다고 공언했다. 키젤요프는 한 회담에서 그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 알렉산더 볼로신(Alek- sander Voloshin)의 사퇴를 촉구했다.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6,000만 달러 상환금을 둘러싼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어느 정도 가라앉을 무렵, 스위스의 크렘린에 대한 뇌물 공여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금 뜨거워졌다. 수세에 몰린 크렘린은 이에 대한 타개책 마련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서 베레조프스키가 39세의 모터사이클광이자 러시아 TV계의 무서운 아이로 불리는 도렌코를 기용하게 된 것이다. 도렌코는 옐친을 추악한 인간이라고 몇 차례 말했기 때문에 크렘린 내부에서도 그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도렌코의 베레조프스키에 대한 충성만큼은 확실하다. 그는 베레조프스키와 거의 매일 대화를 하며, 프랑스 남부에 있는 베레조프스키의 빌라에도 두어 번 초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렌코는 모스크바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들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의 예측 못 할 행위와 호전적인 스타일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스크바에서는 키젤요프의 인기가 도렌코를 압도한다. 러시아 사회의 엘리트 계층들은 도렌코보다 키젤요프를 선호하는 것이다. 도렌코와 키젤요프는 자신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러시아의 정치 투쟁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코카서스 지방의 내전부터 크렘림의 뇌물 의혹까지 모든 사건들을 중립적인 관점에서 파헤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중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이 두 저널리스트들은 이미 러시아 정치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으며, 이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성패가 결국 정치적인 성패까지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ㅇ 참조 : N.Y.T. on the Web '99.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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