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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통권 93호] 미국, 방송국 소유 제한 규정과 인터넷의 미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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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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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5일, 미국의 FCC는 과거 수십 년 동안 TV 방송국의 소유를 제한해 왔던 일부 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8개 이상의 TV 방송국이 있는 도시에서 TV 방송국 복수 소유를 허용하는 것으로 요약되는 이 조치를 발표하면서, FCC 위원장 윌리엄 케너드(William Kennard)는 그 배경으로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 미디어 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방송국 소유 제한 규정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FCC의 소유권 집중 제한 논리와 미디어 산업계의 인터넷 논리 지난 며칠 사이에, 거대 미디어 기업의 대표들이 FCC를 앞다투어 방문했다. 이들은 Viacom, CBS, AT&T, Mediaone을 대표하여 온 것이고, 이들의 한결같은 방문 목적은 FCC가 엄격하게 고수하고 있는 소유권 제한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다. 현재 FCC는 단일 방송사가 지상파 TV의 경우 전국 가구의 35% 이상, 케이블 TV의 경우 전국 가구의 30% 이상에게 프로그램 서비스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Viacom/CBS와 AT&T/Mediaone은 알짜 자회사들을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 FCC가 미디어 소유의 집중을 막는 이러한 규정을 만든 논리는 한 마디로 다양한 의견의 출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한된 주파수를 할당해야만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볼 때, 민주 시민으로서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와 새로운 소식들의 전달을 확실히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거대 미디어 복합기업 간부들을 중심으로 한, FCC의 소유권 제한 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여 다양한 견해들이 얼마든지 표출되는 지금 시대에 이러한 규정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다양한 견해를 보장하려는 지금까지의 노력을 포기할 수 있을 만큼 인터넷은 새로운 내용, 창의적인 의견들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쉽고 저렴한 접근에도 불구하고, TV와 라디오, 영화와 신문 등이 그러했던 것처럼, 인터넷 역시 소수의 거대 기업에 의해 지배받게 될 것인가? 일부 비판가들은 미디어 기업들의 주장이 컨텐츠와 전달을 혼동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들이 아무리 많이 등장할지라도, 취합된 것 중 오리지널 정보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 회사들이 강조하는 다양성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가들은 말했다. 이와 관련하여 미디어 소유권 계획(Project on Media Ownership, PMO)의 소장이자 뉴욕대학 미디어학 교수인 마크 크리스핀 밀러(Mark Crispin Miller)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거대 기업들은 전통적인 미디어에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먹어삼킬 것이다. 인터넷이 상업화되면 될수록 다양성이 감소되고 점차 동질화될 것이다." 신문, 라디오, TV의 소유권 독점화와 내용의 동질화 경향 인터넷의 미래를 검토해 보기 위해서라도 구미디어들의 지난 행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먼저 미국의 신문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아니다. 50년 전 2,200개이던 일간신문은 현재 약 1,500개로 감소했다. 중요한 점은 대부분의 도시에서 단지 하나의 신문만이 발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디오의 경우는 더 심하다. 중소 도시의 라디오 방송국들도 자체 기자를 두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보기 드물다. 오히려 대부분의 방송국들은 소수의 전국 뉴스 서비스업체를 공동 이용하고 있다. 휴스턴에 소재를 두고 교통, 날씨, 스포츠 관련 소식을 1,700여 방송국에 공급하고 있는 Metro Networks는 이제 라디오 방송국의 거대한 뉴스원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비해 TV 방송국은 1950년의 96개에서 금년에는 1,216개로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내용을 연구한 여러 논문들에 따르면, 지역 뉴스가 뉴스 가치에 비해 홀대를 받아왔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PMO의 연구부장인 재닌 자켓(Janine Jaquet)은 "지역 뉴스가 소홀히 다루어지는 이면에는 많은 뉴스가 소수의 뉴스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현실이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다수 방송국들은 주요 통신사의 기사, 신디케이트 특집물 그리고 경찰 출입기자로부터 쉽게 얻을 수 있는 범죄 기사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TV 업계는 케이블 같은 뉴미디어가 새로운 정보원으로 부상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즉, C-Span은 국회의 회의 진행 상황을 시시각각 가정에 보여주고 있고, 3개의 24시간 뉴스·정보 채널 ― CNN, MSNBC, Fox News ― 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각 지역의 케이블 채널들은 24시간 지역 뉴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케이블 TV가 약속한 다양한 편성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블 회사들은 지역 독점권을 부여받는 대가로, 지역 정부의 활동, 교육, 예술 등 사회복지적인 채널들을 방송함으로써 공익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대표적인 예인 공공 접근(public access) 채널의 경우, 제대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고, 방송한다 한들 시청률이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뉴미디어를 통한 다양한 정보 생산이 저널리즘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다양한 취미 채널이나 공공 접근 채널이 시사문제에 대한 정통 탐사 프로그램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처럼 민주 시민으로서 꼭 알아야만 하는 정보들을 제공하는 원천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 접근 계획(Media Acess Project)의 소장인 앤드류 슈왈츠만(Andrew Jay Schwartzman)은 "정보를 구성하고 생산하는 데 방해되는 장애물들이 확실히 감소했다. 이는 민주주의를 위해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그것이 저널리즘과 전문적인 뉴스 수집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인터넷이 새롭고 유용한 정보들을 전달할 수 있는 풍부한 보고(寶庫)임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인터넷의 모습을 놓고는 비관적인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일리노이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인 로버트 맥체스니(Robert W. McChesney)는 최근 발간한 저서 《풍요로운 미디어, 빈곤한 민주주의(Rich Media, Poor Democra- cy)》(Univ. of Illinois Press, 1999)에서 인터넷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일침을 가했다. 맥체스니는 "기술이 경쟁과 새로운 목소리들을 창출하기 때문에 미디어 기업의 거대화를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력한 경제력에 의해 인터넷도 현재의 미디어 재벌들 수중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그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뉴스룸과 제작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인터넷의 컨텐츠 생산 수단을 통제하고 있다. Micro- soft같이 규모가 큰 회사조차도 이들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둘째, 기존의 미디어 기업들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브랜드명을 지니고 있고 광고주들과의 관계도 매우 돈독하다. 셋째, 초기의 손실 부담을 극복하고 장기적인 전략으로 인터넷에 모험자금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신생 회사가 아니라 기존의 회사들이다. 맥체스니는 인터넷 신생업체들에게 투자된 자본 중 50%가 기존 미디어 업체들에게서 나왔다고 밝혔다. 맥체스니의 인터넷 비관론과 사피로의 인터넷 낙관론 반면, 인터넷을 다양하고 유용한 소식을 제공하는 포럼으로 생각하는 낙관적인 학자들도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최근 《통제혁명: 인터넷은 개인에게 어떤 책임을 부여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The Control Revolution: How the In- ternet is Putting Individuals in Charge and Changing the World We Know)》(Century Foundation/Public Affairs, 1999)라는 책을 쓴 Mar- kle 재단의 수석연구원 앤드류 사피로(Andrew L. Shapiro)이다. 사피로는 지난 1996년 12월, 당시 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이었던 슬로보단 밀로세비치(Slobodan Milosevic)가 베오그라드의 반정부적인 독립 라디오 방송사 Radio B92를 봉쇄했지만, 이 방송사가 인터넷으로 방송함으로써 세르비아와 전세계의 컴퓨터 이용자들이 계속 현장에서 돌아가는 소식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밀로세비치 같은 독재자를 TV나 신문으로는 결코 물러나게 할 수 없었지만, 인터넷으로는 가능했다. 이것은 인터넷이 인권을 얼마나 보호해 줄 수 있나를 보여 주는 극적인 사례이다." 그는 TV와 케이블, 신문에 등장하는 많은 내용들이 인터넷에도 등장하지만,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 사람들을 적절한 정보 사이트로 안내해 주는 길잡이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한다. 결론은 이렇다. 최근에 인수합병을 발표한 미디어 기업들을 중심으로 FCC의 방송국 소유권 제한 규정을 좀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장의 근거는 뉴미디어, 특히 인터넷이 다양한 정보의 생산과 유통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인터넷 역시 앞선 미디어들과 마찬가지로 거대 기업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터넷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은 거대 미디어 회사뿐이다. 따라서 새로운 대안으로서 인터넷이 지닌 가능성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국가 차원의 미디어 소유 제한 원칙은 여전히 필요한 것이다. ㅇ 참조 : N.Y.T. on the Web '99.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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