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FCC가 동일 시장 내 2개의 방송사 소유를 허가하는 정책을 발표한 이래 주요 방송 네트워크들의 합병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FCC의 변화된 정책 발표 이후, 지난 주에는 Viacom이 CBS를 359억 달러에 사들였고, 지난 목요일에는 NBC가 PAX TV를 소유하고 있는 Paxson Communication Corp.로부터 주식의 약 3분의 1인 32%의 지분을 4억 1,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 거래는 지난 2월부터 물밑 협상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FCC의 정책 변화가 결정적인 촉매제로 작용한 것이다. 이로써 NBC는 디트로이트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방송 중인 채널 31 WPXD의 부분 소유권을 가지게 되었다.

PAX TV는 작년에 가족 대상 프로그램을 위주로 하는 방송으로 등장한 방송사이다. 이번 거래의 결과로 NBC는 Paxson 소유의 72개 지역 방송사의 부분 소유권을 가지게 되었으며, 여기에는 2년 전 Paxson이 3,500만 달러에 소유하게 된, 미시건주 앤아버(Ann Arbor)에 소재한 채널 31의 공동 소유권이 포함되어 있다.

NBC는 1940년대 이래로 디트로이트 지역에 오직 하나의 가맹사인 채널 4 WDIV만을 두고 있었으나 이번 거래로 NBC 네트워크 프로그램의 공급망을 확충하게 되었다. 아직 정확히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NBC는 PAX TV에 채널 4에서는 볼 수 없었던 프로그램들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NBC와 PAX TV 양쪽 모두 지분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NBC는 지역 방송사가 프로그램을 구매할 필요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합병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물론 FCC의 정책이 보다 더 탈규제 쪽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번 계약에 따르면 NBC는 3년 안에 Paxson의 모든 지분을 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은 각종 쇼 프로그램의 제작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그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채널의 확보에 골몰하던 NBC에게는 숨통을 열어 주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NBC는 제2의 네크워크를, Paxson은 자금회전의 숨통과 프로그램을 확보

NBC에게 있어 이번 합병의 최대 이유는 점점 증가하는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창구를 Paxson 네크워크를 통해서 확보하는데 있다. 이번 합병으로 NBC는 제2의 네크워크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방송망을 확보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2002년에는 모든 소유권을 확보한다는 조건도 함께 이루어 냈다. 한편 Paxson 쪽은 프로그램과 다른 자원의 확보에 드는 자금회전이 급박하던 상황에서 결정적인 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다. 게다가 PAX TV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가족채널의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지금 현재로서는 NBC가 그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동의했고, 이는 곧 PAX TV에서는 당장은 [Saturday Night Show], [Tonight] 그리고 [Conan O'Brien] 같은 쇼 프로그램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정도 NBC가 PAX의 모든 권한을 소유하게 되는 2002년이 되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NBC 사장 라이트(Bob Wright)의 입장은 현재로서는 기존의 PAX TV의 이미지를 계속 밀고 갈 것처럼 보인다. 그는 "우리는 프로그램의 문제는 천천히 해결해 나갈 것이다. PAX TV는 이제 1년 된 방송사인데, 광고에 의존하는 100여 개의 채널이 방송 중인 세계에서 60% 정도의 인지율은 상당히 고무적인 것이다."라고 말해 당장은 채널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시도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네크워크의 문제

NBC는 현재 13개의 TV 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 중 11개가 Paxson이 방송사를 소유하고 있는 시장 안에 있다. 만약 NBC가 Paxson으로부터 모든 소유권을 넘겨받게 되면, 6개의 시장에서 2개의 방송사를 운영하게 된다. 왜냐하면 11개의 시장 중 5개의 시장은 아직도 TV 이중 소유(duopolies)가 금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FCC의 규정에 따르면 이중 소유는 최소한 8개 이상의 독립적으로 소유된 방송사가 있는 시장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NBC와 Paxson은 Paxson 계열의 방송사들이 주당 25시간의 비-NBC 네트워크 프로그램으로 채우는 것을 조건으로 이 5개 시장 중 4개 시장에서 이중 소유가 허가될 수 있도록 FCC에게 요청할 방침이다. 자세한 사항은 두고 봐야 하지만, 지역 방송사들에게 그 지역의 뉴스와 프로그램이 방송될 수 있도록 하는 조건으로 이중 소유를 허가받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Paxson의 사장인 제프 새건스키(Jeff Sagansky)는 많은 NBC 프로그램들이 조만간 PAX TV 전파를 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로 NBC가 많은 투자를 한 영화나 특집물 그리고 미니시리즈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NBC의 그런 프로그램들은 엄청난 자산이며, 아직 덜 활용되고 있는 것들이다. 일단 한번 방송된 이후, 높은 인지도를 가진 그런 프로그램을 재방송함으로써 우리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PAX TV가 현재 주시청시간대 방송 중인 프로그램의 3분의 2가 CBS의 재방송 프로그램이다. 그는 NBC의 프로그램은 물론 NBC스튜디오, CNBC, NBC News 등 모든 가능한 자원들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PAX TV의 합병의 이유중의 하나를 여실히 보여 주는 점이다.

전략적 제휴, 가능할 것인가

Paxson 사장 새건스키는 NBC의 헐리우드 담당자와 곧 만나서 PAX TV의 여러 가능성에 대해서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NBC는 광고 및 재정문제를 돕기로 했다. 당장 내년부터 NBC 네크워크의 광고판매 부서가 PAX TV의 광고를 팔기로 했다. 개별 지역수준에서는 NBC 소유의 방송사와 Paxson 소유의 방송사가 공동 광고판매를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실제로 다른 시장에서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실험시장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방송 중 파트너 방송사를 위한 홍보도 공조하기로 협약했다.

만약 조금이라도 Paxson에게 이러한 계약들의 내용에 있어서 양보를 요구한다면 그들은 단연코 "No!" 라고 대답할 것이다. Paxson은 항상 전략적인 제휴를 이루어 낼 동업자를 찾느라 1997년 여름을 다 보냈다. 그들로서는 그들이 원하는 사업계획을 보다 견고하게 해줄 전략적 제휴가 아니라면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많은 방송산업계의 전문가들이 NBC도 디즈니로 넘어간 ABC나 Viacom으로 합병된 CBS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생산과 공급의 수직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 헐리우드 제작사들과 합병하는 기류를 염두에 둔 전망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에 대해 NBC의 케이블과 산업개발 담당 사장인 탐 로저스(Tom Rogers)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런 말들을 오랫동안 들어 왔다. 우리는 그 동안 우리의 사업이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 줘 왔고, 꼭 그러한 방법(ABC나 CBS 같은 합병의 방법)이 아니라도 전략적으로 우리의 사업을 통합해 나갈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확실히 그런 방식이 필요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NBC가 과연 Paxson과의 합병에서 성공할 수 있을런지는 두고 볼 점이 많다. NBC가 PAX TV를 통해서 사업이윤배당을 통한 직접적 이익을 보는 것은 현재로서는 FCC 규제에 의한 난점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장가치로 NBC는 Paxson의 경영권을 획득하는 데 총 12억 달러가 투자되었다. 이 투자가 이익이 될지 손실로 나타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하나의 시사점은 Paxson의 주식가격이 이 거래 발표가 있고 난 후 3달러나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ㅇ 참조 : Broadcasting & Cable '99. 9. 18.,
Dayton Daily News '99. 9. 17.,
The Detroit News '99. 9. 17.
ㅇ 작성 : 김상호(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