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성은 케이블TV 사업자의 디지털화 투자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유선텔레비전방송법을 근본적으로 개정한다. 프로그램 제작과 프로그램 송신 설비를 갖춰야 부여되는 방송 면허 외에 프로그램 송신 설비만을 갖춰도 사업 면허를 내주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지난 5월 전기통신심의회는 2010년에 전국에서 실시될 예정인 지상파 디지털 방송과 동시 병행적으로 케이블TV의 디지털화를 실시해야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이 제안에 따라 케이블TV의 디지털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현행 유선텔레비전법을 개정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법의 개정이 실현될 경우 통신 사업자가 사업 면허를 취득해 케이블TV 사업에 뛰어들 수 있게 된다. 자본력을 지닌 통신 사업자의 진출로 인해 가입자 획득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결국 송신 경비가 낮춰져 경영 기반이 취약한 영세 사업자가 대부분인 케이블TV 업계에 합종연횡이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개편은 필연

우정성은 9월 중에 유선텔레비전법 개정을 위해 연구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연구회에서는 프로그램 제작과 프로그램 송신을 갖춰야만 내주었던 방송 면허 외에 송신만을 실시하는 사업 면허를 신설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검토한다. 빠르면 연내에 결론을 도출하고 내년 초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유선텔레비전법에서는 프로그램 제작과 송신 설비를 보유해야만 방송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새로이 사업 면허를 두면 송신 설비만을 갖추고 제작회사로부터 공급받은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전문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우정성의 계획에 따르면, 주피터텔레콤(MSO), 도큐케이블텔레비전 등 케이블TV의 주요 사업자는 2005년까지 인터넷 대응 및 고속화 등의 디지털화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 방송국당 10억 엔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관계로, 이에 대한 대책을 줄곧 검토해 왔다. 프로그램 송신만을 맡는 사업자를 허용하기로 한 것은 디지털화에 따른 케이블TV 사업자의 부담을 가벼이 하기 위해서이다.

예를 들면, 케이블TV 사업자가 공동 출자해서 디지털 방송의 프로그램 송출 설비를 보유하는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 5개 회사가 공동 설비를 갖추면 투자 부담은 5분의 1로 줄어들고, 각 사업자는 프로그램 제작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정성은 이 같은 조치가 프로그램의 질 향상 및 디지털 투자로 인한 이용 요금 인상을 억제하는 작용을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일본전신전화(NTT) 등 막대한 자본력을 자랑하는 통신 사업자도 프로그램 송신 사업 면허를 취득할 수 있게 된다. 현재 NTT는 NTT법 때문에 방송 사업에 진출할 수 없지만, 프로그램 송신만으로 특화한 사업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보고 있다. NTT는 현재로서는 "케이블TV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의사는 없지만 프로그램을 전송하는 인프라 서비스에는 흥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1998년도 케이블TV 가입 세대수는 1,582만(그 가운데 난시청 대책 케이블TV 가입 세대는 788만)으로 전년도에 비해 18.1%나 증가하는 등 한창 뻗어나가고 있는 성장 산업이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인터넷 대응 등 통신 사업도 겸영하는 케이블TV가 늘어 서비스 향상에 의한 것으로 보여진다.

우정성이 케이블TV의 디지털화 경비를 덜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지상파 및 BS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시청 세대의 약 40%, BS 시청 세대의 약 30%가 케이블TV를 경유해 시청하고 있는 현실이 배경에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환경 정비의 일환으로 광섬유 회선을 조건부로 NTT로부터 빌리는 것을 허용한 조처에 이어, 이번에 프로그램 전송 등 디지털 설비까지 다른 사업자로부터 빌릴 수도 있게끔 하려는 것이다.

케이블TV 업계, 자본력에 따라 업계 판도 달라져

현행 유선텔레비전방송법의 근본적인 개정은 방송만을 전제로 한 법제도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말해 주고 있다. 고속 인터넷 접속 등 케이블TV사는 통신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는 새로운 영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토대로 한 우정성의 법 개정 방침 표명은 방송의 디지털화를 계기로 법제도도 실태에 걸맞는 내용으로 바꾸려는 시도이다. 과점화가 진행되는 미국처럼 일본에서도 케이블TV 회사가 자본력이 있는 통신회사에 잇따라 매수될 공산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정성의 개정 방침에 대해 케이블TV 업계로부터는 환영과 경계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디지털화 투자는 한 회사당 10억 엔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당해 지역의 소규모 자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케이블TV 회사는 투자 여력이 없어 설비를 공동으로 설치하면 부담은 줄어든다. 문제는 치열한 개편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개편 움직임은 벌써부터 활발해지고 있다. 쓰미토모상사 계열의 케이블TV인 주피터텔레콤(MSO)은 8월초 토쿄도와 사이다마현 일부를 서비스 지역으로 하는 산하 케이블TV 3사를 10월 1일부로 합병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지난 7월에는 토쿄도 도심부를 사업기반으로 하는 케이블TV 6개 사가 업무를 제휴하기로 했다. 2001년을 목표로 6개 사의 네트워크를 상호 접속하며, 공동 프로그램 편성·방송 통신 설비의 공유화 등도 시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방송 설비의 관리·운영 및 영업·고객 서비스 등에서 효율성을 제고하고, 디지털화 및 본격적인 통신 서비스 사업에 대비해 경영 기반을 튼튼히 하려는 의도에서이다. 이러한 설비 공유화 등의 움직임은 합병 및 제휴를 촉진시켜, 중소 케이블TV 회사가 대형 케이블TV 회사에 흡수되는 경우도 벌어질 것이다.

이미 복수의 케이블TV국을 보유하는 MSO가 탄생, 계열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MSO인 타이타스커뮤니케이션조차 미국 AT&T계 기업의 산하에 들어간 경위가 있는 만큼, 일본의 케이블TV 업계는 NTT의 향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으로 NTT가 송신 설비회사로서 진출하면, AT&T 및 NTT의 과점이 진행될 수도 있다. 회선 및 설비 사용료 설정에서 지배력이 강화되기 때문에 케이블TV 각사는 "대형 통신회사에는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부분의 케이블TV 회사는 지상파 및 위성 방송을 재송신하고 있을 뿐으로, 실제로는 프로그램 제작 능력이 모자란다. 설비까지 빌리는 것이 되면 단순한 '재송신 서비스 회사'로 전락될 우려도 있어 방송사로서의 존재 의의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케이블TV 업계를 둘러싼 매수 및 제휴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다. 미국의 AT&T는 미국 케이블TV 업계 2위인 텔레커뮤니케이션과 3위인 미디어원을 매수하고, 수신 단말용 소프트웨어 공급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대형 케이블TV 회사인 차터커뮤니케이션도 중견 케이블TV 회사인 팔콘커뮤니케이션을 매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업계 개편이 격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케이블TV 회사가 갖고 있는 회선망을 손에 넣어 디지털 통신 등 차세대 통신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하는 각사의 속셈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 한편으로 대기업의 지배력이 높아짐으로써 자유로운 경쟁이 침해될 것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화에 따른 케이블TV 업계 개편이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전송만으로도 사업 면허를 부여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NTT와 같은 대형 통신회사가 자체 회선망을 이용해 케이블TV에 뛰어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차세대 인프라의 주역은 케이블TV 회선이라는 견해가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2010년경에는 NTT의 광섬유망이 전국적으로 깔린다. 언젠가는 NTT가 동화를 포함하는 컨텐츠 제공 사업에 나설 것은 뻔하다. 이렇게 될 경우 케이블TV의 존재 가치가 심판대에 오를 것이며, 아울러 자본력이 힘을 발휘하는 케이블TV 업계로 탈바꿈될 수도 있을 것이다.

ㅇ 참조 : 日經 '99. 8. 8., 8. 29., 8. 31., 9. 5., 每日 '99. 8. 31.,
朝日 '99. 8. 31.
ㅇ 작성 : 김영덕(일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