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91호] 영국, 축구경기 방송 계약권을 둘러싸고 법적 논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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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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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계약료, 방송 사용료를 둘러싼 논쟁이 영국 방송계에서 계속되고 있다. 첫번째 사건은, 축구경기 방송 계약에 관한 반독점 시비에 관한 것이고, 그 다음은 BBC의 디지털 TV 시청료 부과에 관한 논쟁이다. 지난 7월 28일, 영국 법정은 공정거래위원회(OFT)가 BBC와 BSkyB를 상대로 하여 제기한 축구경기 방송 독점 소송에서 7억 4,300만 파운드의 계약제를 바탕으로 운영되고 있는 BBC와 BSkyB의 축구경기 방송권이 합법적임을 인정하였다. 영국 국민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한 것이어서, 예컨대 총가입자의 70%에 이르는 BSkyB 위성 방송 채널 가입자 772만 8,000명의 BSkyB의 주요 시청 이유가 BkyB의 축구경기 방송 때문이라는 사실이 그 좋은 예이다. 이번의 법정 소송 문제에는 이러한 영국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함께 스포츠 경기에 대한 방송권 문제가 얽혀 있는데, 영국에서는 일정 기간 특정 스포츠에 대한 방송권은 경매를 통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축구의 경우 지상파로서는 BBC와 위성 방송으로서는 BSkyB가 오는 2001년까지 축구경기를 방송하기로 결정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OFT는 20개의 '프리미에 리그 클럽(Premier League Club)'이 카르텔을 형성하여 모든 축구경기에 대한 방송권을 BBC와 BSkyB에 이전한 것은 반독점 거래 규칙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카르텔 체제 안에서 보다 인기 있고 강력한 축구팀의 경기가 그렇지 못한 팀의 경기보다 보다 자주 방송되는 불평등한 거래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로서는 공동 계약제가 시청자에게 주는 이점이 커 이번 재판을 담당한 페리스(Ferris) 판사는 축구경기 방송에 있어 소수의 축구팀이 보다 많은 방송권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문제는 현재의 '공동 계약제(collective deal)'가 가져다 주는 이점들, 즉 축구경기의 방송권을 전체적으로 증가시킨다거나 모든 축구팀이 기본적으로 동등한 정도의 방송권을 분배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익에 비해 경미한 손해라는 점을 지적하였다. 만일 OFT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각각의 축구팀은 개인적으로 방송사와 방송 계약을 맺어 가장 높은 가격을 제안하는 방송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될 것이었다. 현재 BSkyB는 축구경기 방송에 있어 모든 축구팀에 동등한 액수의 기본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OFT의 관점에서라면 BSkyB는 각각의 축구팀에 그 팀이 가지는 영향력에 따라 상이한 가격을 지불하게 될 것이었다. 자유 계약제가 의미하는 것은 어떠한 축구경기 방송에 있어 어떠한 종류의 상위 조정단체(governing bodies)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축구경기 방송료는 축구 팬들 ? 방송사 입장에서라면 곧 시청자들 ? 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축구팀이 요구하는 대로 무섭게 치달아 오를 것이다. 이러한 계산법에 따를 때 영국의 인기 축구팀인 맨처스터 유나이티드는 BSkyB로부터 그렇지 못한 팀인 사우드 햄톤보다 열 배가 더 높은 가격의 방송료를 지불받게 된다. 축구경기의 방송료는 이미 현상태에서도 포화 상태에 이른 것이 사실이다. 처음 BSkyB가 축구경기 방송권을 획득할 시기에 3억 파운드였는데, 이것이 4년 후에 6억 7,000만 파운드로 올랐고, 이러한 상태로 진행된다면 BSkyB 계약이 만료되는 2001년에 새로이 시작될 다음의 계약료는 거의 10억 파운드에 치닫게 될 것이다. 프리미에 리그의 대변인인 마이크 리(Mike Lee)는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 사태가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재조정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에서 이미 언급한 대로 축구경기가 BSkyB를 살리고 있다는 설이 공공연한 비밀이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다 새로운 양상은 BSkyB뿐만 아니라, 지상 디지털 방송 채널인 OnDigital까지 축구경기 방송에 합세할 전망이어서 축구경기 방송 시장의 경쟁은 보다 치열해질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태에서 전통적으로 스포츠 경기의 방송을 전담해 왔던 BBC의 입지는 보다 허약해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BBC에 국한되지 않고, 관계된 방송사 전체적인 관점에서도, 방송사들이 지불 가능한 가격 이상으로 계약을 맺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BBC의 디지털 텔레비전 시청료에 대한 반대 만만찮아 여기에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시청자들의 스포츠 경기 시청 패턴이다. 적잖은 시청자들이 스포츠 경기에 있어서는 특히 그들이 좋아하는 축구팀의 경기만을 선택하여 볼 수 있는 pay-per-view의 시청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계약 관계를 지향하는 OFT의 방식이 과연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까지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인 것이다. 한편 여태까지 선례가 없었던 대규모의 pay-TV 운영자와 셋톱박스 제작업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기업체가 연합하여 BBC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BBC의 디지털 시청료(BBC digital licence fee)에 반대하기 위한 모임으로, BBC가 지난 '데이비스 위원회(Davies Committe)'에서 BBC의 재정 증식을 위한 방법의 하나로 제안한 디지털 텔레비전 시청료안 '디지털 세금(digital poll tax)'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며, 이 구상은 정부의 디지털 텔레비전 발전 방안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BBC 디지털 텔레비전 시청료 부과 방안에 따르면, 시청자들은 디지털 텔레비전 시청료로서 연간 35파운드(약 7만 원)의 액수를 더 지불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안적으로 기업체 모임은 연간 1억 7,500만 파운드에 달하는 BBC의 디지털 방송 비용을 대체적으로 부담하기 위한 방안을 제안하였는데, 여기에는 기본 시청료인 1억 2,400만 파운드와 경제적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에서 오는 이익 9,400만 파운드, 그리고 BBC Wolrdwide에서 생기는 이익 5,100만 파운드 등이 포함되어, 2001~2002년까지는 필요 액수 이상인 2억 6,900만 파운드의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데이비스 위원회'의 보고서가 가까운 시일 내에 출간되면 더욱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계속될 예정이며, 현재에도 ITV, Channel 4, Granada, Carlton, Unitied News & Media, BSkyB, On Digital, Cable & Wireless, Telewest, NTL, Pace 등 대규모의 미디어 기업들이 동조하고 있어, BBC의 디지털 방송 시청료 부과안은 적잖은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하여 국회의원인 피터 만델슨(Peter Madelson)은 지난 7월 26일에 있은 '유러피안 미디어 포럼(European Media Forum)'의 강연에서, 정부가 BBC의 디지털 방송 시청료 부과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월간 30파운드의 디지털 텔레비전 시청 가입료에 비할 때 연간 35파운드의 BBC 시청료는 '바다에 대한 물방울'과 같다고 비유하면서 BBC의 디지털 시청료 부과안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여기서 이야기된 두 가지 사건들이 시사하는 바는, 채널과 미디어 수가 급증하면서 기존에 매스미디어 시장을 규제하던 경제적?정치적 규칙들이 효력을 잃어간다는 사실이다. 비록 법정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공공 기관들이 갈등을 조정해 가는 데에 일정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기는 하지만, 여기서 보다 큰 힘을 가지는 것은 미디어 기업이나 방송 기술 관련 업체 등 사적인 이익 단체임이 분명하다. 한편 이러한 방송 시장의 변화와 더불어 방송과 시청자들의 관계를 생각하는 방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판단 기준, 즉 문화적 기호나 정치적 태도 등이 약화되는 대신, 시청자들의 경제적 조건, 즉 지상파/위성 방송 시청 선택시 드는 비용 문제 등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더욱 잦은 것이다. 처음에 소개한 축구경기 방송 논란에서 각기 상이한 주장이 항상 '시청자들의 이익에 상응하는 선(of course, the cost will be met by the viewer)'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이유에서일 것이다. 이러한 사적 시장의 변화가 공영 방송의 전통이 농후한 영국 방송 역사에 어떠한 변화를 야기하게 될지는 장기적 안목에서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ㅇ 참조 : Broadcast '99. 7. 30., Timeout '99. 8. 4. ㅇ 작성 : 김예란(영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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