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90호] 미국 네트워크 TV의 가을 프로그램 : 백인들의 잔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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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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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4대 네트워크(ABC, CBS, NBC, Fox) TV에서 다가올 가을 시즌에 새로 방영되는 프로그램들의 특징 중 두드러진 것은 드라마나 시트콤에서 아프리칸 아메리칸(이하: 흑인)이 주인공은 고사하고 주요 조연조차도 차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총 26개에 달하는 이 새로운 프로그램 중 흑인뿐 아니라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 배우들의 경우도 주요 배역을 맡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올 가을 시즌은 한 세대 중 최대의 백인 TV 시즌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사실에 대해 미국 내 소수 민족의 평등권을 위한 조직인 NAACP(the National Associa- 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가 크게 비난하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TV 쇼에서 흑인의 감소는 90년대의 지속적인 현상 이번 가을 시즌의 이런 양상은 1990년대 들어 흑인이나 흑인을 주제로 한 쇼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가는 현상의 연속선상에서 설명될 수 있다. 워싱턴 소재의 Center for Media and Public Affairs에 따르면, 1993∼94 시즌 네트워크들의 연예 오락 프로그램 배역 중 18%가 흑인으로 채워져 있었으나, 그 시즌이 끝났을 때 이 수치는 10%에 불과했다고 한다. 실제 흑인이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한다고 볼 때 주요 네트워크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이 수치는 인구 비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지속적으로 흑인을 위한, 흑인을 주인공 또는 조연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줄여가고 있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흑인 시청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조정에 들어갔는데, 그 조정이란 것이 흑인 시청자들 사이에 높은 시청률을 보이는 쇼들을 백인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들보다 더 쉽게 취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온 것이다. 이런 불공정 행위는 1998년 가장 심각한 양상을 보여 흑인들 사이의 20위 내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프로그램 중 8개가 취소되기도 했다. 그 중 [Between Brothers], [Living Single]과 [413 Hope St.]는 흑인들 사이에 시청률이 각각 1, 2, 3위를 기록하던 것들이다. 올 봄 흑인 시청자들 사이에 인기 있는 상위 20위권 프로그램 중 3개 쇼가 또 다시 취소되었지만, 백인들이 선호하는 상위 20개 프로그램 중 그 어떤 것도 방영이 중단된 것이 없었다. 결국 지난 시즌 흑인과 또 다른 소수 민족 배우가 주연을 맡은 프로그램 중 단 4개의 쇼만이 살아남았는데, 코스비 주연의 [Cosby]와 [Kids Say the Darndest Things], 가족 시트콤인 [The Hughleys], 그리고 Fox가 시즌 중반에 제공한 시트콤인 [The PJs]가 그것이었다. 이윤 최대의 원칙이 소수 민족 배제 불러와 네트워크들이 한결같이 흑인 관련 프로그램을 줄여 가면서 TV를 백인 천지로 만드는 데는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 방송 책임자들은 흑인 시청자층은 인구의 13%를 약간 상회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볼 때 비교적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백인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데다 일반적으로 백인 가구들은 경제적으로 보다 부유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광고주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흑인들은 하나의 통일된 집단으로서 TV를 시청하는 것이 아니고 '흑인' 프로그램은 흑인 시청자 중에서도 특정 집단에게만 어필하기 쉽다. 예를 들어 같은 흑인이라도 흑인 청소년과 나이든 흑인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선호하며 오히려 흑인 청소년들과 백인 시청자들이 같은 쇼를 시청하기 쉽다는 것이다. 이것은 '흑인' 프로그램이 아주 적은 수의 청취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가정이 성립함을 의미한다. 게다가, 네트워크 TV 산업도 변화해 가고 있는데 '모든 시청자들에게 모든 것을 가져다 준다'는 네트워크 산업 초기의 정책은 이제 광범위하고 다양한 청취자를 확보하는 대신에 더욱 제한된 특정 인구 집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네트워크들은 이윤의 확대를 위해 광고주들이 탐내는 시청자층인 18세에서 49세, 혹은 18세에서 34세에 이르는 젊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어느 미디어 전문가는 네트워크 TV들이 인종적 다양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젊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아주 많은 새 프로그램들을 젊고 아름다운 배우들로 채워 넣는다."고 주장한다. 가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 가운데 1980년경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NBC의 [Freaks and Geeks], 뉴욕 예비학교 생활을 묘사한 Fox의 [Manchester Prep], 그리고 피터팬 콤플렉스를 가진 젊은이의 삶을 그린 ABC의 [Oh Grow up]이 그 전형적인 예이다. 이들 중 소수 민족을 주연급으로 등장시킨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다. 이윤 확대라는 이 계산법에 의거하여 네트워크 TV 책임자들은 특별히 흑인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프로그램 제작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개인적으로 피력하며 "케이블이 나머지 소수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며 소수 민족들에 관한 부분은 케이블에 떠넘기려 하고 있다. 더군다나 흑인들이 백인보다 더 많은 시간을 TV를 보면서 지낸다는 것은 네트워크 프로그래머와 광고주들 사이에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진 사실로, 광고 대행사인 TN Media에 따르면 흑인들은 백인보다 하루에 40% 이상을, 그리고 저녁 8시부터 11시 사이에는 9% 이상을 TV 시청에 할애한다고 한다. 이 통계는 네트워크들이 굳이 흑인들만을 위한 쇼를 더 이상 제작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한편 광고주들이 이미 흑인 시청자들에게 다가가 있음을 의미한다. 인권 단체인 NAACP는 법적 대응도 불사 이런 경향은 전국 최대 규모로 결성되어 미국 내 소수 집단의 정치적·교육적·사회적·경제적 평등 보장을 위한 조직인 NAACP을 경악하게 했는데, 이 단체의 대표인 Kweisi Mfume은 "가을 프로그램에서 유색 인종을 눈에 띄게 없앤 것은 무지하고 부주의한 네트워크 책임자들에 의한 모욕적이고 고약한 횡포"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전국 규모의 캠페인을 전개할 것임을 발표했다. 캠페인은 NAACP 내 Television & Film Industry Diversity Initia- tive를 만들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미국의 다민족 문화를 얼마나 잘 반영해 내는지를 모니터할 것이고, 네트워크들의 라이센스와 소유권에 관한 의회와 FCC의 공청회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 질 예정이다. 한편, 흑인과 유색 인종들의 배역을 줄여 가는 네트워크 TV에 대해서는 방송 전파는 공적으로 소유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인 Communication Act of 1934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 4대 네트워크에 대한 소송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NAACP는 흑인을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케이블 네트워크인 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BET)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 주류 미디어들이 다루지 않는 흑인들의 당면 문제들을 함께 처리해 나갈 것을 결의하기도 했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 인종적 다양성도 존중해야 광고 에이전시 BBDO를 위해 흑인과 백인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을 연구한 도그 앨리굿(Doug Alligood)은 "그들은 가능한 한 최대의 사람들에게, 그리고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 이르려고 할 뿐이므로 나는 흑인과 소수 민족에 대한 네트워크의 처사를 비난할 생각도 없지만 동의하는 입장도 아니다. 사실 네트워크들이 이 나라를 보다 잘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라며, 네트워크 TV들에 대해 미국 사회의 다양성과 흑인이나 라티노들은 더 이상 가난하거나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을 올바르게 인식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UCLA에서 TV와 사회적 행태에 관한 연구를 한 배리 고든(Barry Gordon) 같은 전문가들은, TV 같은 강력한 미디어에서 다양성을 제거하는 일은 소수 민족뿐만 아니라 백인들에게도 역시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그는 "우리의 다문화 사회에 가장 잘 순응하는 사람들은, 다른 집단이 어떤가에 관해 현실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사회가 조화롭기 위해서는 인종적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하며, 이는 이윤의 확대라는 눈앞의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간과되기에는 너무나 큰 가치를 지닌 것이라고 주장하며 네트워크 TV가 이를 반영해 줄 것을 당부했다. ㅇ 참고 : http://www.washingtonpost.com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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