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주, 리틀톤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에 대한 충격으로 최근 미국 정부는 지상파 방송, 케이블 TV, 영화, CDs, 비디오 게임, 그리고 인터넷 등의 전자 미디어에 대한 강한 제재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각 미디어 업계들은 제각기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 의회의 강한 제재 정책

리틀톤 총기 사건 이후 청소년 폭력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미국영화협회 회장 잭 발렌티(Jack Valenti)는 "미디어 업계가 백악관에 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적 발언은, 자신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항상 염두에 두는 창조적인 제작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 의회는 이러한 업계의 노력에 만족하지 않고 이번 기회에 미디어 폭력을 완전히 소멸시킬 계획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주, 미 상원은 샘 브라운백(Sam Brownback) 의원과 조세프 리버만(Joseph Lieberman) 의원을 중심으로 4개의 수정 법안을 청소년 범죄 법안에 첨가시켰으며, 미 상원은 이를 만장일치(98-0)로 통과시켰다.

이들은 이번 수정 조안에서,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하여금 자발적 행동 규약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독점 금지 법안의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미 법무성과 FTC가, 미디어가 어린이들에게 고의적으로 폭력을 판매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도록 주장하고 있으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영화, 비디오 게임, 그리고 음악 프로그램의 자발적인 프로그램 평가 시스템의 강화를 요구함으로써 17세 이하 어린이의 R등급 영화와 M(mature) 등급 비디오 게임과 음악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였으며, 그리고 국립 보건원으로 하여금 폭력적 비디오 게임과 음악 프로그램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시행하도록 건의하였다.

또한 존 멕케인(John McCain) 상원의원과 함께 리버만 상원의원은 청소년 폭력의 원인을 찾기 위한 내셔널 커미티를 만들 것을 요구하는 또 다른 수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 위원회는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고, 증언 채택과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갖게 될 것이다.

지난 주, 어니스트 홀링스(Ernest Hollings) 상원의원은 FCC로 하여금 어린이 정규 시청 시간이 아닌 늦은 시간¹⁾에 폭력적 프로그램을 방송하도록 규제하는 '세이프 하버(Safe Harbor)' 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홀링스 의원은 지난 1997년 여름 이 법안을 강력히 추진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 트렌트 롯트(Trent Lott) 의원을 포함한 몇몇 의원들이 지상파 방송, 케이블 업계,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업계로 하여금 기존의 연령별 등급제에 프로그램 내용에 따른 등급제를 첨가한 새로운 등급제를 채택할 것을 권장하며, 이러한 전제하에 그 후 3년간 프로그램 내용에 관련된 규제 법안을 만들지 않을 것임에 동의함으로써 홀링스 법안은 지지를 받지 못했었다.

지난 5월 13일, 홀링스 의원이 이 수정안을 통과시키려 하자, 엔터테인먼트 로비스트들은 2년 전 업계가 기존의 연령별 TV 등급제에 선정적, 폭력적 또는 도발적인 내용에 관한 경고를 표시하는 새로운 TV 등급제를 실행하겠다는 약속에 대한 대가로 내용 관련 규제 법안을 제안하지 않겠다고 동의한 문서를 제출했다. 결국 홀링스 법안은 이번에도 통과하지 못했으며, 홀링스 의원은 이를 방송업자들의 강력한 로비 탓으로 돌리고 있다.

백악관 역시 독립적인 조직을 구성하여 청소년 폭력 감소를 위한 전미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백악관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 총기류 제조업자들, 시민 단체들, 정책 입안자들을 모아 미디어 폭력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폭력적 프로그램이 어린이와 문화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며,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그들이 제작한 상품의 부정적 결과를 항상 고려해야 하며, 일단 만들어진 폭력적 프로그램은 어린이들에게 판매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디어 폭력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효과'에 관한 공중위생국장(Surgeon General) 보고서를 요구했다.

관련 단체와 업계들의 반응

지난 해 미국 시장 협의회(the U.S. Conference of Mayors)는 시청자들에게 폭력적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회사 상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권장했다. 이에 대해 프록터 앤 갬블 (Procter & Gamble)의 대변인 그레첸 브리스코(Gretchen Briscoe)는 "텔레비전 폭력은 자회사의 지속적인 관심사이나 텔레비전 폭력은 문제의 복합적인 요인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프록터 앤 갬블은 '가족 프로그램을 위한 포럼(the Forum for Family Friendly Programming)'의 창단 멤버로서 그 포럼은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권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제너럴 모터스와 IBM을 포함하는 포럼 멤버들 역시, 폭력적 프로그램을 후원하는 광고를 중단하지는 않았으나, IBM의 대변인 짐 엘더 (Jim Elder)는 '당분간' 폭력적 프로그램에 광고를 싣는 것을 신중히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네트워크의 대응책

미국 방송업계는 V-칩과 TV 프로그램 등급제의 도움으로 정책 입안자들의 비난으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여전히 주요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음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NBC 네트워크의 한 책임자는 NBC의 자체 공공 서비스 광고인 [The More You Know] 시리즈를 '反폭력'에 초점을 둔 내용을 다룰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 주, NAB는 교육 포럼 테이프를 전 미국 지역 방송국에 배포할 계획이며, 이와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각 지역 방송국들이 지역 사회의 위기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각 지역 방송국들은 광고협회로부터 반폭력에 관한 내용을 담은 공공 서비스 광고(antiviolence PSAs)를 곧 입수할 계획이다. 이 공공 서비스 광고는 전미범죄방지협회에 의해 제작된 것으로, 총기류의 안전 관리, 발포 사고의 방지를 위한 방아쇠 잠금 장치의 사용 방법, 그리고 적절한 총기 조작 훈련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케이블 네트워크의 대응책

케이블 네트워크 책임자들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올바른 TV 시청 교육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등급제와 V-칩을 여전히 권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HBO의 예를 들어, 케이블 네트워크들은 영화의 폭력적 또는 선정적인 영상이나 폭력적 언어 등에 관한 프로그램 등급제의 선두 주자임을 강조했다. 전미케이블협회(NCTA) 대변인 스콧 브로일즈(Scott Broyles)는 케이블 업계의 자발적인 조치만이 가장 적절한 접근 방법이며, 텔레비전의 내용과 편성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Court TV는 폭력적 행동의 결과들을 어린이에게 보여 주는 반폭력 지향 프로그램 [선택과 결과(Choices and Consequences)]를 이미 방영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업계의 대응책

15개의 인터넷 관련 회사들은 새로운 Parents' Protection Page를 제공하여 인터넷 사용자들이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제작된 80여 개의 소프트웨어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그 웹 사이트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통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하는 방법, 자녀들의 이메일을 제한하는 법, 자녀들의 인터넷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법과 자녀들이 이용한 웹사이트를 검토하는 방법 등에 관해 설명하는 것으로, 올 가을 America Online, AT&T, AtHome Network, Bell Atlantic, Commercial Internet Exchange, Disney Online, Excite, Microsoft 등의 회사들이 작업에 착수한다.

FCC 웹 사이트 역시 인터넷 통제 소프트웨어(filtering software) 이용 방법, V-칩과 텔레비전 프로그램 등급제 이용 방법, 상업용 전화번호인 900번대 이용 금지법 등 부모들의 인터넷 관리에 관한 내용을 첨가시켰다.

1) FCC의 규정에 의하면 10 p.m.∼6 a.m.

ㅇ 참고 : Broadcasting & Cable, 5. 3., 5. 10., 5. 15.
ㅇ 정리 : 김상호(미국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