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85호] 영국, BBC Worldwide의 국제시장 전략 변화 조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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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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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Worldwide와 Discovery Communications이 결합에 따라 BBC worldwide의 국제시장 정책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눈에 띄는 효과로는 Discovery Communications가 BBC의 사실성 프로그램(Factual co-production)에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자본을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다. Worldwide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배급 부문 총책임자인 안토니 우틀리(Anthony Utley)는 "지금까지 BBC와 오랜 관계를 맺어 왔던 A&E, PBS, HBO와 변함없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지만, 우선권은 Discovery Communications에 있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매우 바람직한 계약 관계"라고 만족감을 표현하면서, 기호의 다양함으로 인해 가장 어려운 시장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었던 미국 지역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였다. 금전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번 Discovery Communications와 결합함으로써 BBC의 미국 지역으로의 프로그램 수출이 크게 증가할 뿐 아니라, BBC 월드와이드 총수익의 1%가 늘어나는 효과를 나타난다. 전통적으로 BBC 방송의 가장 큰 무기는 사실성 프로그램과 영국의 사극(costume drama)으로 간주되는데, Discovery 채널을 통해 BBC가 얻을 수 있는 이익 중의 하나는 보다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을 세계 각 지역에 알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 정통적인 방송사인 BBC가 미국 위성 방송 채널과 결합한다는 사실이 보수적 영국 사회에서 절대적 환영을 받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미국 자본력에 영국 문화가 흡수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The Guardian], 강력한 톤으로 Discovery 비난 Discovery Communications의 경영 소유자인 존 헨드릭스(John Hendricks)는 Discovery Europe의 10주년을 맞이하여 영국 텔레비전 협회에서 강연하는 행사를 가졌는데, 영국 일간지 [The Guardian]은 미디어 논평란을 통해 "헨드릭스는 마치 새로운 계몽 시대를 묘사하듯 텔레비전의 미래를 예고하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홉스와 록크를 자유자재로 인용하면서도 정작 Discovery의 본성이라고 할 수 있는 마케팅이나 브랜딩, 비즈니스 관계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헨드릭스는 자선 사업 단체를 대변하는 연설이라도 하는 양 보였다."며, 영국을 방문한 미국 자본력 및 현대 미디어 발전의 상징인 헨드릭스라는 인물에 대해 느끼는 심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와 같은 비난조의 반응은 Discovery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위의 기사는 지난 달 Discovery가 방송한 [클레오파트라의 궁전 : 144개국의 전설을 찾아서(Cleopatra's Palace : search for a Legend in 144 countries)]라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면서, 이 프로그램은 세계에 대해 진정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만든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Discovery의 세계 진출을 위해서 만들어진 상업적인 내용의 프로그램이라고 혹평했다. Discovery Communications에 대해 느끼는 영국 방송 관계자들의 우려는 상당히 심각한 것이어서, 단순히 미국적 문화에 대해 경멸감을 느끼는 영국인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민족적 편견과는 그 수준이 다른 것으로 보여진다. BBC와 ITV로부터 우수한 다큐멘터리를 공급받아 국제적으로 배급하던 것이 초기의 Discovery였다면, 지금은 그러한 관계가 완전히 역전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오늘날 Discovery는 영국 제작사들을 국제 시장과 연결시켜 주는 가장 강력한 통로가 되었으며, 영국 프로그램 공급자들은 그들의 생존 유지를 위해 Discovery사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해 있다. 헨드릭스가 "우리는 다큐멘터리 제작사들에게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수준의 국제적 경제 구조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부심 넘치는 발언을 한 것도 이러한 바탕 위에서였다. 문제는 이러한 발언 내용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PBS, A&E, National Geographic 등이 여전히 영국 다큐멘터리 제작의 중요한 협력자이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영국 제작사들이 Discovery에 의존하는 정도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근래에 C4에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상하이의 죄악(Shanghai Vice)]도 '영국이 제작한 우수한 다큐멘터리'라고 당연시되고 있지만, 사실은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Discovery사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즉, Discovery사가 영국 다큐멘터리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는 '느낌'은 사태의 아주 미미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Discovery사가 영국 텔레비전의 국제 시장 진출 통로를 독점한 데 이어, 제작 부문에까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상황은 영국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데에 지나지 않고, 영국이 자랑하는 영국의 대표적 문화 생산물인 다큐멘터리 장르에 대한 정통성을 상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 공영 방송 전통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BBC가 미국 미디어 기업에 종속된 한 부분으로 전락되는 것과 같은 위협감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자국 프로그램의 외국 진출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이중적 모습도 보여 이러한 모든 불쾌감과 불안감은 BBC에 대한 비난으로 표현되고 있다. "BBC의 정책 결정자들은 국제 시장에 나아가려는 상업적인 욕심 때문에 정작 BBC에 시청료를 납부하고 있는 대부분의 영국인들이 BBC로부터 제공받기 원하는 서비스에 무관심해져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상업적인 이익이 BBC 프로그래밍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Discovery가 제공하는 자본이 결국 BBC의 정책 과정에 결정적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등의 우려 섞인 질문들이 복잡한 일련의 상황들을 압축해 준다. 하지만 일반 영국 TV 채널들, 특히 BBC의 상업적 활동에 대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반응과는 모순적인 태도들도 적지 않게 보여진다. 오히려 영국 프로그램이 국제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자축의 목소리는 매우 자주 들을 수 있을지언정, 이에 대한 거부의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조차 없는 것이 사실이다. 영국 프로그램의 포맷이 유럽 시장에서 많은 인기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C4의 오락 게임 쇼인 [당신의 칫솔을 잊지 마세요(Don't Forget Your Toothbrush)]는 영국 국경을 넘어서서도 충분히 인기를 끌 수 있는 다분한 잠재력을 가진 프로그램이다. 최근 이 프로그램의 포맷은 덴마크로 수출되었는데, 이것은 프로그램 제작사측이 컨셉트 패키지를 이전하면, 수입국측의 문화적 기호에 따라 적절히 가공, 재제작되어 방송되는 방법을 따른다. 이러한 방식의 방송 프로그램 수출입은 이미 하나의 규범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특히 탈규제와 그에 따른 채널의 증가로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 시장의 '우수한 아이디어를 찾아 나서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포맷 수출' 또는 '아이디어 교역'에 거는 영국 프로그램 제작사들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형식의 '아이디어 교역'이 영국에서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이것은 BBC와 미국 TV와의 사이에 1950년대부터 있어온 것인데, 예를 들면 미국 TV 방송이 영국측에 TV 미팅 프로그램인 [The Blind Date]의 원형으로 [The Dating Game]을 제공했다면, 영국은 미국에 [코스비(Cosby)]의 원형인 [One Foot In the Grave]를 제공하는 식의 일대일 교역으로 발전해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최근에 보여지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교역 방식이, 언어나 민족의 다양성으로 타국의 TV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유럽 시장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광범위한 현상은, 한편으로는 지금껏 지켜져 왔던 영국 텔레비전과 미국 텔레비전과의 일대일 관계가 미국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심리가 자리잡고 있는 반면, 영국의 프로그램 포맷이 유럽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자부심과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는 환영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ㅇ 정리 : 김예란(영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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