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84호] 독일, 나토 전쟁 관련 텔레비전 보도에 불만 높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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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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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언론에게 언제나 판매량을 크게 늘려 주는 좋은 '사업거리' 이다. 전쟁에는
피와 눈물뿐 아니라, 명예와 승리의 환호가 있다. 전쟁에는 개인으로부터 단체, 사회,
국가, 민족 그리고 세계 등 인간 조직의 전단계가 포함된다. 개개인의 비극과 운명뿐
아니라, 민족의 정체성과 체계의 이데올로기가 극단적으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매체의 사업거리가 되는 사고나 재해와는 달리 전쟁에는
'정의'가 있다. 전쟁에는 항상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가 분명하게 나누어져 있다.
한마디로 전쟁에는 매체가 굶주려 찾는 '스토리(CNN의 Ben Wedeman: "This is
a big story.")'가 있다. 그러나 매체의 측면에서 보면 월남전 이후 적어도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에서는 전쟁의 내용과 형식이 바뀌었다. 월남전 패배의 원인을 언론에서 찾은
미 군부는 그로부터 철저한 언론 및 정보 통제의 교훈을 이끌어 내었고, 그 결과
이제 언론에 의해 전달되는 전쟁에서는 피와 눈물이 사라지고, 마치 컴퓨터의 게임에서처럼
정확한 조준과 화려한 폭발만이 보여진다. 그래서 지난 걸프 전쟁은 피해자와 주검이
없는 전쟁이 되었다. 유고 연방 공화국에 대한 북대서양 방위 조약기구(NATO)의 일방적
공격으로 시작된 전쟁이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세계의 주요 매체들도 스토리를
찾아 엄청난 장비를 갖추고 현장에, 정확히는 현장인 코소보 근처에 투입되어 있다.
약 478여 개의 매체가 Skopje의 나토 사무실에 등록한 점으로 미루어, S ddeutsche
Zeitung은 마케도니아에서 1,000∼1,500명의 언론인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러나 막대한 인력과 장비가 전쟁에 대한 진실한 내용 보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약 100명의 취재팀을 운영하고 있는 CNN의 국제뉴스 책임자 조르단(Eason Jordan)은
"코소보로부터 믿을 만한 정보를 얻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고백하고
있다. 유고 정부뿐 아니라, 나토에 의한 정보 통제와 역정보, 일방적 정보에 대한
불만들이 언론인들에 의해 공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쟁 당사자 양측의 철저한 정보 통제 나토가 공격을 시작한 이후 독일 공영방송의 보도 프로그램들의 시청자
점유율은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전쟁 초기 ARD의 저녁 본 뉴스인 그러나 이러한 공영방송의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기록적인 시청자
수는 보도의 내용이나 질과는 관계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전통적으로 독일의 시청자들은
심각한 상황에 대한 정보들을 공영방송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더구나 전후 처음으로 독일이 직접 전쟁에 개입했을 뿐만 아니라,
이 전쟁이 방위가 아닌 주권 국가에 대한 일방적인 공격으로서 국제법상으로나 독일
헌법상으로나 명백히 위법적이어서, 독일 국민들의 정보 욕구는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중대한 정치적 사태에 대한 정보를 찾아 채널을 공영방송에 맞추었던
많은 독일 시청자들이 전체적 사태 파악과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았을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전쟁에 관한 공영방송의 보도는 시의성 및 신속성의 측면에서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매우 비판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전쟁 개시 당일과 다음날의 ARD의 보도는 '지각(遲刻, verschlafen)', '한가함 (beh big)', '파탄(Desaster)' 내지 '치명적(fatal)'이라는 단어로 요약되어 평가되고 있다.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유고의 목표물들을 폭격했는지, 그 결과는 어떤지에 대한 내용을 ARD에서 신속하게 얻으려 했던 시청자들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전쟁에 대한 배경적, 분석적 정보 결핍 그 이후에도 상업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공영방송의 전쟁에 관한
보도와 프로그램들에 대한 매체 비평자의 평가는 매우 비판적이다. 전쟁이 어떤 역사적
배경과 과정을 거쳐 일어났으며, 전쟁 목적이 무엇인지, 폭격의 다음 단계는 무엇이고,
그 끝은 어떤 모양과 내용을 가지는지, 만약 폭격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을 경우의
구체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그 전망은 어떻게 되는지에 관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고의 밀로세비치 대통령에 의해 코소보 알바니아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인륜적 대참사'를 저지하는 것이 나토가 내세우는 유일한 전쟁의 이유이다. 그러나
나토 폭격 이후, 코소보 알바니아 사람들에 대한 세르비아 군대 내지 전투 경찰의
테러와 추방이 결과적으로 더 심화되고 확대되었다. 한편으로는 나토 폭격이 유고의
군수 시설뿐 아니라, 공공건물과 다리 등 민간 시설물을 파괴하고, 나아가 '부수적
손실'로서 민간인 피난민이 폭격당하는 것에 대해, 다른 한편으로는 쿠르드 소수민족에
대한 터키 정부의 억압과 학살, 팔레스타인 민족과 이스라엘 사이의 문제 등에 대해,
이러한 문제들과 나토 전쟁의 근거인 '인륜적 과제'와는 서로 무관한 것인지 아닌지,
관련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왜 그런지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느끼게 되는 의문과 모순, 그리고 갈등에 대해 언론들은 적절한 답이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거의 전언론과 자선 단체들이 코소보 피난민을 돕는 성금을 모으고 있고, 독일 정부는 이에 참여하는 시민들에 감사하고,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렇게 강조되는 '인륜적 의무'에 동조하여 많은 독일 가정들이 피난민 중의 가족이나 친척, 친구 등을 수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수용하는 가정이 피난민들의 생활 자금을 책임진다는 증명서를 첨부함에도 불구하고, 피난민들에 대한 비자 발급이 관청에 의해 공식적으로 금지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텔레비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밀로세비치의 잔학성과 피난민들의 참혹함에 대한 보도와 해설은 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인 보통 시청자들이 현실적으로 마주치는 모순을 이해하는 데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텔레비전 보도의 일방적, 정부 동조적 입장에 대한 불만 대신 나토 본부의 공식적 발표 내용과, 정확하고 성공적인 폭격의
성과에 대한 군사적 설명들이 매일 반복된다. 그리고 나토와 유고 정부가 허락하는
그림들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진다. 걸프 전쟁 이후, 검열된 그림에 대한 경험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유고의 대통령 밀로세비치가 언론에서 악마화되는 것도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어제까지 정치적인 관계의 상대로 인정되었던 밀로세비치는 돌연 '예측 불허의
미치광이'가 되었다. 전쟁 당사자의 목적이나 상황 내용에 대한 냉철한 배경정보,
분석보다는 개인의 성장과정 내지 성격과 결부된 흑백 논리의 극단화가 손쉬운 방법이며,
또 수용자에게도 쉽게 먹혀들어 간다는 것을 언론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언론인들은
그러한 논리에 의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위험성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프로그램에서 담당 진행자가 '감성화'되어 있거나, 아니면 감성화된 내용들이 전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라이너 브라운(Rainer Braun)은 공영( ffentlich- rechtlich) 방송을 반관영(offizi s-rechtlich) 방송으로 바꿔 부르고, 전쟁 보도를 선정성 모델에 따라 편성하는 상업방송과 정부 입장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 공영방송을 '정부 동조적 저널리즘(konformistischer Journalismus)'으로 비판한다. 매체 산업 노조의 회장 데트레프 헨쉐(Detlef Hensche)도 언론인으로서의 자세를 망각한 채 나토에 의해 제공되는 정보를 그대로 방송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ㅇ 참고 : epd medien '99. 23/26/27, S ddeutsche Zeitung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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