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84호] 프랑스 텔레비전의 코소보 뉴스, 걸프전 때와 크게 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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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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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코소보 분쟁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프랑스 텔레비전도
발칸 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걸프전이 발발한 지
8년 만에 이루어지는 대전인 이번 코소보 분쟁은, 4월 들어 코소보를 탈출한 난민들이
프랑스 국경을 넘어오면서 프랑스 보도 방송의 최대 관심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코소보 분쟁에 대한 유럽 방송의 보도 열기는 8년 전만큼이나
뜨거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규 뉴스의 3분의 1 이상이 할애되는 프랑스 텔레비전의
코소보 분쟁 보도는 걸프전 때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뉴스 프로그램에서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1 민영방송 TF 1의 저녁 8시 뉴스나 제1 공영 텔레비전의 8시 뉴스
어느 곳에서도 8년 전의 '환상적인' 영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영화 뉴스의 신속성과 차별성 추구가 오보와 무(無)내용의 원인이라는 반성 도대체 무엇이 이같은 변화를 낳은 것인가? 제1 민방의 뉴스를 진행하는
프랑스 보도 방송의 대표적 인물인 파트릭 프와브르 다르보르(Patrick Poivre d'Arvor)는
걸프전 때의 실수가 그 이유라고 실토한다. "사실 그 당시에는 새로운 군사
기술에 새로운 방송 기술이 덧붙여지는 바람에 방송인들이 이에 넋을 빼앗겼던 것이
사실이다."며 걸프전의 보도 분위기를 회상하는 그의 의견에, 프랑스 공영 텔레비전의
뉴스 진행자인 클로드 세리용(Claude S rillon)은 당시 치열했던 방송사 간의 보도전을
지적하기를 잊지 않는다. 결국, 남다른 영상, 신속한 뉴스만을 추구했던 8년 전의
보도 방송은 '내용 없는 뉴스'와 '오보'를 반복하게 하는 뼈아픈 실수로 남았던 것이다.
보도 방송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고 시청자를 우롱하는 방송으로
비난을 면치 못한 걸프전 보도의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해 프랑스 텔레비전
뉴스가 내세우고 있는 코소보 보도 방송의 첫 가이드 라인은 '선정적 보도의 금지'이다.
즉, 전쟁은 어디까지나 전쟁으로 다루어져야지 결코 '이벤트'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자의 윤리 강령을 떠올리게 하는 프랑스 텔레비전의 코소보 분쟁
보도 자세는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요약된다. 이번 보도에서 민영방송이나 공영방송 모두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사항은 '정확한 보도의 추구'라고 할 수 있다. 속보를 완전히 거부한 TF 1이나 가급적
이를 삼가는 France 2의 보도국은 한결같이 "비록 늦더라도 정확한 정보를 방송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는, 타사보다 빠른 정보로 시청자들을 현혹시키고자 하던
걸프전 때의 보도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실제로, TF 1은 유고슬라비아의
독재자 밀로세비치(Slobodan Milosevic)와 알바니아의 대표 루코바(Ibrahim Rugova)의
대면 화면을 입수하고서도 이를 바로 내보내지 않았다. TF 1은 루코바를 알고 지내던
인사들을 찾아 화면의 인물을 확인시키는 한편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각종 영상 자료를
뒤져 그의 얼굴을 대조하는 등 치밀한 검증 과정을 거친 후에야 이 화면을 방송했던
것이다. France 2 역시 자료 확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France 2의 특파원들은
자칫 과장이 섞일 수도 있는 난민들의 증언을 육하원칙에 의해 정확히 가려내기에
심혈을 기울인다. "집이 불타고 사람들이 마구 죽어가고 있다."고 울부짖는
난민의 모습은 시청률을 올리기에는 그만인 자료이겠지만 실제와는 거리가 먼 증언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파원들은 "언제, 어디서, 누구의 집이
불탔는지, 그것을 직접 보았는지, 어떻게 불이 났는지" 따위를 귀찮을 정도로
꼬치꼬치 캐낸 후에야 이를 편집, 보도국에 보내는 것이다. 정확한 보도를 위해 철저한 검증 절차 거쳐 정확한 보도에 대한 의지는 자료의
검증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할 말이 없으면 차라리 입을 다물어라."는
TF 1 보도 원칙은 France 2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두 텔레비전
어느 곳에서도 필요없이 잔혹한 화면을 비추거나 같은 이야기를 목청만 높여 반복하는
식으로 시청자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보도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보도 내용이
전쟁이니만큼 헐벗은 사람들의 모습이나 시체가 비춰지기는 하지만 영화 촬영에서나
쓰이는 클로즈업 기법이나 정지 화면, 슬로 모션 등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특파원들으로부터 전송되오 오는 뉴스 외에 현지에서 어렵게 입수한
화면 역시 면밀한 분석을 거치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코소보 분쟁의 보도에서 각
채널이 겪는 어려움은 현지 자료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밀로세비치가 외국인 방송인들을
모두 몰아낸 상황에서 각 방송사의 손에 쥐어지는 것은 독재자의 선전용 방송 화면뿐이기
때문이다. 이에 프랑스 방송사들은 이들 자료의 이용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이용할
때는 사전 감청을 통해 오해의 요지가 있는 화면―예를 들어, 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의 모습은 시체로 오인될 수 있으므로 삭제 대상이 된다―을 삭제하는 등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러한 검증에도 불구하고 미심쩍은 점이 있는 자료의 소개에는 반드시 설명이 추가된다. 뉴스 진행자는, 기자,카메라맨,음향기사,편집자 네 명으로 구성된 특파원단이 현지에서 접하는 어려운 업무 조건을 설명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이 밖에, 확신할 수 없는 내용의 보도에는 표현의 변화를 이용한다. 뉴스 시간에 "이러이러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식의 조건법이 자주 들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군사 요원들의 출연도 대폭 줄여 군사 요원의 TV 출연이 뜸한 것도 이번 코소보 분쟁 보도의 한 특징이다.
장성이 숱하게 출연하여 전쟁을 마치 놀이처럼 설명해 대던 걸프전 때와는 달리,
TF 1과 France 2 모두 특별히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스튜디오를
군사기지화하는 일은 피하고 있다. 이는, 군대는 군대의 일을, 방송은 방송의 업무를
챙기자는 설명 아래 현역 장군의 TV 출연을 엄중히 제한한 국방장관의 조치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결국, 걸프전 보도가 컴퓨터 기술을 동원한 24시간 영상 제공에 초점을
맞춘 반면, 이번 코소보 분쟁의 보도는 시청자로 하여금 사태를 올바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TF 1과 France 2의 뉴스는,
NATO의 폭격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며 우리편과 적군, 착한 쪽과 나쁜 쪽을 가르는
데 급급하지 않는다. 이들 채널의 보도진들은 이번 사태의 판단을 시청자의 지성에
맡기겠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우리는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제공할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 텔레비전의 보도국은, 시청자들이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이번 사태와 관련된 발칸 반도의 역사,정치,사회,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분쟁의 전후를 차근차근 짚어 가는 TF 1의 교육적 태도나 갖가지
지도와 각종 수치를 빠짐없이 공급하는 France 2의 정보도서관적 자세는, 편견 없는
정보로서 시청자들에게 그들만의 견해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 할 수
있다. 이처럼, NATO의 코소보 분쟁 개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 보도되고 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자료를 검토하여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 자세를 유지하는 점에 주력하고 있는 프랑스 텔레비전의 보도 자세는 '뉴스의 생명은 신속성'이라고 외쳤던 8년 전의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것이다. 정확하지 않은 뉴스를 성급히 떠들어대기보다는 조금 더디더라도 객관화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뉴스의 본질이라고 설명하는 오늘날의 프랑스 텔레비전은 8년 전보다 훨씬 책임감 있는 미디어로 우뚝 자리하고 있다. ㅇ 참고 : Le Monde TRM 4. 19., T l rama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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