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84호] 영국, TV 프로그램의 국제 경쟁력에 관한 논의 활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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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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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TV 여러 영역에서 영국 TV 프로그램의 국제 경쟁력에 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이 비록 특정 기관을 중심으로 하여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여러 위치에서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형성되고 있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즉, 자발적인 토론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이러한 움직임들은
질과 양적인 면에서 모든 논의의 수준을 높여 줄 뿐 아니라, 바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의 대상, 즉 영국 TV 시장의 국제성이라는 주제가 더 이상 방관되어서는 안 될
주요한 관건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주목되는 의견 중의 하나는, David Graham Association(DGA)이 제시한
'국제 시청자 구성 계획(Building a Global Audience)'이라는 이름의 보고서이다.
문화체육부, BBC Worldwide, TV 프로그램 제작사들인 Carlton International, Granada
Media의 부분적인 지원금을 받아 1년이 넘는 기간에 진행된 이 리서치는 정부의 방송
규제 정책이 TV 국제 시장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보고서가 주장하고 있는 요지는, 과도한 규제 정책이 영국 TV 프로그램 수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정부의 지나친 프로그램 규제 항목들은 국제 시장에 적합한, 즉 '상품'으로서 적합한 성격의 TV 프로그램이 제작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초적으로 막음으로써 TV 프로그램 수출 상품이 부족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것이 그 설명이다. 영국 정부, DGA 보고서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 이에 대한 영국 정부의 태도는 아직까지 미온적이다. 워낙 영국 정부는
DGA 보고서를 TV 국제 무역 시장에서 2억 7,200만 파운드의 적자를 본 사실에 관한
보고서와 함께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돌연 이러한 계획을 취소했던 것이다. 이 갑작스러운
변경 사실에 대해 정부 미디어 부서 책임자인 크리스 스미드(Chris Smith)는, DGA
보고서의 결론 부분에 있어 정부는 다소의 거리를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이
보고서가 반드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단지 이것이
TV 산업을 활발케 하는 매개체로서 유용하게 사용되기를 바란다는, 다소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DGA 보고서가 개선책으로 주장하고 있는 바는, 프로그램 제작자와
배분업자 간의 보다 긴밀한 교류, 방송기관 외의 타기관이 프로그램 제작 부문에
참여할 때의 세금을 인하하는 방안, 또한 영국 TV 프로그램 수출 사업을 전담하는,
예컨대 기존의 '영국 텔레비전 배분업자 연맹(British Television Distribution Association,
ATDA)'과 흡사한 기관을 설치하는 것 등, 방송 프로그램 산업을 보다 탈규제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DGA 보고서에 대한 프로그램 제작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정부의 회의적인 입장과 확연한 대조가 된다. BTDA의 회장인 찰리 카민다(Charlie Caminda)는 이 보고서가 위원회 인사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면서, 문제는 그들이 국제 시장 자금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는 데에 있다고 말해, 정부의 방송시장에 대한 관심의 확대를 촉구했다. DGA 보고서, 드라마와 시트콤을 특히 문제시 장르의 관점에서 볼 때, DGA 보고서가 특히 문제시하고 있는 대상은
드라마와 시트콤이다. 이것 역시 지나친 규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설명되고 있는데,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가 적게 이루어진다는 점 외에, 단기 방송만이 허용되며,
시청자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실험 방송 (off-air pilots) 등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단지 특정 장르에 머무는 것 같지는
않다. 전통적으로 영국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다큐멘터리 부문에 있어서도 위험한
징후들이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영역이 흔들리기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최근 들어 잇따라 다큐멘터리 조작 사건 시비와 관련하여 방송사들이 범칙금을 물게
되는 사건들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Central TV가 제작한 프로그램의 진실성에 관한 문제들은 다큐멘터리에 그치지 않고, 여타
'사실성을 근거로 하는' 성격의 프로그램(factual programme), 예컨대 토크 프로그램에까지
번지고 있다.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성 대상 토크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얼마전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게스트가 조작된 것임이 드러나 시청자들의 TV에
대한 신뢰도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는 사례가 있었다. 물론 이러한 논쟁들마다 잘잘못을 가리는 절차가 따른다. 그 조작이
미처 인식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혹은 정말 '속이려는' 의도에서 발생한
것인지 등의 문제를 비롯하여, 어느 정도까지의 '조정' 작업을 '조작'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관한 동의조차 아직 형성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이미 발생했던
일을 다시 재현하는 것(reconsrutction)은 일종의 '사실'이 될 수도 있는 반면, 그러한
행위를 다시 해주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다큐멘터리 정의의 관점에서 보는 '사실'은
아닌 것이다. 다소 원칙론적인 논의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산업과 관련되는 이유는,
제작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대한 방송업자들의 폭발적인
수요의 증가가 다큐멘터리의 수준을 저하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사실은 다큐멘터리 장르에 대해 기술적인 조작 여부 등의 사항들보다 더욱 심각한
수준의 염려를 야기하고 있다. 수요의 양적인 팽창이 졸속 제작 관행을 정당화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역할 담당에 대한 책임 소유의 부재가 관행화된 현실에서 다큐멘터리의 진실성이 문제되었을 경우, 누구도 그 프로그램에 대한 사실성을 보증할 수 있거나, 또한 보증하기를 원하는 책임 있는 제작 구성원들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제작 구조상의 맹점은 다큐멘터리 규제에 대한 필요성?비록 그것이 너무 지나친 것이라 하더라도?을 주장하는 규제자들이 의존하는 대단히 편리한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엄밀한 정의가 개선 방안이 될 수도 있다 한편, 다큐멘터리의 정의를 보다 정밀히 세우는 것도 하나의 개선적
방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같은 다큐멘터리에 속하지만, 시청자의 오락을 주대상으로
하는지 아니면 보다 심각한 현상을 조사, 검토하여 사실을 밝혀내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는지에 따라 프로그램 제작 스타일이 다양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 프로그램의 효과라는 점에서 다소의 조정 작업이 바람직할 수도 있는 반면,
후자에 있어서는 사실성의 원칙이 보다 엄격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들이 오가는 가운데, 영국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의 입장은
상당히 여유를 가지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간 다큐멘터리 사실성에 대한 논쟁이
국내 시장에서 그토록 격렬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시장에서의 영국 다큐멘터리의
지명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아무튼 국내외를
불문하고, 시청자들은 사소한 사실성 시비에 휘말리기보다는, 동감할 수 있고 동화할
수 있는 호소력 강한 스토리의 다큐멘터리를 원한다는 것이 제작업자들이 의심의
여지없이 믿고 있는 다큐멘터리 원칙이다. "다큐멘터리의 기만성(deception)은 경제적 진실(truth)의 결과이다."라는
한 저널리스트의 발언은 현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영역이 당면하고 있는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한 것 같다. 낮은 예산 안에서 기술적으로 미숙하거나 직업적
신념이 부족한 제작진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이 진정한 다큐멘터리가 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한편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개선책이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로 해결될
수 없는 것 또한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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