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83호] 도쿄 도지사 선거와 토론 프로그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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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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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통일 지방 선거철을 맞이해 선거 보도가 한창이다. 특히 최대 초점이자
격전지인 도쿄 도지사 선거는 언론의 주목 대상이다. 일본의 수도 도쿄가 갖고 있는
규모적인 무게뿐만 아니라 입후보한 몇몇이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내로라는 거물급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후보 및 후보를 둘러싼 뉴스거리가 풍성하고 도쿄 주민들의 투표율도
각종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1995년 선거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언론도 예전에 없는 관심을 보이며 각종 토론 프로그램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토론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논쟁의
배후에는 어김없이 선거 보도의 공정성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 끼어 있는 방송의
모습이 자리하곤 한다. 3월 25일 선거 공고일 전부터 유력 후보 예정자를 출연시킨 TV 토론 프로그램이 앞다투어 보도되었다. 유권자의 선거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는 정기능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그 이후에 후보 등록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연 불리하고, '화면발' 및 대화법에 따라 우열이 가려질 염려도 지적되고 있다. 선거 공고일 전부터 후보 예정자를 초청, 토론 프로그램 마련 2월 28일 일요일 아침 후지TV의 <보도 2001>에는 6명의 입후보
예정자가 생방송 출연해 후보 예정자 각자의 지론을 펴며 토론을 벌였다. 우선 입후보
예정자에게 미리 정한 테마를 주고 그들의 정책적 소신을 들어 보았다. 프로그램은 한 명이 정책을 피력하면 나머지가 질문 및 자기 주장을
전개하는 '1 대 5 토론'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도쿄도의 보조금에 관한 데이터를
제시하며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숫자로 현황을 파악하는 것은 관료적이다. 현장적인
발상이 필요하다."며 따끔하게 지적하는 일막도 있었다. 또한 같은 날 TV아사히의 간판격 토론 프로그램인 <선데이 프로젝트>에서는
재정 개혁을 주제로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입후보 예정자 모두 자기 주장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메모 카드를 가지고 설명하는 등 TV 방송의 특성을 살린 용의주도한 준비도
눈에 띄었다. 그 후에도 후보 예정자들은 모두들 각종 TV 토론 프로그램에 활발히
출연하며 TV를 이번 선거에 이용하려는 적극성을 보였다. 왜 방송국은 높은 관심을 보이는 걸까. <보도 2001>의 쓰쓰미 프로듀서는 "도쿄도의 문제이지만 이번 경우는 6명(후보 등록 예정자)이 경력을 포함해 개성이 풍부하며 출마를 표명하는 과정에 드라마성이 강했다. 그리고 도쿄도가 국정 수준과 동일한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논쟁의 영역이 확대되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TV에 익숙한 후보가 유리할 수도 TV가 선거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통념으로 굳어져 왔고,
더욱이 후보자가 직접 대결하는 토론 형식에서는 아무래도 방송 출연에 익숙한 사람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케네디와 닉슨 간의 TV 토론 연구에서도 밝혀졌듯이 명확한 주장
및 후보의 '화면발'도 시청자의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커다란 요소이다. 그런
만큼 토론 프로그램 진행 등을 둘러싸고 시비도 끊이질 않는다. 교육평론가 미가미 씨를 지지하는 공산당 담당자는 "TV에 익숙하지않은
사람은 단시간에 조리있게 설명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도중 입후보를
사퇴한 바 있는 노스에 씨도 "프로그램의 흥을 돋우려고 부추기는 사회자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바람에 통큰 발언을 하게된 면이 있었다. 프로그램에서 '정책 남발'이
이루어지고 선거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방송평론가인 시가노부오 씨는 토론 프로그램에 대해 "TV에서 토론하는 경우 1 대 1이라든지 3명 정도라면 알기 쉬워 나름대로 의미도 있다. 그러나 이번 도지사 선거처럼 후보가 난립하는 데다가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제멋대로 지껄이면 시청자들은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결국 할당된 시간을 잘 활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우열이 갈라져 버린다."며 폐단을 지적한다. 공정성 요구로 위축된 방송국, 소극적이라는 견해도 그런데 입후보 등록 전에는 'TV 선거'라 불릴 정도로 활발했던 토론
프로그램이 3월 25일 선거 공고일 이후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선거 기간
중의 선거 보도는 보다 엄격하게 '공평성'이 요구되는 만큼 방송국 측이 알아서 자율
규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도지사 선거 입후보자 19명을 모아놓고 공평하게 다룬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보도 2001>에서 다섯 번이나 토론
프로그램을 기획했던 후지TV 홍보부는 그 내심을 설명한다. 한편 NHK는 공고 전부터 "입후보 표명 시기가 각자 달라 특정인에게
유리, 불리해질 우려가 있다."며 토론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 않다. 공고 후의 TV 토론 프로그램 방송에 대한 가부는 공직 선거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단지 정견, 경력 방송 이외의 선거 운동에 방송 설비를 사용하는 일 및
개인·정당 연설회 이외에 선거 운동을 목적으로 한 연설회를 여는 일이 금지되어
있어 이러한 조항과의 중복성이 문제될 소지는 있다. 자치성 선거과는 이 문제와 관련 1)모든 후보의 양해를 얻을 것,
2)각 후보에 대해 평등하게 다룰 것, 3)선거 운동(프로그램을 이용한 투표 의뢰 등)에
저촉되지 않을 것 등을 조건으로 "방송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해석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조건은 '넘을 수 없는 벽'이 되고 있는 듯하다. TV아사히의 보도 프로그램 <선데이 프로젝트> 등에서 사회를 맡고 있는 저널리스트 다하라 소이치로 씨는 "공고되니까 '할 수 없다'고 하면 시청자가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라며 "유력 후보자만이라도 실현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보아야 한다."며 방송국의 소극적인 노력을 꼬집는다. 시민들, 유권자의 판단 자료 필요 주장하며 TV 토론회 개최 요구 토론 프로그램 방영 등에 대해 방송국의 소극적 입장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시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4월 1일 작곡가 스기야마 고이치,
정치평론가 및 대학 교수 등 20명이 연명으로 TV 토론회 개최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다. 성명은 공고 후 TV 토론이 뚝 끊기게 된 현 상황에 대해 "형식적인
'후보자 간의 평등'에 지나치게 연연한 나머지 유권자에게 충분한 판단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여론 형성에 책임이 있는 언론으로서 '자살행위' "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특히 선거와 같은 주권행사시에 시민의 알 권리를 담보로 하고 있는
언론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스기야마 씨는 "정견 방송에서 후보는 자신의 구미에 맞는 말만
늘어놓는다. 각자가 내거는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감시함으로써 유권자가 후보의
본모습을 볼 수 있다."며 TV 토론 개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매스컴을 전공하는 릿교 대학의 몬나나오기 교수도 TV 토론에 대해
"어느 정도의 공평성을 확보하고 나서 쟁점을 부상시키는 형태의 토론 프로그램을
유권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공고 후에도 필요하다. 미디어측이 몸을 사리고 있는 면도
있지 않느냐. 이것은 사회적인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 프로그램을 두고 방송국과 시민 간의 공방이 달구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선거 열기가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며칠 남지 않은 선거일을 앞두고
과연 TV 토론 프로그램이 다시 등장할 것인지 또한 등장하면 어떠한 새로운 모습으로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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