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제목 | [통권 80호] 영국, 디지털 TV의 사회복지적 기능 논의 활발 | ||||||
---|---|---|---|---|---|---|---|
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
||||
지난 해 가을, 영국의 디지털 TV가 개국한 이래, 디지털 TV의 위상에 대한 검토 작업이 점차로 진행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디지털 TV의 점유율이나 판매율과 같은 기본적이고 산업적인 관심을 떠난, 보다 사회문화적인 측면에 중점을 둔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하나로 디지털 TV의 사회복지 기능에 대한 검토 작업을 들 수 있는데, 특히 디지털 방송이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어느 정도까지 수행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이슈가 제기된 원인 가운데, 1999년 2월 15일까지 디지털 TV는 디지털 자막을 방송해야 한다는 규정이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지상파방송은 아직 시각 장애인을 위한 '청각 묘사 방송'(digital description), 혹은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현재까지 아날로그 방송 규정은 일정 비율의 방송시간에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자막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컨대 Channel 5의 경우 현재 방송시간의 32%만큼은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것은 2002년까지 50% 수준에 이르도록 규정되어 있다. ITV 소속 방송 제작사들도 약 56%에 이르는 비율을 자막 방송하도록 되어 있다. Channel 4와 BBC 경우 법적으로 규정된 바는 없지만, ITV와 비슷한 수준의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2004년까지 자막방송의 비율을 83%까지 높일 예정이라고 한다. 디즈니 채널이나 Sky 채널과 같은 위성방송 역시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Sky 채널의 자막방송 시간은 Sky 1, Premier, MovieMax, Cinema 들을 중심으로 1998년의 경우 28%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SkyDigital 영화채널에서 자막이 포함된 영화 방송시간 200시간이 덧붙여지는 등, 장차 Sky Bos Office의 자막방송 시간은 현재 주당 4,500시간에서 7,000시간으로 증가될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아날로그 방송에서 보이고 있는 이러한 발전적인 경향이 디지털 TV의 영역에서는 제대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1996년 방송 규정(1996 Broadcasting Act)은 디지털 TV의 부수 조건으로 자막방송이나 음향효과가 포함된 청각묘사 방송 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디지털 위성방송과 케이블TV가 제외되었다는 점에서 법적인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1996년 방송 규정은 On Digital(영국 디지털 방송 채널의 하나)이 보인 기술상의 문제점 등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디지털 방송에서의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방송이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되기를 기대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아날로그 방송에서는 진행되고 있는 자막방송에 비해 청각 묘사 방송이나 사이닝(signing)방송 상황은 아날로그 방송, 디지털 방송을 불문하고 매우 열악한 편이다. 개별적인 프로그램 수준에서 BBC 1의 [See Hear], Channel 4의 [The Vibe]와 같은 프로그램이 사이닝 방송을 실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이닝 방송에 대해서는 법적인 조항조차 없는 상태여서 실제로 거의 방송이 실행되지 않고 있다. 한편 디지털 지상 방송 부문은 법적으로는 시각과 청각 방송 규정 사이에 다소 혼란이 있는 아날로그 방송 부문과는 다르게 보다 일관적인 체계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On Digital은 곧 점진적인 향상계획에 서명해야 하는데, 이에 따르면 5%의 청각 묘사 방송과 5%의 자막방송을 규정하고 있고, 이들은 개국 10주년이 되면 각각 10%의 청각 묘사 방송과 50%의 자막 방송 수준으로 향상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들은 형식상의 조항에 머물고 있을 뿐이어서, 앞에서 여러 차례 제시한 바대로 이러한 규정이 현실화되는 데는 방송사의 의지 문제에서부터 기술상의 부족함에 이르기까지 많은 난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이 발생하게 된 주요 원인의 하나를, 디지털 방송을 위한 충분한 기술 수준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디지털 TV 방송을 일단 실시하고 보자는 성급한 심리에서 그 발단을 찾는 시각이 적지 않다. On Digital 대변인은 장애인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장애인 서비스 방송은 '의지 이상의 문제'라고 정의하면서 기본적인 기술적 한계점을 실토한 바 있다. 한편 자막/청각 묘사/사이닝 전문단체인 ITFC 역시 방송사가 일부러 지연하고 있기보다는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 드러나게 되는 기술상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개국 1주년이 될 때까지 앞에서 언급한 대로 방송 시간의 일정 정도를 시청각 장애인 서비스 방송을 실시해야 하고, 이것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은 상황에 대하여 ITC가 "비록 1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있긴 하지만, 방송사들이 이러한 규정의 막바지 순간까지 시청각 장애자 대상 서비스 방송을 실행하는 것을 미루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적잖은 문제점이 존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나마 곧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자막방송에 비해 청각 묘사 방송이나 사이닝 방송의 상황은 보다 부정적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장애인 서비스가 기술상의 문제를 이유로 한없이 지연될 수만은 없다. 이러한 자각이 전사회적으로, 기술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방송을 지연시키고 있는 장애 원인들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사회 각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사회운동의 중심 단체로는 '왕립 청각 장애인을 위한 단체 (Royal National Institute for the Deaf : RNID)'와 '왕립 시각 장애인을 위한 단체(Royal National Institute for the Blind : RNIB)'를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visual sign' 방식은 여태까지 고착 상태에 있었던 시청각 장애인 대상 서비스 방송에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RNID의 적극적인 지지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새로운 '시각 사인(visual sign)' 방식의 대표적인 예로 '시몬(Simon)'을 들 수 있는데, 시몬은 현재 텔레텍스트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자막방송을 사람 형상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변신하여 탄생하게 된 주인공의 이름이다. 시몬은 방송 화면의 한 부분에 나타나 수화로 내용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시몬은 기존의 텔레텍스트 자막을 이용함으로써 청각 장애인 대상 방송에서 지적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 중의 일부를 제시하더라도 일단 청각 장애인에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사항 이외에 실제 수화 통역인에게 소요되는 고용 비용, 부수적인 스튜디오 시설 비용, 그리고 기존의 수화 방송이 일반인들의 정상적인 시청을 방해해왔던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시몬'에 대해 RNID의 정책 책임자인 루스 질(Ruth Geall)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며, 조만간 실현가능한 기술적 발전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지지 발언을 하였다. 한편 RNIB 편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RNIB는 현재 On Digital과 Audetel on-box 개발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디지털 방송을 위한 청각 묘사 방송 장치라고 할 수 있다. RNIB의 대변인은, 아직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무수히 존재하지만, 오는 가을에는 실시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기술상의 문제 외에도 이러한 단체들은 보다 정치적인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만일 아날로그 방송이 55%까지 자막방송을 실시하고, 디지털 방송이 개국 1년 이내에 실시하는 조항을 실행한다면, 시청각 장애인들이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비율은 11%까지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방송사들이 조항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국가에 등록된 시각 장애인들에게 부여되는 시청료 할인 혜택에 근거하여, 시각 장애인 디지털 방송 시청료에서 1.25파운드를 삭감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디지털방송과 장애인을 둘러싼 이러한 논쟁들은 기술상의 발전이 사회, 정치적인 이슈와 어떠한 식으로 접합되어야 하는가를 암시하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여기에는 과정상의 문제점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점진적인 개혁의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예란/영국통신원>
|
|||||||
첨부파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