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프랑스에 이어 오스트리아방송사(ORF)가 두 번째로 청소년 보호를 위해 프로그램 등급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게르하르트 바이스(Gerhard Weis) ORF 사장은, 지금까지도 자율적인 조치를 통해 가족 친화적인 편성을 해오고 있었지만 이제는 추가적으로 유럽연합의 텔레비전 지침이 정하고 있는 대로 프로그램에 대한 표시를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의 텔레비전 지침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들에게는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포르노나 근거 없는 폭력 행위를 담은 프로그램'을 방송하지 못하게 할 의무가 있다. 청소년들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프로그램들은 '청각적인 신호로 밝히거나 방송 전반에 걸쳐 시각적인 수단으로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ORF는 프로그램을 두 등급으로 분류하여 표시하는 방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바이스 사장은 등급제 도입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등급제를 통해 우리가 유럽의 다른 공영방송사들처럼 문제를 가볍게 인식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 주고자 한다."고 밝히면서, "ORF는 미성년자 보호 문제를 등급제라는 일차원적인 시각에서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매입, 편집, 상응하는 시간 제한에 따른 편성, 그리고 내년도로 예정된 미디어에서의 폭력과 관련된 조사 및 출판 등과 같이 다각적인 차원에서 가능한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ORF 텔레비전은 22시 이전에는 '미성년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윤리적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유럽연합의 텔레비전 지침 22조 1항) 프로그램은 방송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표시를 하게 되는 프로그램들은 그 이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에만 해당된다. 현재의 구상에 따르면 화면의 오른쪽 위에 시각적인 신호를 내보내는데 '어린이용이 아님'이라고 할지 '성인용'이라고 할지 문구는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ORF는 자율적으로 정한 자체 지침에 따르는 한편, 오스트리아 청소년영화위원회를 비롯하여 독일의 영화산업자율규제기구(FSK)와 텔레비전자율규제기구(FSF)와 같이 유수한 외국 기관들의 권고 사항도 참고할 계획이다.

ORF가 보도 자료를 통해 밝힌 편성상의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 20시 15분 이전의 프로그램들은 전 가족이 시청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 이후의 시간에 대해서는 부모와 교육권이 있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돌아가는데, 이 때 주요 저녁 시간대와 늦은 저녁 시간대로 구분을 두게 된다. '16세 이상용' 영화는 22시 이후에 방영할 수 있다. 예외로 이보다 일찍 방송을 할 경우에는 '근본적인 삭제' 편집을 해야 한다.
• 담당 편집실은 개개 프로그램, 개개 영화(22시 이후 방영되는 영화도 해당)에 대해 아주 세심한 검사를 하고 무의미한 폭력과 포르노를 담은 장면들을 삭제한다.
• 프로그램 예고편도 폭력을 담고 있어서는 안 된다. 예고편에 액션이 필요할 경우 22시 이후에나 방송할 수 있다.

프랑스는 5개의 카테고리로 등급 분류

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 프로그램에 대해 시각적으로 폭력 여부를 표시하고 있는 나라는 현재까지 프랑스뿐이다. 프랑스의 텔레비전들은 1996년 11월 18일부터 폭력을 담고 있는 영화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각 방송사들이 자체적으로 자율 규제책을 강구하라는 방송위원회(CSA)의 지속적인 압력에 따라 프로그램 등급제의 기준이 마련되었다.

프로그램을 5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이 등급제는 지상파 방송사에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카테고리 분류를 보면 다음과 같다.

• 카테고리 1 : 전혀 문제가 없는 프로그램
• 카테고리 2 :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 있는 장면을 담고 있는 프 로그램.
• 카테고리 3 : '12세 이상 시청 可'급의 프로그램으로 22시 이전에는 방송 할 수 없다.
• 카테고리 4 : 16세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영화 및 미성년자들의 육체적, 정신적 발달에 유해한 에로틱하거나 폭력성이 강한 프로그램들. 이런 프 로그램들은 22시 30분 이후에나 방송할 수 있고 방송 예고는 20시 30분부 터 가능하다.
• 카테고리 5 : 방송 금지에 해당하는 등급.

프로그램의 등급은 화면 우측 하단에 기호들로 표시된다. 등급제 도입 당시 채택된 표시 기호들의 일부가 시청자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8월 31일부터는 새로운 기호 표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본호 40쪽 참조)

CSA는 방송사들이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는 프로그램 등급에 대해 적절 여부를 평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CSA는 방송사들이 해당 프로그램에 매긴 등급을 자신들이 정한 기준과 비교하여 차이가 클 경우 해당 방송사에 시정을 권고한다.

프랑스에서 등급제가 실시된 지 1년이 지나서 행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조사자의 63%가 등급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실제적으로 폭력적인 내용의 프로그램 방송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숙희/정보분석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