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78호] 미국 네트워크 방송사들, 선거 보도에 인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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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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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일 실시된 미 연방 선거와 관련, 후보자 및 이익집단들이 내 보낸 정치 광고의 비중이 방송사의 선거 관련 보도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특기할 만한 사실은 전국 주요 네트워크가 선거 관련 보도를 줄인 대신 뉴스전문 케이블 채널과 인터넷 웹 사이트 등이 새로운 정치 뉴스의 주요 공급원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 기간 동안 25개 주의 128개 텔레비전 방송국의 뉴스를 분석한 Rocky Mountain Media Watch 그룹에 따르면, 뉴스 프로그램 당 평균 5.5개의 정치 광고가 포함된 데 반해 선거 관련 뉴스는 1.3개에 불과했다.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텔레비전 정치 광고에 소요된 비용은 1994년 선거 당시에 비해 35%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사이트가 주요 뉴스 공급원으로 떠올라 물론 주요 네트워크 방송사들과는 대조적으로 뉴스전문 케이블 채널인 CNN과 Fox News Channel은 선거 당일 오후 5시와 6시부터 개표 상황을 철야로 보도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번 선거에서 가장 충실한 정보원의 역할을 담당한 것은 네트워크 방송사들의 인터넷 뉴스 사이트라 할 수 있다. CNN, ABC News, MSNBC, Fox News Channel 등은 자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전국 단위의 선거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주로 지역선거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텔레비전에서 접하기 힘든 정보를 전달했다. CNN.com은 출구조사 결과를 비롯하여 각 주의 특정 지역 선거 개표 상황을 망라한 정보를 제공했고, MSNBC에서는 이처럼 네트워크 방송사들이 텔레비전을 통한 선거 보도에 인색한 것은 유권자들 사이에 팽배해 있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 때문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해석이다. 더 이상 정치가 대중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시청률을 무시한 채 인기 있는 연예오락 프로그램 대신 선거 관련 보도를 내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창의적인 선거 보도 프로그램 포맷 개발 필요
다른 한편에서는 시청자들의 무관심에 방송사들도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전반적으로 정치 과정 자체에 흥미를 잃은 시청자들에게 올바른 선택에 필요한 선거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프로그램 포맷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1시간 이상의 후보자 토론에 지루해 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짤막한 5분 가량의 미니 토론, 후보 정견 소개, 선거관련 상식 문답 등 시청자들의 주의를 끌 만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중의 수탁기관으로서 방송국들은 유권자들에게 현명한 판단에 필요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함에도 이를 등한시한 채 유권자들의 무관심만 탓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것이 이들의 비판이다. 득표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른바 경마 저널리즘(horserace journalism)에서 벗어나 보다 이슈 중심적이며 의미 있는 보도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치르면서 나타난 것처럼 선거 관련 정보의 대부분을 방송국의 보도가 아닌 후보자들의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얻게 될 경우, 공정한 선거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광고 비용을 감당할 만한 재력을 가진 후보자들에게 선거에 필요한 정보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것으로, 정확성이 결여된 광고에 의존하여 유권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우려가 있다. 이렇게 볼 때, 50년째 오후 6시부터 11시 사이의 뉴스 시간대에 정치 광고를 내보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지켜 온 위스컨신 주의 한 지방 방송국 사례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은주/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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