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76호] 영국 케이블TV, 프로그램 제작자와 분배자간의 갈등 심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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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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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영국 케이블TV 관계자들의 이목은 몇 주 후면 나올, 영국의 대표적인 케이블방송 회사들 가운데 하나인 Flextech와 Sci-Fi Channel이 ITC가 최근에 발표한 유선방송 및 위성방송 채널 묶음 판매(bundling)에 대한 금지 방안을 상대로 낸 소송 결과에 집중되어 있다. '채널 묶음 판매'란, 케이블 방송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케이블TV 채널 공급자가 가입자들이 구입해 보아야 하는 최소한의 채널 수를 정해 놓은 규칙을 말한다(최소전송요건, minimum carriage requirements). 영국에서는 취약한 산업에 속하는 케이블TV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시청자들이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최소한의 채널 수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은, 프로그램 공급자의 재정 부담 및 위험 부담을 줄이고 대신 그것을 프로그램 공급자와 시청자가 떠맡아 주는, 일종의 케이블방송 사업에 대한 보양책을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에 지속되고 있는 경과를 살펴보면, 케이블TV 시장 운영 원칙을 놓고, 프로그램 공급자 대 ITC 및 프로그램 공급자간의 생존경쟁이 가열되어 가는 인상이다. ITC는 최소전송요건의 궁극적인 목표가 유료TV 시장을 완전 자유화하는 데 있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자유시장에서 시청자-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의무적으로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사야 하는 규칙을 철폐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완강히 반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취약한 영국의 케이블TV 시장은 특별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전제하에, 만일 최소전송요건이 철폐된다면 프로그램 제작자 및 사업자의 재정 위험 부담이 증가하여 일차적으로 프로그램의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야기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면, 프로그램 제작자는 당연히 판매 수익을 높이는 데 더욱 열중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것은 흥행만을 노리는 프로그램, 즉 오락이나 스포츠 프로그램의 제작, 배분에 집중함으로써 케이블TV 프로그램의 다양성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분배자측은 최근의 소비시장의 변화 양상을 예로 들면서, 최소전송요건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재정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 수준에서 가장 촉망받고 있는 판매방식인 미니 패키지(mini-package)가 그 실례가 될 수 있을 터인데, 규율 체제인 MCRs에서 자유 체제인 언번들링(unbundling) 방식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미니 패키지 서비스는 다량의 채널 묶음을 최소 단위로 했던 초기의 방식에서 벗어나 작은 수의 채널 묶음을 단위로 하여 판매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22.5% 정도의 낮은 TV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여타 케이블TV 방송사에 비해, 1997년 봄에 미니 패키지 방식을 도입한 NTL사의 TV 점유율이 36.6%의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케이블TV 분배업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바 역시, 케이블TV 방송 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궁극적인 방안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최대한의 선택 권리와 폭을 제공함으로써 전체적인 시장의 크기를 확장하는 데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최소전송방식이 사라진다면, 케이블TV 방송의 TV 점유율이 40% 이상에 다다르리라는 긍정적인 예측이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지만, 높은 TV 점유율이 반드시 시청자들의 선택 폭과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않으리라는 사실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100% 탈규제 상태의 시장이란 자유 경쟁을 보장하는 대신, 적자생존 원칙이라는 또 다른 국면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와 무관하지 않게, 시장 압력으로 인해 폐쇄되고 있는 소규모 케이블TV 채널들이 이미 생겨나고 있다. Channel One이 가장 최근의 예(본지 98-17 참조)이고, Travel Channel과 Perfor- mance Channel 역시 곧 그러한 운명을 따르게 될 것 같다. 반면에 거대 복합기업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자원과 자본을 동원하여, 규칙이 채 정비되지 않은 시장을 개척, 잠식 그리고 독점해 나가기 위한 만면의 준비를 갖추어 놓은 상태이다. 미디어 분석가 매튜 크로스웨이트(Mathew Crosthwaite)에 따르면, BSkyB는 일단 이미 충분히 수요자들의 구미를 충족시킬 만한 거대한 양의 프로그램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프로그램 공급자로서 승자의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디지털방송까지 개국한 상태에서 어떠한 채널 묶음도 자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BSkyB는 프로그램 공급자적 입장으로서도 매우 성공적인 것이다. 소비자들의 권리 확대와 공급자들의 균형있는 시장 참여 보장 사이의 갈등은 자유시장제도가 존재하는 한 벗어날 수 없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시청자가 원하는 것이 아닌, 시청자들이 보아야 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시청자들의 욕구와 수준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는 식의 엘리트주의적 주장이 더 이상 방송 시장을 운영하는 원칙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문제의 핵심은 혹자의 주장처럼, 시청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누가 어떠한 식으로 서비스해야 하는가 하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차원에 자리하고 있다. <김예란/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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