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75호] 미국, 11월부터 실시되는 디지털방송 출범 준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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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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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B(전미방송인연합)는 그 동안의 온갖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올 11월에 42개 방송사가 새로운 고선명 방식으로 방송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디지털TV를 실현시키기 위해 지난 11년 동안 정부와 관련업계가 힘써왔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42개 방송사는 주로 상위 10곳의 TV 시장지역에 속해 있으며(예를 들어, 뉴욕시에는 WCBS가 해당), 일부 방송사는 소규모 시장지역에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11월 방송 예정인 디지털방송국들은 영화나 스포츠 이벤트 등 일부 프로그램들을 고선명(high definition)이라 불리는
매우 선명한 디지털 방식으로 방송할 계획이다. 그 결과, 디지털 기준과 공익을 둘러싼 논의들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디지털방송에 대한 논쟁의 불씨는 아직도 꺼지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데니스 카루소(Denise
Caruso) 기자는 9월 28일자 관련 기사에서 워싱턴을 지배하고 있는 매우 불길한 흐름 중 하나가 사기업, 특히 기술에 기반을 둔 기업이
국회의원이나 정부기관들보다 더 공익을 위해 종사해야 한다는 믿음이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디지털TV에 관한 최근 연설에서, FCC 위원장 윌리엄 케너드(William Kennard)는, 정부는 업계 스스로 디지털
기준을 마련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며, '논의가 이기적인 시각에 의해 왜곡되어질 때'에만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왜곡된
이기심'은 지난 10년 동안의, 마치 느린 화면으로 찍은 기차 탈선 장면을 연상시키는 듯한, 디지털 텔레비전 기준 설정 과정을 정확하게
묘사했다는 게 중론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비판의 도마에 오른 것이 ATSC(Advanced Television Standards Committee)이다.
디지털 기술 전문가들과 기술적 특징을 놓고 오랫동안 논쟁을 벌였던 이 위원회의 제안들이 사실상 아무런 수정 없이 FCC에 의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방송업계 대표들이 상당수 포진한 이 위원회는, 텔레비전을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와 텍스트의 배열에 보다 친숙하게 만들자는
주장에 대해 반대했다. 주제가 HDTV에 국한되었던 논의 초기 시절, ATSC 위원들은 기준을 아날로그로 할 것인가, 디지털로 할 것인가에
대해 논쟁을 벌일 정도였다.
폴라로이드 기능을 갖춘 HDTV 카메라를 최초로 개발한 MIT의 이미지 전문가 리처드 솔로몬(Richard Solomon)은 "1993년에
위원회에서 최초의 인터넷 브라우저를 직접 실행시키자, 컴퓨터에 익숙한 인사들은 이것을 제대로 이해했지만 TV 시대 인사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애플 컴퓨터의 광대역 멀티미디어 연구그룹의 소장이었던 마이크 리브홀드(Mike Liebhold) 역시, ATSC는
컴퓨터 산업을 간섭하거나 방해했고 매우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어찌됐건, 1996년 12월 24일에 새로운 디지털 기준이 발표되었고, 당시 FCC는 디지털 TV에서 사용되는 영상 방식이 업계가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TV업계가 설정했다는 바로 그 '자발적인 기준'에 대해 지금 업계 스스로가 불평하고 있다. 위원회가
제안했고 FCC가 채택한 디지털TV 기준은 최소한 14개의 주사 방식을 지지한다. 이러한 방식은 FCC가 컴퓨터에 친숙한 방식이라고 부르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TV와 HDTV 모두를 아우르는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디지털 기준은 프로그래머들에게 단일한 방식으로 방송할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있고, 장비 제조업자들에게도 특정한 방식을 수신할 수 있는 수신기를 만들라는 요구를 하지 않았다. FCC의 1996년 디지털 기준이 지닌 문제점
따라서 FCC가 지나치게 폭넓은 기준을 채택했다고 비난하는 TV 업계와 비판가들 모두, 그 결과 초래될 시장의 혼란으로 말미암아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다양하게 편성된 프로그램들을 시청하기 위해 별도의 수신기를 사야만 할 것이다.
또한 보다 성능 좋은 시스템으로 업그레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TV 수상기나 셋톱박스를 구입하는 것보다 배 이상의 돈을 들여야 할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윌리엄 쉬라이버(William Schreiber)는 기준 설정 과정에서 TV업계 종사자들과 수상기 제조업자들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1990년 은퇴할 때까지 MIT에서 ATRP(Advanced Televi- sion Research
Program)의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디지털TV 기준 설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쉬라이버는, <프로메테우스> '98년 6월호에서
모두 18페이지에 걸쳐 FCC의 디지털TV 기준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요컨대 그의 주장에 따르면, FCC는 기준 설정 과정에 대한
독립적인 평가를 허용하지 않았고 기술적으로 우월한 단일 기준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공익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FCC 위원장 케너드는 시장이 어느 한 기업에 의해 독점되지 않도록 하면서 컴퓨터업계와 방송계의 주장을 모두 포용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방식이 필요했다고 대응한다. "FCC는 기존 방송사들에게 HDTV로 전환하는 대가로 주파수대를 주기로 결정한 의회의 결정선상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고 케너드는 말했다.
기존 방송사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결정된 FCC의 디지털TV 기준과 이 기준은 기술적으로 전혀 우월하지 않을뿐더러 시청자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솔로몬, 쉬라이버 등 비판가들의 목소리. 그리고 이 와중에서 근본적으로 제기되는 신기술과
공익의 관계 등은 11월에 디지털방송을 첫 실시하는 미국뿐만 아니라 2000년부터 디지털TV를 시험 방송하기로 계획한 우리 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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