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73호] 프랑스의 France2, 저녁 8시 뉴스 새 단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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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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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정체성을 잃고 표류해 온 France2의 저녁 8시 뉴스가 파리 15구에 위치한 새 사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디지털 방식의 최신 기자재로 꾸며진 새 스튜디오에서 새로운 앵커의 진행하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디지털 방식의 새로운 방송 기자재 도입 지난 8월 15일 토요일 오후 1시 뉴스를 새 사옥에서 처음으로 제작 방영한 France2는 8월 17일 월요일부터 저녁 8시 뉴스의 진행을 클로드 세리용에게 맡겼다. 이렇게 새 사옥에서 제작되는 뉴스는 일반 시청자가 보기에는 앵커와 배경 화면이 달라진 것 외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 뉴스 제작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우선 보도 영상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그 동안 이용되던 비디오가 사라지고 France2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디지털 정보 제공기기가 들어섰다. 이 디지털 시스템은 기존 비디오 시스템에 비해 훨씬 빠르고 유연한 화면을 공급한다. 또 새 사옥은 2개의 스튜디오와 3개의 세트를 보유하고 있어 크기에 있어서는 구 사옥과 큰 차이가 없지만, 그 대신 14개의 편집실과 2개의 동시녹음실을 가지고 있어 약 30명의 인원이 동시에 뉴스 제작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모든 기자재가 디지털 방식이기 때문에 300명의 기자들이 직접 자신의 컴퓨터를 통해 지난 뉴스 화면들과 통신사들에서 보내온 화면들을 검색할 수 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일일이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이들을 검색해야만 했다. 스튜디오 안의 카메라들도 모두 원격 조종되는 무인 카메라들을 사용하고 있다. 심층적이고 폭 넓은 뉴스의 추구 그러나 France2의 저녁 뉴스에서 단행된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보도국장의 임명하고 앵커를 교체하면서 드러난 뉴스 보도방침의 변화이다. 지난 6월 전격 사임한 알베르 뒤 루아의 뒤를 이어 France2 보도국장에 임명된 피에르 앙리 아른스탐은 저녁 8시 뉴스 편집장으로 파스칼 기미에를 임명하고 앵커에는 클로드 세리용을 기용하면서 보도국 분위기를 일신하기 시작했다. 파스칼 기미에는 올해 42세로 보도국 조직을 젊게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8세가 되는 클로드 세리용은 '80년대 중반에 France2의 전신인 A2에서 저녁 8시 뉴스를 진행하던 인기 앵커였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좌파적 성향을 띤 그의 존재를 껄끄러워 하던 우파 정부의 압력으로 '87년 7월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었다. 25년 동안이나 공영방송에서 근무하면서 잔뼈가 굵은 세리용은 한때 우파 정치권에 의해 눈의 가시 취급을 받기도 했던 일과 관련해 "요즘은 기자들이 좌파 정치인이나 우파 정치인 모두와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밝히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새롭게 France2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저녁 8시 뉴스를 장악한 이들 세 사람의 임무는 표류하던 France2 저녁 8시 뉴스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프로그램의 질과 시청률을 조화롭게 양립시켜야 한다는 쟈비에 구유 보샹 사장의 요구를 관철시켜 공영방송의 위상을 찾는 일이다. 이들 세 사람은 우선 뉴스는 모든 기자들이 참여하며 기자들이 바라는 형식이 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시청률을 의식해 방금 일어난 사건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뜨끈뜨끈' 뉴스에 매달리기보다는 시야를 보다 넓혀줄 수 있는 심도있는 뉴스를 제작 보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러한 이들의 보도 방침은 세리용이 진행한 첫 뉴스에서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8월 17일 저녁 8시 뉴스에서는 장장 21분이나 되는 긴 시간을 국제적 사건들을 다루는 데 할애했으며, 경제 뉴스나 유럽 연합과 관련된 뉴스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저녁 뉴스에 초대하는 인물 또한 새로 나온 대작 오락영화의 유명 배우들을 초대해 무비판적으로 영화를 홍보해 주던 것에서 탈피해 비록 어렵더라도 의미있는 문제를 제기하는 연극, 영화의 출연자들을 초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편집회의도 길어졌다. 20분이면 끝나던 편집회의가 1시간 가량 걸리며 기자들간에 뉴스 주제와 방향에 대한 의견 교환이 활발해졌다. 이전 체제에서는 기자들 스스로 자신들이 누가 물건을 주문하면 가져다 주는 슈퍼마켓 직원처럼 수동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을 가졌지만 이제는 그러한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있다. 시청률에 관한 강박관념도 매우 느슨해졌다. 파스칼 기미에에게 시청률이 얼마쯤 되느냐고 물어보면 그는 휴지통을 뒤지며 시청률 조사 보고서를 찾는다. 이러한 태도는 이전의 앵커인 다니엘 빌라리앙이 매일 시청률 조사 결과를 체크하며 신경을 곤두세우던 것과는 대조된다. 이에 대해 기미에는 "나는 저널리즘 학교를 나왔지 경영 학교를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또 경쟁사인 TF1의 저녁 8시 뉴스의 추이에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 남에게 신경 쓰지 않고 심층적이고 폭넓은 뉴스를 제작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앵커인 세리용에 대한 기자들의 신뢰도도 높다. 세리용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확실히 알고 있고 각 뉴스 주제를 잘 파악하고 있어서 조리있고 선명한 코멘트를 제공한다는 평판을 받고 있다. 일반의 허를 찌르면서도 엄밀한 보도 필요 현재 France2 보도국은 새로운 희망과 의욕에 차 있다. 그렇지만 아직 많은 불안 요소들이 존재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 알베르 뒤 루아가 새로운 보도국장으로 취임했을 때도 지금과 같이 보도국 전체가 희망과 의욕으로 들떠 있었지만 결과는 암울했다. 그와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내비치는 기자들도 상당수 있다. 양질의 뉴스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단순히 국제적 사건들에 대한 보도 비중을 늘리고 각 주제의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며 선정적인 주제에 매달리지 않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문제는 그러한 것들이 꾸준하고 큰 변동 없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France2의 저녁 8시 뉴스는 아직 리듬감이 부족하고 상식의 허를 찌르는 재치도 부족하다. 그리고 보다 교훈적이고 교육적일 필요가 있으며 보도의 엄밀함도 더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형일/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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