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72호] 영국, 디지털 방송계 경쟁 심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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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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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BSkyB가 '97∼'98년도 사업 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여섯 가지 가격할인제도(six cutprice programming)'라고 이름 붙여진 서비스 계획을 공개하였다. 이른바 '가족 패키지'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 이 실행안에는, BSkyB의 최저 이용료가 월 6.99파운드(약 1만원)밖에 되지 않는 것도 있어, 이제 공급자로서의 기초 공사를 마친 디지털방송사가 소비자 시장을 상대로 가격 경쟁을 본격화했음을 실감케 한다. BSkyB의 기본 디지털 위성방송(DST) 프로그램인 '가족 패키지'는 월 이용료가 11.99파운드인데, 이것은 BSkyB 아날로그방송의 이용료와 같은 금액으로 200개에 달하는 BSkyB의 모든 디지털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외에도 BSkyB에는 4개의 'DST 시범 패키지(DST entry pacakge)'가 있어, 매월 8.99파운드의 사용료로 약 15개의 BSkyB 디지털채널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이번에 BSkyB가 공개한 패키지들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품질 패키지(Value Package)'로, 이 서비스는 앞에서도 소개한 바처럼 월 6.99파운드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최소 6개의 BSkyB 채널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이 '품질 패키지'를 비롯한 BSkyB의 일부 상품들은 라이벌사인 ONdigital이 예전부터 자신 있게 광고해 오고 있는 '10파운드 이하의 이용료'를 훨씬 밑돌아, 10월 1일에 방송을 개시할 예정인 BSkyB에 일단 개국 시기에서 한발 뒤진 ONdigital이 점차 가중되는 가격 경쟁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그 추이가 주목된다. 이렇듯 소비자에 대한 전폭적인 가격 할인 서비스 제공을 그 전략으로 하고 있는 BSkyB의 회계 결산을 보면, 그 수익액은 감소했지만, 시장점유율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1997∼98년도의 수익이 2억 7,100만 파운드(전년 대비 4,300만 파운드 감소)에 그쳤는데, 이 감소 원인 중에는 디지털TV 개국과 고품질 프로그램 개발 비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반면에 유료 가입자 수는 52만 7,000명이 증가한 690만 명인 것으로 집계되었고, 총 거래액 역시 15% 포인트 증가하였다고 한다. 소비자 시장 측면뿐 아니라, 내부 조직 재정비에 있어서도 BSkyB는 ONdigital보다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체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편성 부서인 Sky Net, 배급 전문 분야인 Sky Entertainment, 그리고 Sky Sports로 분할, 전문화한 것이 그 좋은 예가 될 것이다. ONdigital, 'Plug and Play' 전략으로 BSkyB의 가격 공세에 맞서 BSkyB와 함께 영국 디지털방송의 양대 축을 이루는 ONdigital은 공격적인 스타일의 BSkyB와는 대조적으로 보다 여유있고 장기적인 시장 건설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ONdigital의 사장인 스테판 그라비너는 한 인터뷰에서, 영국적 상황에서 디지털방송의 미래는 이미 구축되어 있는 유료TV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의 75%에 달하는 무료TV 시청자들을 시장 안으로 이끌어 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대부분의 보통 시민들은 BSkyB가 광고하듯이 200개라는 엄청난 수의 채널을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디지털 위성TV를 보기 위해 위성방송 안테나를 따로 설치해야 하는 수고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몇 개의 스포츠 채널과 영화 채널 정도가 첨가되고, 여기에 수준 높은 프로그램들이 보완, 강화된다면 만족스러워 할 것이라는 것이 BSkyB의 DST 공세에 맞서는 ONdigital의 '플러그만 꽂으면 즐길 수 있다(plug and play)'는 전략의 근거이다. ONdigital의 보다 구체적인 안을 살펴보면, 초기 단계에는 15개의 유료TV 채널로부터 시작하여 최종적으로는 '무료 디지털 채널'를 대중화한다는 것이 다. 이 때, 관건은 종합 디지털TV세트(integrated digital TV sets: idTVs)이다. 이제 새로 TV를 사려는 소비자들은 당연히 디지털TV를 살 것이고, 이들은 점차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ONdigital의 디지털채널에 가입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ONdigital측의 예상이다. 이처럼 점진적이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다수의 시청자들을 유도하는 것이, ONdigital이 추구하는 디지털 위성방송이나 케이블과의 차별성이자 동시에 유료 디지털TV 채널만이 가질 수 있는 강점이다. 지나친 경쟁을 반성하는 사회적 움직임도 나타나 하지만 한 사회의 방송 구조의 개편 과정을 단지 소수 대기업들간의 경쟁으로 환원, 단순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각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점에서 오는 8월 28일에 개막하는 '에딘버러 국제 텔레비전 페스티벌'은 다소 과다한 시장 경쟁으로 치달으려는 영국 디지털방송의 경향 및 추이를 검토하기에 매우 적절한 토론의 장으로 여겨진다. '디지털: 원거리 투표(Digital: The Remote Vote)' 등의 토론에서 BSkyB, ONdigital 그리고 Cable & Wireless의 사장인 마크 부츠(Mark Booth), 스테판 그라비너(Stephen Grabiner), 그래험 월레스(Graham Wallace)가 디지털방송 시대의 소비자 위상에 관한 토론을 펼치는 것을 비롯하여, 디지털방송과의 관련 속에서 법계, 왕실계 등 특수 분야를 다루거나, 다큐 드라마, 코미디 등의 장르를 주제로 하는 다양한 토론들이 각계의 거물급 인사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첫 디지털방송 개시를 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지금, 영국의 디지털방송계는 수많은 경쟁 전략들과 전망들로 분주하다. 하지만 이러한 기업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또 다른 시각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그러한 과도한 경쟁을 검토하고 반성하려는 전사회적인 움직임이 병행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방송의 구조가 기술, 사업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정치 구조와도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는 것이며, 근본적으로는 사회 구성원들의 하루하루 일상문화에 근거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경향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측면임에 분명하다. <김예란/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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