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78호] 미국 꼬마 네트워크들의 명암 - WB의 약진과 UPN의 몰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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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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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방송 체계는 전국적인 네트워크 방송사들과 각 지역의 계열 방송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는 일반적으로 4대 네트워크(NBC, ABC, CBS, Fox)와 2개의 준네트워크(would-be networks), 즉 WB와 UPN으로 분류된다.
1995년 출범 당시에는 UPN이 주도권을 장악 출범 초기에 주도권을 장악한 네트워크는 UPN이었다. Viacom의 Paramount Television과 United Television 그리고 Chris-Craft사가 공동 소유주인 UPN은 WB에 비해 탄탄한 계열 방송사들을 거느렸을 뿐만 아니라, 흑인 배우들 위주의 코미디물과 파라마운트사의 최신 작품인 <star trek : voyager> 시리즈를 황금시간대에 집중 방송하면서 프로그램 편성에 있어서도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UPN의 이러한 우세는 올 7월 WB가 UPN 계열 방송사 일부를 자사 계열로 전환시키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약 8,500만 달러가 소요된 이 계약에 격분한 UPN은 WB 계열사로 소속을 바꾼 방송사들을 소유, 운영하고 있는 SinClair Communication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UPN 측에 따르면, SinClair가 계약상 필요한 사전 서면 통지 없이 WB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물론 SinClair 측은 이러한 주장을 논박하고 거래를 합법화시켜줄 것을 요구하는 항소를 했다. 하지만 소송도 불사하는 양측의 공방 이면에는 SinClair 휘하에 있으면서도 여전히 UPN 계열인 일부 방송사들마저 WB로 전환하는 것을 막으려는 UPN 측과 이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SinClair 측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 무렵, UPN은 설상가상으로 지도력의 공백을 겪어야 했다. WB의 마스코트인 개구리(정식 명칭은 Michigan J. Frog)의 심장을 칼로 찌르는 그림이 그려진 브로치를 달고 다니는 바람에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최고 경영책임자 루시 샐허니(Lucie Salhany)가 9월에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되었지만, 후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8월 중순에 Disney 텔레비전 제작 스튜디오의 책임자였던 딘 발렌타인(Dean Valentine)이 UPN의 새로운 최고 경영책임자 자리를 맡기로 결정되면서 어느 정도 혼란을 수습할 수 있게 되었다. 초반 열세를 딛고 기존 네트워크까지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WB 그러나 UPN의 평균 시청자 수는 지난 가을 시즌에 비해 올 가을에 40% 줄어들었다. 일반 기업체 같으면 경영책임자들이 물러나고 해당 업계로부터 퇴출당할 수도 있는 충격적인 수치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UPN의 올 가을 새 프로그램인 반면, Time Warner가 소유하고 있는 WB는 네트워크 중 올해 유일하게 성장을 기록하였다. 올 가을 시즌에서도 'A' 등급을 받을 정도로 성공을 거둔(본지 98-20호 참조) WB는 10대와 젊은 여성들을 주 타깃으로 한 편성 전략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WB가 약진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는 앞서 설명했던 SinClair 소속의 UPN 계열사 확보가 큰 몫을 차지한다. 이 계약을 통해 피츠버그, 볼티모어, 신시네티 등 대형 시장의 신생 방송사들을 차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100대 도시 이외 지역에서는 새로운 케이블 채널 계열사들을 설정하려는 야심찬 계획이 올 9월부터 실행되면서, WB는 UPN과의 시청률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WB의 최고 경영책임자인 제이미 켈너(Jamie Kellner)는 "문제의 핵심은 이제 경쟁 상대가 UPN이 아니라 NBC, ABC, CBS 그리고 Fox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기있는 프로그램을 적시에 편성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히트 프로그램에 목말라하기는 WB나 UPN 둘 다 마찬가지이다. 프로그램 제작비로 수만 달러 이상을 지출하는 헐리우드의 메이저 제작 스튜디오들은 네트워크가 지불하는 면허료에서 그 제작비용의 일부를 보상받는다. 따라서 광고 수익이 전혀 없는 제작사들은 자사의 프로그램이 높은 시청률을 올리고, 그 결과 신디케이션이나 케이블TV에 의한 배급이 활발히 이루어질 때에만 적정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제작사의 입장에 볼 때, UPN처럼 매우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네트워크와의 납품계약은 자연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제작사들은 UPN이 4년 이내에 방송사업을 그만 둘 경우 - 신디케이션을 통해 프로그램이 충분히 배급될 수 있는 최소 기간이 4년 - 를 염두에 두고 제작비 결손분을 상환받을 수 있는 계약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어쨌든 창사 이래 지금까지 이 두 꼬마 네트워크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기존의 거대 네트워크들 틈바구니 속에서 WB와 UPN이 어떤 편성전략을 세우고 기어이 생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호진/정보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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