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광고 방영에 대한 두 가지 방침이 발표되면서 프랑스 텔레비전 방송계의 광고 방영에 작은 혁명이 일고 있다. 현 좌파 정부가 발표한 새 방송법안에서 공영방송인 France2와 France3의 시간당 광고 방영시간을 현재의 12분에서 5분으로 줄이도록 규정한 것과 프랑스가 지난 9월 9일 유럽 40개국이 참여하는 유럽?원회에서 제정한 '초국경 텔레비전' 협약에 서명한 것이 그것이다. '초국경 텔레비전' 협약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텔레비전 방송사의 자사 프로그램 안내 방송을 광고로 규정한 조문이다.

공영방송의 광고 시간 절반 이상 삭감

올 연말 의회에 상정돼 통과될 경우, 오는 2000년부터 효력을 발휘하는 새 방송법의 내용 중 가장 크게 방송계를 술렁거리게 만든 것은 공영방송의 광고시간을 현행 시간당 12분에서 5분으로 줄이도록 한 점이다. 이는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것으로, 정부는 이러한 조치를 정당화하기 위해 공영방송의 광고시간이 지난 4년 동안 두 배나 증가해 더 이상 상업방송과의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공영방송의 지나친 상업화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고시간의 감소로 공영방송인 France2와 France3의 광고수입은 법이 시행될 경우, 현재의 44억 프랑에서 24억 프랑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France2와 France3가 손해보게 될 20억 프랑 정도의 광고수입은 상업방송사인 TF1이나 M6 또는 라디오, 신문, 잡지 등이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조치로 신문, 잡지가 얻게 될 광고수입은 적어도 4억 프랑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년 동안 광고시장 점유율이 10%에서 7%로 줄어든 라디오의 경우도 이러한 조치로 일정 정도의 혜택을 입을 것이라 예상하며 반기고 있다.

하지만 상업방송사들의 경우, 이렇게 남아돌게 되는 광고 공급을 모두 흡수하기는 무리일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미 현재 모든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하루 동안 소화해 내는 광고 수가 1,200여 개로 사실상 포화 상태에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고주들이 가장 탐을 내는 프라임 타임대의 광고시간은 이미 포화 상태로 더 이상 광고를 받아들일 여유가 거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광고비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적어도 법안이 시행되는 2000년 이후에는 상업방송사들이 광고비 협상 테이블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역시 광고비를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를 적게 내보내는 만큼 광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광고비 인상의 이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본호 참조).

그렇지만 이러한 법령이 시행됨으로써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될 측은 바로 일반 시청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저녁 8시 뉴스가 끝난 후 그 다음 프로그램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되던 지겨운 광고 터널이 이제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시간당 남아도는 7분의 시간을 메우기 위해 프로그램 사이의 광고시간이 짧아지는 것은 물론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상업방송사가 광고를 방영하는 시간에 공영방송에서는 대항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도 있다. 또 광고시간의 감소로 두 방송사에 걸쳐 모두 350시간이 남게 되어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더 많이 방송할 수 있게 된다.

광고 자체가 금지된 영국의 공영방송 BBC처럼 프랑스의 공영방송도 광고를 줄이면서 질 좋은 프로그램으로 시청률을 높일 수 있으리라는 것이 정부의 생각인 것 같다. 하지만 많은 광고 없이 주로 협찬으로 프로그램이 제작 방영되는 Arte의 경우, 프로그램의 수준이 아주 훌륭하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정작 시청률 자체는 전체 TV 시청률의 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위험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광고수입의 감소로 부족해질 20억 프랑은 정부 보조금, 시청료 한정 인상, 상업방송사의 초과 광고수입에 대한 세금 징수 등으로 메워질 것이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공영방송의 정부예산을 2.6% 포인트 확대했다. France2의 경우, 내년도 예산은 2.5% 포인트 증가했는데, 이 중 정부 보조금의 증가는 4.9% 포인트이지만 광고 수입의 증가는 0.3%에 불과하다. France3의 경우도 전체 예산의 3.6% 포인트 증가에 정부 보조금 증가는 4.9% 포인트에 이른다. La Cinquieme과 Arte의 경우도 각각 예산이 2.9% 포인트 증가했다.

자체 프로그램 안내방송도 광고방송으로 분류

1998년 12월부터 시행될 '초국경 텔레비전' 협약의 경우는 방송과 영화 제작에 관련된 규정들 외에도 광고 방영에 관한 규정들을 담고 있다. 프랑스가 이 협약에 서명함에 따라 프랑스 방송사들은 유럽 국가들에서는 광고가 허용됐었지만 프랑스내에서는 광고나 협찬이 허용되지 않았던 몇 가지 부문들의 광고와 협찬 광고를 방영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유통 체인점의 광고나 제약회사들의 협찬 광고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이 협약에서 문제가 되는 규정은 방송사 자체 프로그램 안내방송을 광고로 규정한 부분이다. 협약의 제4조는 '광고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광고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판매, 구매, 대여를 촉진하거나 대의명분이나 사상을 알리거나 광고주나 방영자가 바라는 다른 어떤 효과를 얻기 위해서, 또는 자기 선전을 하기 위해 보수나 그에 상응하는 것을 받고 방영되는 모든 공적 안내방송을 지칭한다.'고 못박고 있어 앞으로는 방송사의 자체 프로그램 안내방송들도 광고시간에 포함해 계산해야 하게 된 것이다. 이 협약문은 지난 1997년에 발효된 유럽연합의 '국경없는 텔레비전' 지침서의 제1조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이러한 규정을 담고 있는 협약문에 프랑스가 별다른 협상없이 서명함에 따라 1998년 상반기 동안만 하더라도 자체 프로그램에 대해 하루에 476개의 안내방송을 하던 프랑스 방송사들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광고 2개당 거의 1개씩 방영되는 이러한 자체 프로그램 안내방송이 광고시간에 포함될 경우, 방송사들은 허용된 광고시간의 50% 가량을 수입이 없는 자체 안내방송으로 채우게 되는 상황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프랑스 방송계에서는 협약문의 조항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적용될 것인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형일/프랑스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