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68호] 일본, 2002년 월드컵 방영권의 행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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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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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품고 있던 16강 진출의 당돌한 꿈은 이미 좌절되었지만, 일본국민들은 이번 월드컵에 대단한 관심을 보였다. 對 아르헨티나 전의 시청률은 67.3%에 달해, 스포츠 경기로서는 집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번 월드컵은 공영방송 NHK가 독점 방영하고 있다. NHK는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위성방송을 최대한 활용해 전 경기를 완전 중계하고, 하이비전에서도 오리지널 영상을 구사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 중계시간은 지난 대회보다 200시간이 더 많은 320시간에 달한다. 일본팀 등의 주요 시합은 지상파 종합채널로도 방영하고 있다. 이처럼 NHK가 월드컵 중계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위성방송과 하이비전 보급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일본이 가까스로 예선을 통과해 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자, NHK는 이 대회를 '위성방송과 하이비전 보급의
기폭제'로 삼는다는 목표를 정했다. NHK는 <클로즈업 현대>,
마지막이 될 NHK 독점 중계
이러한 NHK의 독점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예상이 압도적이다. NHK는 '87년에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을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98년까지 3대회 분의 일본내 독점 방영권을 확보했다. 당시에는 아직 프로 리그도 없었고 월드컵 출전 경험도 없었기 때문에 일본내 방영권은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었다. 프랑스 대회의 경우도 6억 엔에 못 미치는 돈으로 일본내 독점 방영권을 확보했다.
그런데 FIFA는 2002년과 2006년의 월드컵부터는, '축구 보급을 위해 국영방송 중심으로 값싸게 판매'하던 기존의 방침을 전환해,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의 방영권을 복합미디어 기업인 독일의 키르히와 아디다스 산하의 스포리스(스위스) 연합에 총 28억 스위스 프랑이라는
거액에 넘겨버리고 말았다. FIFA는 1986년에 '90년(9000만 스위스 프랑), '94년(1억 1500만 스위스 프랑), '98년(1억
3500만 스위스 프랑)에 걸친 3대회 분의 방영권을 패키지로 계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전에는 대회별로 EBU와 ABU 등을 통해
공영방송이 방송권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새로운 계약방식이 결정된 것을 계기로 유럽의 민영방송도 방영권 확보에 나서자, 공영방송 연합측은
이에 충격을 받고 필사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그 결과, FIFA는 기존의 실적을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89년에 다시금 공영방송 연합과 계약했다.
그러다가 '93, '94년 들어서, FIFA는 '98년 대회부터 출전국이 32개국으로 늘어나니 방영권료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공영방송 연합측은 "출전국을 늘린 것은 FIFA이므로,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저항했지만, FIFA측이 "응하지
않으면, 2000년 이후의 계약에 대한 우선권을 백지화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굴해 공영방송 연합측은 2억 3000만 스위스
프랑을 추가 지불했다.
이러한 경위에도 불구하고 FIFA는 2002년, 2006년 두 대회의 방영권 교섭 과정에서, 공영방송 연합의 우선권을 무시하고, 키르히/스포리스와
거액(2002년 13억 스위스 프랑, 2006년 15억 스위스 프랑)의 계약을 체결해 버린 것이다.
2002년 방영권료 40배로 치솟을 전망
프랑스 월드컵이 끝나면 2002년 한국과 일본이 공동 개최하는 다음 대회의 방영권료 교섭이 시작된다. 일본의 방송업계에서는 일본에 대해서는
240억 엔 정도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대회의 무려 4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러한 현실에 직면해, NHK 에비사와 회장은 채산이 맞을 리가 없다며, "민방과 공동으로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바 있다(본지 98-04호 참조). 4대회 연속 독점 방영권을 포기하고, NHK와 민방 공동의 JC(재팬 컨소시엄) 방식으로 착수하겠다는
생각이다. JC는 '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부터 도입되었는데, 전체 방영권료 가운데 민방이 약 20∼3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NHK가
떠안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2002년 무렵이면 위성파, 지상파를 막론한 전 방송매체의 디지털화로 방송산업의 구조를 예측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방영권의 윤곽을 잡기는 곤란하다는 주장도 있다. 키르히와 스포리스의 방영권 판매 방식도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아 방영권의 행방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방영권을 확보하고 싶지만 현재 요구되는 가격으로는 흑자를 낼 수 없다'는 것이 민방측의 일관된 입장이다. 예를 들어, 일본이 메달을
10개나 따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나가노 동계 올림픽의 경우에도 덴쓰(電通)가 올린 광고수입은 약 90억 엔이었다. 월드컵 축구의 경우
단일 종목이기 때문에 이 수준을 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단기적인 수지타산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인 효과를 노려서 독점 방영권에 관심을 보이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지상파방송의 경우
'시청률 증가로 채널 이미지를 향상'시키거나, 유료 채널의 경우에는 '단번에 가입자를 늘릴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국내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대회라면 그 정도의 효과는 어렵지 않게 거두리라는 기대가 있음이 분명하다. 새로운 매체가 단번에 입지를 확보하는
데 '죽여주는' 효과를 가진다는 킬러 컨텐트(Killer Content)는 단연 스포츠 이벤트라는 사실이 이미 유럽, 미국의 사례에서 검증된
바 있다.
한 예로 미국에서 수십 년 동안 유지되어왔던 3대 네트워크 체제를 단기간에 4대 네트워크 체제로 바꾼 Fox TV의 경우 미식 축구리그
NFL의 방영권을 통해 현재의 입지를 구축했다. 이에 시청률 하락을 경험한 CBS는 '98년부터 8년분의 방영권을 180억 달러에 확보하는
등 경쟁을 되풀이하고 있다. 또 영국의 디지털위성방송 BSkyB가 흑자로 전환한 것도 프리미어 리그의 방영권을 독점 확보한 이후였다. 최근
독일 최대의 유료텔레비전인 'Premiere'는 독일 프로축구 리그의 독점 방영권을 확보해, 가입자 수를 160만 명으로 늘렸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미디어 스포츠 상업주의에 찬반 양론
그렇다고 해도 올림픽, 월드컵 등 세계적인 이벤트에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데는, '일부 부유층만 볼 수 있게 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유럽위원회는 작년 2월에 국민적 이벤트에 대한 유료텔레비전의 배타적 독점 중계를 제한하는 방침을 정했고, 영국에서는 이미 올림픽, 월드컵
축구, 윔블던 테니스 등 10대 대회를 대상으로, 국민이 동등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유니버셜 억세스권(Universal Access)을
도입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을 실시한 바 있다. 또 세계의 방송, 통신사업자의 가맹기구인 세계방송통신기구(Int'l Institute of
Communications)는 지난 5월 21일, 쿠알라룸푸르에서 통상위원회를 열고, 유네스코와 방송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문제를
논의했다. 이번에는 의견에 일치를 보지 못했지만, 방영권 규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은 분명하다.
IIC 부회장을 지낸 사이토 마이니치방송 사장은 "방송은 문화이므로 정보의 평등성은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상업 노선으로 기운 올림픽과 월드컵은 매력있는 소프트웨어 조달이 급선무인 신규 방송사업자들의 이해와 분명 합치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방영권료의
급등은 정보 격차의 문제 등 방송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금 제기하는 측면도 있다.
한편, 이번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무려 70명이 영국에서 활약한 적이 있고, 또 전체 32개 출전국 가운데 15개국 선수단에
영국의 프로 리그 선수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축구의 발상지가 영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영국의 프로축구라고 하면, 축구 관객은 매년 감소하고 미치광이처럼 날뛰는 열광적인 팬만이 난무하는 이미지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BSkyB의 '프리미어 리그' 독점 방영권이라는 적극적 상업화 전략으로 전기가 마련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1992년 영국에서는 침체를 거듭한
프로축구를 다시금 활성화시키기 위해 톱클래스의 클럽팀을 모아 '프리미어 리그'를 창립했고, 루퍼트 머독의 위성방송 BSkyB가 이에 대한
독점 방영권을 기존 가격의 5배를 넘는 2억 1400만 달러에 사들였다. 철저한 상업화 전략으로 프리미어 리그에는 다시금 관객이 모이기
시작했고, BSkyB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급증했다.
공식 스폰서 제도, TV 방영권 판매, 각종 캐릭터 상품 판매와 같은 적극적인 전략을 도입한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도 상업주의
올림픽의 전형으로 비판받고 있지만, 상업주의 전략을 수정할 경우 현재의 대회 규모를 유지하기조차 어렵다는 의견에도 반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침체에 빠진 영국 축구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다름 아닌 적극적 상업화 전략이었다는 현실, 또 올림픽이 지금의 규모와 주목을 확보한
것도 올림픽 사상 대전환의 계기로 기억되는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였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황성빈/일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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