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66호] 영국, BBC 차기 사장 물밑 경쟁 돌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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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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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의 현 사장인 존 버트(John Birt)의 임기는 2000년 3월까지이지만 현재 언론들은 그가 내년 가을쯤이면 후임자에게 자리를 이양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내년 가을이라고 해도 아직 1년 이상의 기간이 남아 있는데 벌써 후임 경쟁이 일고 있는 것은 '순탄한 정권 교체' 때문이다. '순탄한 정권 교체'라는 표현이 동원되는 것은 버트의 개혁 정책이 BBC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며 그 후속 정책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가디언誌가 지적했듯이 사회적 영향력이 큰 BBC의 수장을 고르기 전에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치겠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버트 사장은 1987년에 취임하여 BBC 기자 길들이기를 시발로 방만했던 각종 기구들을 무자비하게 통폐합시키는 등 그야말로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가 최근까지 몰두하고 있는 문제는 올해 말부터 시작되는 디지털시대에 대비한 기구 개편으로 현재까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버트 사장은 사석에서 가끔 BBC의 창설자인 존 라이스 경의 초상화와 나란히 방송회관 회의실에 자신의 초상화가 걸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곤 했다. 라이스 경은 '라이시즘'의 장본인으로서 75년 전 BBC가 창립될 당시, 당시로는 거의 방송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공영방송의 틀을 마련한 철저한 공영주의자였다. 버트 사장은 라이스를 모범 삼아 BBC의 개혁 정책을 추진해 왔다. 현재까지 언론이 거명하고 있는 인물은 8∼9명 정도이다. - 마이클 잭슨 : 현 Channel4 사장이다. 올해 40세로 Channel4의 최연소 사장이다. 가장 강력한 버트의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지만 1년 전 갑자기 BBC를 그만둔 후 Channel4로 옮겨갔던 점이 BBC 내부에서 석연찮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장 BBC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으며 '92년부터 '96년까지 BBC2의 감사, '96년부터 '97년까지 BBC1의 감사 겸 텔레비전 국장을 지냈다. 일벌레로 소문났다. - 토니 홀 : 47세. BBC 뉴스 총국장으로 경쟁자 중 비교적 고위직에 속한다. '73년 수습기자로부터 BBC에 발을 들여 놓은 뒤 텔레비전 뉴스국에서 꾸준히 순탄하게 승진해 왔으며 '93년에 경영진에 합류했다. 그러나 BBC를 넓게 알지 못하고 더욱이 버트의 약점을 그대로 빼닮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패트리시아 호저슨 : 여성 경영진 중의 한 사람으로 정책기획국장직을 맡고 있다. BBC의 디지털 전략을 총책임 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각종 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교육 프로그램 프로듀서로 출발해 '85년 경영진의 일원으로 합류하면서 당시 난항을 겪던 BBC의 면허 갱신에서 수신료 협상을 성공적으로 처리해 명성을 얻었던 인물이다. - 그랙 다이크 : 올해 50세의 백만장자이다. 전 LWT의 사장으로 역시 LWT 사장을 역임한 크리스토퍼 블랜드 BBC 이사장과 강력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다. 텔레비전 프로듀서 출신으로 '999 구조대' 등 특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대가이다. 한때 Pearson 텔레비전의 사장을 역임한 데다 몇 개 민영방송의 주식을 다량으로 소유하고 있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존 맥커믹 : BBC 스코틀랜드의 감사로 올해 54세이다. 대외 협상 전문가로 평판이 높으며 특히 BBC의 독립성 유지를 위한 각종 협상에서 수완을 보이기도 했다. 업무 장악 능력이 높다는 평이다. 이 밖에도 데이비드 엘스타인 Channel5 사장, 매튜 배니스터 라디오국장,
마트 마이포드 BBC 지역국장, BBC Worldwide 사장 루퍼트 개이빈 등이 역시 도전자로 거론되고 있다. 버트의 개혁을 이을 자가 적임 그러나 이들 가운데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직 예측 불허이다. BBC측에서는 물론 내부 승진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버트로서는 내심 이를 거부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만일 자신의 반대자가 차기 사장이 될 경우 그간의 개혁이 무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트가 자신의 후임자를 골라서 승계시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거론되는 인물들의 직급이 너무 낮다. 대부분 버트보다 직급이 두 단계 정도가 낮은 총국장급들이어서 경륜이 짧은 편이다. 따라서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방향을 잘못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BBC 사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전통적인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 정립과 디지털방송 등 차세대 방송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이 핵심 과제이다. 적어도 후자에서만은 버트 사장이 BBC의 진로를 가장 확실하게 알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언론은 거론되는 경쟁자들 가운데 버트 사장만한 능력이 있는 인물이 없다고 보고
있다. 가디언誌는 BBC로서는 광고를 내서라도 사람을 찾아야 할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경쟁자들에게 부족한 '중량감'은 BBC의 위상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로 분석되고 있다. BBC 내부에서는 이 문제가 BBC의 독립성 유지 여부와 직결된다는 입장이다. 정권의 끊임없는 간섭을
비롯해 외부 압력으로부터 BBC의 독립성을 지켜나가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은 BBC의 공영성 유지 여부와도 직결된다. 특히 공영성
문제는 2000년의 방송 면허 갱신 때 거론되지 않으면 안되는 수신료 체제 개편 및 수신료 인상 문제와 맞물려 있다. 다시 말해 정치로부터의
독립과 BBC의 공영성에 의문이 생길 경우, 수신료 인상 및 이와 관련된 제도 개혁을 요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디지털
시대를 위한 재원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BBC의 미래도 보장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차기 사장 선임은 공영방송 본연의 존재 의미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BBC 전체의 연쇄 인사로 이어질 가능성 차기 사장 문제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은 바로 사장을 뽑는 BBC 이사회(Board of Governors)이다. 이사들은 수상이 임명하는데, 최근 부이사장에 노동당 진영의 콕스경이 임명되었다. 노동당 정권은 올 여름 안으로 두 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할 예정이다. 노동당 정부는 BBC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크리스 스미스 문화부 장관은 BBC의 공영성에 대한 비판도 결국 이사회의 책임이라고 지적하면서, 젊은 이사의 보강을 주장해 왔다. 이사회에 대한 노동당 정부의 비판은 블랜드 이사장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하다. 2001년에 임기가 끝나는 크리스토퍼 블랜드 이사장은 보수당 정권 때 임명된 보수당 사람이기 때문이다. 차기 사장 선임 문제는 BBC 내부 인사와도 관련이 있다. 현재 4000여 명의 프로그램 제작진을 거느리면서 BBC 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의 하나로 꼽히는 론 닐 BBC Production 사장이 올 가을 은퇴하게 되고 윌 와이어드 BBC Broadcast 사장 역시 내년 가을이면 자리를 떠난다. 이들 자리에 대한 경쟁이 차기 사장 선임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국장들은 총국장급인 BBC Production 사장 자리와 BBC Broadcast 사장 자리를 노리고 있고, BBC의 차기 사장을 꿈꾸는 총국장급들은 국장들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언론들은 결국 BBC가 조직 전체의 연쇄 인사 회오리에 휩쓸릴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버트 사장 자신은 정작 초연한 모습이다. 그는 5개월 전부터 공석으로 있는 부사장을 정식으로 임명하지 않고 차기 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알려진 윌 와이어드를 부사장 서리에 앉혀 놓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정식으로 부사장에 임명되는 사람이 차기 경쟁 구도에서 가장 유리한 입지에 설 수 있으며 그 결정권은 버트 사장에게 있음을 의미한다. [김근우/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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