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대륙의 북서부에 위치한 콜롬비아의 방송은 보수·자유 정당간 무력항쟁이 계속되던 시대에 구축된 국가시책을 바탕으로 정부가 독점적으로 지배·관리운영해 온 국가로, 중남미 지역에서도 방송의 민주화가 늦어진 특이한 나라였다. 이러한 콜롬비아가 지금 크게 변화하고 있다. 90년대에 시작된 경제의 자유화 정책을 바탕으로 마침내 방송의 민주화·자유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주변의 중남미 제국과 마찬가지로 구미의 미디어 자본이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디지털 위성방송도 시작되었다.

콜롬비아 방송 변혁의 동인(動因)과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살펴본다.

삼페르 대통령의 자유화 정책

방송에 대한 국가통제 색채가 강한 콜롬비아에서 방송개혁이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은 1995년부터이며, 개혁을 추진한 인물은 1994년 정권을 장악한 현 에르네스토 삼페르(Ernesto Samper) 대통령이다.

방송개혁이 추진된 중요한 배경에는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에 걸쳐 시작된 이 나라의 경제 자유화·민주화로의 전환 움직임이 있다.

1991년에 제정된 신헌법으로 우선 항공, 전화 등 공공 서비스의 민영화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마침내 방송분야에도 밀어닥쳤다. 1994년의 대통령선거에서 삼페르 후보(현 대통령)는 방송개혁을 주장하며, 대형 프로그램제작회사에 의한 독점체제의 폐지, 국회의원과 대형 프로그램제작회사와의 유착 근절 등을 호소했다.

삼페르는 대통령 취임 후 이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1995년, 1996년 계속해서 방송법 개정에 착수했다. 따라서 콤롬비아의 방송개혁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1995년 1월 20일에 성립된 신방송법(Ley 182 de 1995)의 내용을 볼 필요가 있다.

방송개혁의 주요 내용

신방송법은 전 6부, 65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요내용은 ①독립기관 CNTV의 설립, ②국영 텔레비전·라디오방송국의 조직 재편, ③자국 제작 프로그램 비율의 제정, ④외자 비율의 상한선 설정, ⑤케이블TV와 위성방송의 유료TV 합법화, ⑥상업방송의 도입 등이다. 이 내용을 항목에 따라 살펴보기로 하자.

방송개혁의 첫째 중요점은 방송을 감독하는 독립기관 CNTV(Comisión Nacional de Televisión : 전국텔레비전위원회)의 설립이었다. 그 목적은 말할 것도 없이 방송을 정부의 손에서 떼어내 독립된 기관에 맡기는 것이었다. 새로이 설립된 CNTV는 방송정책의 수립, 방송전파와 프로그램 내용의 관리, 프로그램사업자의 입찰, 지방국·전국 네트워크국의 관리 등 방송사업에 있어 중요한 권한을 갖게 되었다. 이로써 콜롬비아의 방송제도는 처음으로 중립적인 독립기관의 손으로 넘겨지게 된 것이다. 이 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은 '성질과 기능'('CNTV'의 제1장)과 '조직'(제2장)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다. 또, CNTV의 최고결정기관인 이사회는 5인의 이사로 구성되며 임기는 4년(제 6조)이다.

개혁의 두번째 중요점은 '조직의 재편'(제5장)이다. 결국 국영 텔레비전·라디오방송국(Inravisión : Instituto Nacional de Radio y Televisión)과 국립인 프로그램제작회사(Audiovisuales) 등 정부의 방송관련기관에 대한 조직 개정이 실시되는 것이다. 특히, 국영 텔레비전·라디오방송국에 대해서는 그때까지 정부가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권한의 일부가 CNTV로 이관되었다. 그 결과, '국영 텔레비전·라디오방송국은 라디오와 텔레비전방송의 실시와 운영, 교육·교양 프로그램의 방송을 목적으로 한다.'(제62조)는 것에 한정되었다. 한편 국립인 프로그램제작회사는 주로 '제3 채널의 프로그램 제작과 개발에 주력하며, 제1, 2 채널의 프로그램제작회사로서 입찰자격을 갖는다.'(제61조)고 규정되었다.

변혁의 세번째 주요사항은 최근 증가 경향을 보이고 있는 외국 프로그램의 유입에 대처하는 기준이 처음으로 설정된 것으로, 콜롬비아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의 최저 비율이 상세히 정해졌다는 점이다. '방송의 내용'(제2장 제33조)에 따르면, 전국방송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55%,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40%, 주시청시간대(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는 70%, 오후 10시 30분부터 오전 0시까지는 55%로 정해져 있으며, 토요일 및 경축일의 주시청시간대는 60%로 규정되어 있다. 이는 미국이나 주변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프로그램의 범람을 막으려는 것이 목적이다.

외국자본의 진출에 대해서도 새롭게 규정되었다. '프로그램제자회사에 대한 외국자본의 출자비율은 15%를 상한으로 한다.'(제34조)고 외자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제까지 전혀 규정이 없이 제멋대로였던 유료TV에 대해 처음으로 규정이 마련되었다.(제4장 '유료TV') 그 결과, 위성방송과 케이블TV가 합법화되고 동시에 유료TV를 설립할 때의 조건과 자격이 규정되었다. 이 목적은 국경을 넘어 흘러들어오는 외국방송을 재송신하여 이익을 얻고 있는 사업자를 규제하는 데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전환은 상업방송의 도입이다. 최초의 전국 네트워크인 지상파TV 2채널의 도입이 인정되어 1997년 11월 경쟁입찰을 거쳐 참여가 결정되었다. 마침내 민간자본이 소유·운영하는 상업텔레비전방송국이 개국한 것이다. 방송개시는 1998년 봄 이후로 예정되어 있으며, 면허기간은 10년이고 그 후 10년 연장도 가능하다.

유료TV에 비해 시청자의 경제적 부담이 적은 상업텔레비전의 시작은 콤롬비아 텔레비전 역사상 획기적인 일이다. 상업텔레비전 낙찰자의 결정에 대해 유력지인 '엘 에스펙타도르(El Espectador)'는 사설에서 '프로그램의 오락성과 창조성이 결여되어 있으며, 체제 수호적인 뉴스를 방송해 온 국영 텔레비전의 단점을 보완하게 될 것이다.'고 언급하며, '방송계는 마침내 수준 높은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성을 향해 나서게 되었다.'며, 시청자의 선택 폭이 확대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신방송법은 1996년 12월, 다시 일부가 개정되었다(Ley 335 de 1996).

텔레비전 방송의 현황

방송개혁을 거친 콤롬비아의 방송계는 어떻게 변모되어 갔는지 우선 전국 네트워크의 변화를 통해 그 현황을 살펴보자.

전국 네트워크에 의한 텔레비전방송은 1997년 현재 <표 1>과 같이 국영 3채널이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 가운데 제1 채널인 카데나 우노(Cadena Uno)와 제2 채널인 카날 아(Canal A)는 모두가 종합편성이며 광고방송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3 채널인 세냐르 콜롬비아(Sen？B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