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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통권 64호] 일본, V칩 논의 활기 속에 우정성도 도입 검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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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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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V칩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모토로 예전에 없이 도입론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최근 빈발하고 있는 중학생의 흉악 범죄가 자리하고 있다. 나이프로 여교사를 살해하거나 경관의 권총을 탈취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청소년 관련 흉악 범죄가 늘고 있는 추세이다. 청소년 흉악 범죄가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TV 프로그램이 미치는 영향도 함께 거론되기 시작했다. 아직 TV와 폭력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논거는 미약하지만, 이미 동기를 갖고 있는 인간은 영향을 받고 또한 범행 수법을 모방하는 경우가 있다는 연구 결과는 제시되어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보강시켜주는 모방심리의 한 예가 버터플라이 나이프 소동이다. 주인공이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휴대하고 다니는 드라마 덕에 한때 버터플라이 나이프가 품귀 현상을 보인 적도 있다. 또한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사용한 범죄 사건이 다발하기도 했다. V칩 도입론을 강화시켜주는 또 하나의 배경은 미국의 V칩 도입 움직임이다. 미국은
2000년 1월까지 13인치 이상의 TV 수상기에 V칩을 내장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준비가 한창이다. 그러나 미국이 V칩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기까지는
40여 년의 논의과정을 거쳤던 경위가 있는 만큼 방송국측의 자율규제 및 현행 테두리 안에서의 자구노력에 대한 논의도 없이 갑작스레 V칩
도입론이 제기된 데 대해 방송계 일각에서는 의아해 하는 눈초리이다. 특히 우정성, 문부성 등 행정계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새로운 방송의
간접규제로서 자리잡지 않을까 하는 경계감도 일고 있다. 행정계는 도입에 의욕, 방송계는 신중 최근 들어 V칩 도입 논의를 둘러싼 행정측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자민당 특별위원회 및 3월 말 총리관저의 '관련 전문가 회의'에서 잇따라 TV의 폭력장면에 대한 대책이 논의되었다. '관련 전문가 회의'에서는 V칩 도입 의견이 제시되었다. 3월 31일 중앙교육심의회(문부대신의 자문기관)는 방송계 및 우정성에 V칩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4월 9일의 자민당 '소년 범죄 방지 및 건전 육성에 관한 특별위원회'에서는 정령 등으로 내용규제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대두될 정도였다. 이와 관련하여 우정성은 V칩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연구회를 4월 말 발족시켜 표현의 자유와의 정합성, V칩 도입 효과, 프로그램 등급 지정의 주체 등을 중심으로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방송계는 V칩 도입에 대해 대체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민간방송연맹의 우지이에 회장은 "소년 범죄를 TV 영향만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도입에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입장을 시사했으며 NHK 에비자와 회장도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는다는 방송 사업자의 자주적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도입할 생각은 없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TV 프로그램 등급 기준 모호 V칩은 프로그램 사전 차단장치로 부모들은 방송국의 프로그램 등급을 참고로 어린이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프로그램을 설정하여 차단시킬 수 있다. 문제는 방송국이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등급을 매기느냐이다. '폭력' 및 '알몸' 장면이 나오는 횟수로 단순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뉴스 및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의 폭력 장면까지 규제해야 하는 건지, 예술작품에서 누드와 포르노를 어떻게 재단해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칼싸움 장면도 삭제해야 하는 경우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모든 프로그램을 조사한다면 등급 작업은 방대한 양에 이를 것이다. 또한 여론의 반발을 우려하는 방송국이 기획단계부터 등급을 지정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거나 광고주도 보수성향의 프로그램을 선호하게 된다면 방송국의 표현영역은 좁아들 것이고 주체적인 판단성을 상실할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종전보다 과격한 장면들이 당당하게 방송될 가능성도 있다고 핫토리(服部孝章) 릿교대학 교수는 지적한다. '보는 것은 시청자의 책임'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방영 불가로 여겨졌던 작품을 방송할 수 있다는 계산하에 미국의 영화회사가 도입에 지지를 보인 것도 동일한 맥락이라 할 수있다. 가정내 교육이라는 측면에서도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하는 학자도 있다. 일본 상지대학의 音好宏 교수는 V칩의 도입으로 부모와 자식간에 방송내용과 관련하여 좋은 점과 나쁜 점, 폭력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대화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V칩 자체에 의문을 표시하는 의견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V칩은 규제라는 틀 속에 청소년을 언제까지라도 가두어 두는 꼴이 되기에 청소년 스스로가 정보를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는 힘을 배양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미디어 정보를 바르게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시청자를 길러내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에 근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 읽기(media literacy)를 학교교육에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일본에서 V칩에 대한 논의는 '다채널 시대, 시청자와 방송에 관한 간담회'에서 처음으로 실시됐다. 간담회 최종 보고서('96년 12월)에서는 방송업계의 자율규제는 불충분하며 시청자의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도, V칩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방송계는 폭력 및 성 표현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 수립을 게을리 해 왔다. NHK가 2월 말 방송국 내에 '소년 프로젝트'를 발족시킨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방송국측은 이제껏 프로그램 내용에 관한 문제는 방송 사업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워 반박해 왔다. 그러나 청소년의 흉악 범죄가 잇따르자 "표현의 자유를 내거는 것만으로는 설득력이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상태로는 방송계측이 도입 반대만을 외쳐서는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공산이 크며 나름대로 자율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상황인 것 같다. <김영덕/일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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