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63호] 영국 정부와 머독, 공동으로 BBC 공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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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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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가 지난 해 정권을 잡게 된 데에는 다수의 신문과 BSkyB를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Rupert Murdoch)의 공로가 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영국의 방송계는, 토니 블레어의 정권 획득 1년을 맞이하면서 이 두 파트너가 서서히 공동전선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고 긴장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현재의 공영체제를 민영화하는 방안을 포함해 BBC의 근본적인 개혁에 관한 논의를 전개하고 있고, 머독 또한 BBC에 대해 신랄한 비난을 가하고 있다. 영국 정부의 BBC에 대한 개혁 논의는 전통적인 공영방송 보호주의 노선에서 벗어난 탈규제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에서, 또 머독의 시장개방 주장은 무한대의 기업 확장을 노리는 미디어 기업의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내주고 있어 관심을 끈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인 크리스 패튼의 회고록 출판 거부 및 이탈리아의 Mediaset사
인수와 관련한 블레어 총리와의 연계설 등으로 최근 몇 달 동안 영국 언론계에서 비난의 초점이 되어 온 머독은 최근 독기 서린 목소리로 BBC를
공격하고 나섰다. 4월 6일 버밍햄에서 열린 유럽 미디어 회의에 참석한 머독은 영국의 지배 계층 특히 정치인들은 공영방송 사상에 빠져 BBC의
보호에만 열중함으로써 세계적인 흐름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지배 계층들과 BBC가 한 마디로 '연고주의'에 빠져 자신의 회사인
News International의 영향력에 대해 히스테리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이 때문에 BBC는 정부의 규제와 정치인들의 지원에
힘 입어 모든 영향력을 집중하는 건전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중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에 대해 정부나 규제권자를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머독, 보호주의 철폐 주장 그의 주장은 한 마디로 영국의 전통적인 미디어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보호주의를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는 규제나 연고주의에 의지한 보호주의가 아니라 변화와 진보의 장으로 들어서고 있으며, 모든 자원들이 국경을 초월해 자유롭게 흐르고 이를 통해 점점 경쟁이 강화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영국은 공공이익이라는 이름하에 특권을 특정집단에게만 부여하는 보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세상의 흐름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보호주의 포기론의 초점은 BBC에 모아졌다. 머독은, BBC의 책임자인 존
버트(John Birt) 사장이 뉴미디어 시대는 가난한 사람들을 정보 혜택에서 소외시켜 하층 정보 계층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말했지만,
BBC가 영향력을 한 손에 쥐고 있는 한 그런 위험은 민영방송 부문이 아닌 BBC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에서는 누구도 국영방송인
BBC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더욱 우려스러운 일은, 유럽의 국영방송 연합인 EBU가 방송 분야의 경쟁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BU는 지난 수년 동안 카르텔을 형성해 스포츠 프로그램의 구입에 거의 독점적인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BBC와
ITV에게 디지털 지상파방송의 운영권이 자동적으로 돌아간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 밖에도 그는, 시청자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BBC의
24시간 뉴스가 민영 매체인 케이블텔레비전을 무료로 이용함으로써 자신의 24시간 뉴스 채널인 Sky News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장관, 재원 조달 방식의 개혁 구상 머독이 BBC에 대해 신랄한 비난을 퍼부어대던 그 시기에 블레어 정부도 BBC 개혁안을 구체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크리스 스미스 문화 미디어 스포츠 장관은 BBC의 구조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특히 수신료에 의존하는 현재의 재원 조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방송계에서는 재원 조달 방식의 변화는 75년 BBC 역사에 있어 가장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미스 장관은, BBC가 개혁해야 하는 이유는 공공에게 서비스해야 하는 BBC 본래의 사명에 더욱 충실하고 멀티채널 시대에 고품질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스미스 장관은 또한 가디언誌와의 인터뷰에서 2002년에 갱신되는 BBC의 수신료
수입 체제를 바꾸기 위해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BBC의 개혁을 주장하는 여러 단체 및 사회 지도층과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원 조달 방식의 변화와 함께 이사회 체제로 이루어진 BBC의 경영구조 개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구조의 변화와 관련하여 스미스 장관은 민영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BBC가 민영화한다 하더라도
이익에만 골몰하는 천박한 상업방송과는 분명히 구분될 것이며 정부와 독립적이면서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BBC의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민영 이중구조 검토 민영화와 관련해서는 현재 공민영 이중구조가 고려되고 있는데, 배후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안은 수신료를 지불하는 시청자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게 하는 방식으로, BBC가 현재보다 정부의 규제로부터 더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정부로부터 매년 받는 약 2억 5000만 파운드의 재정 지원 대신 경영 참여의 대가로 시청자들로부터 더 거둬들이겠다는 것이다. BBC에 대한 지출을 절감하기 위해 노동당 정부가 BBC를 이중구조로 바꾸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중구조보다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현재의 수신료 수입 체제를 가입료 체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한다. 그는 또한, BBC가 수신료 수입으로 제작하는 프로그램과 현재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업적인 목적의 프로그램을 차별화하도록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BBC가 미국의 Flextech와 합작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료 텔레비전 사업과 미국의 Discovery사와 합작한 국제 프로그램 공급사업을 염두에 둔 말이다. 한편 스미스 장관은, 앞으로의 미디어 정책은 보호주의가 아닌 경쟁주의를 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문화의 미국 식민지화를 막기 위해 유럽에서 가장 보호주의적인 미디어 정책을 펴고 있는 프랑스조차 최근
들어 '기회는 위기와 함께 온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텔레비전을 볼 때 규제라는 제도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라는
문화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청자들의 이익을 위해 규제 제도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규제 완화는 멀티채널 시대의 시청자들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텔레비전 시대에서 인터넷 시대로
정보 전달 체제가 변화함에 따라 정부의 규제는 전혀 필요 없어진다는 돈 크뤽생크 전 통신규제위원장의 의견에는 반대했다. 최소한의 정부 개입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정부와 머독,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에서 일치 결국 영국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나 머독의 주장은 시장을 개방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점에서 영국 정부의 정책은 국내외 특히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문화주권을 위해 국내 미디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유럽 전체의 정책에 전면으로 배치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다른 유럽 국가들로부터 공격을 받는 것은 최근의 현상이 아니다. 이미 영국은 '89년 대처 수상 당시부터 유럽 국가들의 공동노선에서 벗어나면서 항상 '비유럽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그때도 문제는 머독이었다. 당시 유럽 국가들이, 각국의 텔레비전은 적어도 51% 이상 유럽산 프로그램으로 채워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경 없는 텔레비전' 강령을 채택했을 때 대처 수상이 이를 거부했는데, 그 이유가 당시 갓 출범한 머독의 Sky Television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미디어 비평가들은 이러한 비유럽적인 정책으로 인해 영국에서 미국 프로그램이 판을 치게 됐으며 한때 미디어 상품의 대미 수출입 역조는 4000만 파운드에서 2억 2000만 파운드까지 치솟게 됐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머독의 Sky Television이 미국 프로그램을 마구 수입해서라고 그 탓을 돌렸다. 이들은 그나마도 상황이 악화되지 않은 것은 영국의 국내 프로그램 산업의 하부구조를 튼튼히 유지하고 있는 공영방송 BBC 덕분이라고 분석하면서 공영방송 체제의 유지 강화를 지지한다. [김근우/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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