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63호] 프랑스, 텔레비전의 책 광고 부활을 둘러싸고 논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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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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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OECD 국가들 중 텔레비전에서 책이나 잡지를 광고하지 못하도록 법령으로 정한 유일한 국가이다. 프랑스의 출판계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책 광고와 관련한 프랑스만의 독특한 예외조항을 폐지시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독일에서는 텔레비전 뉴스 마지막에 책을 소개하는 대가로 돈을 지불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텔레비전을 통해 단행본보다는 출판사나 전집류를 광고하는 편이다. 스페인에서는 1975년부터 텔레비전에서 책 광고를 할
수 있는데 문화상품이라는 이유로 광고비의 30%를 할인받는다. 또한 저자가 스페인이거나 라틴 아메리카 출신일 경우 추가로 50%를 더 할인해
준다. 이 때문에 스페인 출판사의 40% 이상이 텔레비전을 통해 책 광고를 한다. 멀티미디어의 등장으로 편법적인 책 광고 가능 지난 1996년 12월 Fabbri 출판사가 '모험의 도서관'이라는 백과사전을 텔레비전을 통해 광고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러한 돌발적 상황에 전국출판조합(SNE)이 방송위원회(CSA)에 사건을 제소했고 CSA는 광고를 중단하도록 명했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작년 9월 또 발생했다. 프랑스의 유명한 백과사전인 '쁘티 라루스'의 1998년 개정판을 씨디롬과 책으로 동시에 출간하면서 라루스 출판사가 씨디롬을 텔레비전을 통해 광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쁘티 라루스' 책과 같은 제목, 같은 내용, 같은 표지로 된 씨디롬을 광고하면서 책과 혼동되도록 교묘히 광고를 한 데에서 문제가 야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러한 편법에 대해 CSA나 SNE 어느 쪽도 광고 중단을 요구할 수 없었다. 이에 편승하여 아쉐트 출판사도 '전우주'라는 백과사전을 같은 방법으로 광고했다. 이렇듯 출판사들이 씨디롬과 같은 멀티 미디어들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책은 광고가 금지된 반면, 같은 내용의 씨디롬은 텔레비전에서의 광고가 가능한 모호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프랑스에서 텔레비전을 통한 책 광고가 금지된 주 이유로 SNE의 회장인 세르쥬 에롤은 윤리 문제를 든다. 즉, 어떤 검열도 받지 않고 거의 전적인 자유를 구가하는 책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광범위한 시청자층을 갖고 있는 텔레비전에서 광고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광고할 수 있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군소 출판사들을 보호하면서 모든 출판사들에게 공평한 광고 기회를 주기 위해서이다. 현재 30초짜리 텔레비전 광고의 평균가격은 약 40만 프랑인데, 단가가 120프랑인 책이 2만 부 팔릴 경우 광고에 할애할 수 있는 비용은 7만 2000프랑에 불과하다. 따라서 수천 개의 출판사 중 텔레비전 광고비를 감당할 수 있는 출판사는 몇 되지 않는다. 그러나 멀티미디어의 등장으로 새로운 출판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텔레비전의 책 광고를
무조건 금지할 수만은 없게 됐다. 이에 따라 SNE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4월 말까지 이 문제와 관련한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조치했다. 조만간
책 광고 금지에 대한 SNE의 입장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출판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텔레비전을 통한 책 광고 문제에 대한 출판계 내부의 의견은 다양하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책 광고 허용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는 출판사가 반드시 대형 출판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즉 단순히 규모가 큰 출판사보다는 사전류를 전문 출판하는 측이 보다 적극적이다. 이들 출판사가 보기에 책은 지식을 전달하는 대량소비 상품이기 때문에 텔레비전을 통해 광고를 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텔레비전을 통한 책 광고가 허용될 경우, 몇 가지 나쁜 결과들이 초래될 수 있다. 우선 현재 책과 저자들에 대한 일종의 광고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문학 프로그램들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결국 출판계는 비용이 그다지 많이 들지 않는 광고수단을 잃게 되는 셈이 된다. 또 책 광고에 할당된 출판사의 비용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텔레비전을 통한 책 광고가 허용될 경우, 신문, 잡지에 대한 광고 투자가 현저히 줄어들게 되어 경영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한 예로 '르 몽드'지의 경우, 책 광고가 없어지게 되면 문화면이나 문학 부록면들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된다. 따라서 텔레비전을 통한 책 광고를 무차별적으로 허용하기보다는 청소년 관련 서적이나
사전류 등에만 한정하거나 특별 광고가격을 적용하는 등의 조건부 허용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신문, 잡지사들도 텔레비전을 통한 광고 원해 이러한 출판계의 움직임과 때를 같이 해, 신문, 잡지사에서도 CSA에 텔레비전에서의 광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신문잡지조합(SPMI)은 신문과 잡지를 텔레비전에서 광고할 수 있어야 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들었다. 우선 텔레비전은 청소년들의 준거 매체인데, 바로 이 청소년들이 내일의 신문, 잡지의 독자층을 형성하게 된다는 점이다. 더구나 프랑스의 청소년 잡지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 상태에 있다. 또 텔레비전을 통한 광고는 상품의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를 촉진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한 예로 내용, 가격, 독자층이 같은 '쿠오(Quo)'라는 잡지가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동시에 발매되었지만 텔레비전 광고 덕분에 스페인에서의 보급률은 75%나 더 높았다. SPMI는 또 다른 이유로 그 동안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협찬을 통한 간접 광고나 잡지와 카세트, 씨디, 씨디롬 등을 함께 묶어 판매하는 편법 등으로 사실상 잡지가 텔레비전을 통해 광고돼 오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유명무실한 광고 금지 조치를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든다. 게다가 유럽연합의 구체화로 더 이상 프랑스만의 예외조항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 또한 텔레비전을 통한 잡지 광고 허용을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을 강화시켜 준다. 하지만 신문, 잡지계 일각에서는 텔레비전을 통한 잡지 광고 허용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중 영향력에 있어서 텔레비전의 우위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비싼 텔레비전 광고요금 또한 잡지 광고 허용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이다. <주형일/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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