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3월 12일 방송사업자들과 학부모 그룹, 미국영화협회가 지난해 고안한 방송등급 시스템을 승인했다. 의회는 2년 전 TV산업계에 부모들이 어린이에게 부적당한 프로그램을 차단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라고 명령했었다.

제조업체들은 앞으로 등급시스템에 따라 일부 프로그램을 차단시킬 수 있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TV에 부착하여야 한다. V칩이라고 불리는 이 장치가 장착된 새로운 TV수상기는 금년 내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1월 1일까지, 13인치 이상의 모든 수상기는 이 작은 칩을 부착하여야 한다. 일부회사에서 이미 기존 TV수상기에 달아서 V칩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컨버터 박스를 제작하였고, 금년 여름부터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100달러 미만이다.

NBC와 케이블 회사 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만 제외하고, 모든 주요 방송사업자들과 케이블 네트워크는 프로그램이 시작한 후 15초동안 스크린 한쪽에 새로 결정된 등급을 제시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프로그램을 나이와 내용에 따라 표시해 준다. V는 폭력, S는 외설적 내용, L은 욕설을 의미하고, D는 성적 암시를 주는 대화를 의미한다. NBC와 Black Entertainment는 V, S, L, D표시를 거부하고 나이에 따른 분류만 사용한다.

TV에 있어서 V칩은 자동차의 안전벨트나 약병의 안전마개만큼 중요한 것임이 증명될 것이라고 마키(Edward J. Markey)의원이 말했다. 그는 1993년 이 법안이 처음 제안되었을 때, V칩이라는 말을 만들어 낸 사람이다.

FCC 위원장인 케나드(Kennard)는 V칩이 '수정헌법 제1조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부모들에게 권한을 부여하여' '기술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실례가 되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네트워크는 처음 1996년 통신법에 명시된 V칩 법안에 따르기를 거부하며 수정헌법 제1조를 방패막이로 내세웠다. 그러나 입법안은 산업계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자발적인 시스템을 제안했고, 산업계가 개발을 거부할 경우에만 FCC가 대안적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했다.

네트워크와 방송산업계의 주요 이익단체들(NBA, NCTA)은 학부모 그룹과 정치인들의 강요에 못이겨 마침내 마지 못한 '자발적' 동의를 이루어 낸 것이다. 관련 산업계와 다양한 공공이익 집단들이 모니터 그룹과 함께 등급을 부적절하게 적용하는 네트워크에 경고하겠지만, 공공의 압력외에 다른 강요 메카니즘은 없다.

정치인들, 학부모 그룹, 다른 네트워크들은 NBC와 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을 비난해 온 반면, FCC의 퍼치가트-로드(Furchgott-Roth)위원은 이들을 칭찬했다. 그는 FCC의 오전회의에서 "나는 NBC와 BET의 용기와 꿋꿋함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들은 자발적인 가이드라인을 강제적 규제로 바꾸려는 정치적 압력에 저항해왔다."라고 주장하며 "그들의 자주성은 비난이 아니라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일부는 NBC가 V,S, D, L 표시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차단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NBC의 방송기준과 내용정책담당 부사장인 와인만(Rosalyn P. Weinman)은 "오히려 그 반대가 될 것이다. NBC의 프로그램들은 나이에 따라 분류되어 있어 부모들이 더 많이 차단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V칩은 Y에서 TV-MA까지 구분된 여섯 개 나이 그룹에 따라 차단할 수도 있고, 내용(V, S, D, L)에 따라 차단할 수도 있으며 두가지를 다 사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자녀가 폭력적 프로그램을 시청하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부모라면 나이 분류는 무시하고 'V'라고 표시된 프로그램은 차단하도록 입력하면 된다. 만약 외설물을 못보게하고 싶다면 TV-14(14세이하 금지)로 표시되는 프로그램을 차단하거나, S혹은 D가 표시된 TV-14 등급 프로그램만을 차단할 수도 있고, V가 표시된 TV-14 등급 프로그램만 차단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