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는 지난 10여 년 동안 큰 변화없이 지속돼 온 텔레비전산업과 영화산업간의 상호 의존관계에 점차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작년에 개국한 위성방송사들간의 경쟁, 독립영화제작사를 보호할 목적으로 '영화산업 연락사무소(Blic)'와 '제작자·감독 협회(ARP)' 사이에 체결된 협정, 그리고 올 가을 새로 제정될 방송법에서 거론될 영화관련 조항 등이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는 변인들로 작용하고 있다.

방송사들, 수입의 일정량을 영화산업에 의무적으로 투자

1980년대 초부터 프랑스의 지상파텔레비전 방송사들은 법에 의거하여 일년 순수입에서 적어도 3%는 유럽 영화 제작에, 이중 최소한 2.5%는 프랑스어로 된 영화에 투자해야 한다. 투자액의 최대 50%는 각 방송사가 만든 제작사를 통해 타사와의 공동 제작에 쓸 수 있으며, 나머지는 작품의 선매 형식으로 투입된다. 바로 이러한 제도 덕분에 프랑스 영화가 자국내 영화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할 수 있었다. 실제로 1997년 한 해 동안 방송사가 영화산업에 지출한 돈은 5억 4300만 프랑에 달했고 프랑스 영화는 자국내 영화시장의 35%를 차지함으로써 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자국 영화의 국내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러한 법적 규제는 1997년 여름에 체결된 Blic과 ARP 사이의 협정에 의해 더 강화됐다. 이 협정은 방송사들로 하여금 의무 투자 금액의 75%를 독립제작사에 할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 협정의 세부조항은 제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데 지상파방송사들과는 달리 케이블과 위성방송사들은 현재 이러한 법적 규정을 적용받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 가을 개정될 방송법에 의해 지상파방송사들이 지켜야 하는 의무규정과 비슷한 형태로 케이블과 위성방송사들에게도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영화산업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Canal Plus

편성의 중점을 영화와 스포츠에 두고 있는 Canal Plus는 개국 초부터 영화 제작을 활성화하고 극장 관객수를 감소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며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 훨씬 많은 돈을 영화산업에 투자해 왔다. 현재 Canal Plus가 영화 방영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선매 형식으로 영화산업에 투자하는 금액은 연간 총 수입액의 20%에 달하는데, 이 중 9%는 프랑스어로 된 영화에, 3%는 유럽 영화에 할애된다. 1997년 Canal Plus는 모두 108편의 프랑스 영화에 투자했는데 이는 작년 한 해 동안 제작된 영화의 86%를 넘는 규모이다. 투자액은 7억 6600만 프랑에 달한다. 또한 Canal Plus는 작년에 총수입액의 1%에 해당하는 9000만 프랑을 영화관 시설 보수에 투자했다.

전체 프로그램의 45%를 영화로 편성하고 있는 Canal Plus는 연간 180편의 프랑스 영화를 포함해 총 450편의 영화를 방영한다. 이 중 48%는 타 방송사들의 전파를 결코 타지 않을 영화들이고 텔레비전을 통해 처음 방영되는 영화가 100여 편에 달한다. 게다가 Canal Plus는 얼마 전 방송위원회 CSA로부터 원칙적으로 영화 방영이 금지된 금요일 저녁에도 100만 명 미만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 한해 밤 9시 이후에 방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냈다.

프랑스 영화의 TV 방영 쿼터제

영화산업에 대한 투자 의무규정 이외에 방송사가 영화에 관련해 준수해야 하는 조항이 영화 방영 쿼터이다. 1년 동안 방송사가 방영할 수 있는 영화의 총 편수는 192편인데 이 중 104편을 프라임타임대에 방영할 수 있다. 방영 영화의 60%는 유럽 영화여야 하고 이 중 40%는 프랑스어 영화여야 한다. 쿼터제가 제정된 1980년대 후반에는 영화 관객수의 감소 현상으로 쿼터로 텔레비전이 방영할 수 있는 영화 편수의 상한선을 정하려고 했었다. 반면에 현재는 영화 관객수가 증가 추세에 있기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이를 텔레비전이 방영해야 하는 영화수의 하한선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계의 입장과는 달리 방송계는 프랑스 영화가 질적으로나 양적인 면 모두에서 프라임타임대에 방영되기에는 부족하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모든 지상파방송사들이 이러한 쿼터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약 200여 편 이상의 프랑스 영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 방송계의 주장이다. 또 부족한 200여 편을 제작한다 하더라도 그 모두가 좋은 영화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프랑스 영화 쿼터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같은 영화의 재방송이 불가피하고 이것은 결국 수적인 면에서 압도적 우세에 있는 미국 영화에 밀릴 수밖에 없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TF1 Films Production, France2 Cinema, Le Studio Canal Plus와 같이 방송사에 의해 설립된 제작사들은 쿼터제를 준수하면서 시청률을 유지하기 위해 프라임타임대에 방영할 영화들을 일반 영화사와 공동 제작하고 있다. 각각 1년에 15∼20편 정도 제작되는 이들 영화는 프랑스 영화산업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각 방송사의 사정에 부응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영화 방영 시기 자유화

영화의 텔레비전 방영 시기 또한 점차 단축되고 있다. 1989년 '국경없는 텔레비전(TSF)'의 지침에 의하면, 방송사가 영화를 방영하기 위해서는 공동 제작한 영화가 아닌 이상, 영화가 처음 상영된 날로부터 24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1997년 6월 TSF에 의해 새로 제시된 지침은 이러한 시간차를 폐지하고 쌍방간의 계약에 의해 작품별 또는 그룹별로 방영 시기를 자유 결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지침은 올해 말까지는 프랑스 법에 의해 성문화 될 예정이다.

[주형일 프랑스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