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61호] 독일의 언론인, '전면적' 도청으로부터 보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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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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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도 국가기관으로부터의 '전면적' 도청에서 보호받게 되었다. 지난 금요일(3월 6일) 최종적으로 연방상원을 통과한 도청관계법 조정안은 언론인은 물론 증언 거부권이 보장되는 모든 직업 종사자들에 대한 도청을 금지하고 있다. 범죄조직의 수사를 돕기 위해 마련된 일명 '전면적 도청'(Großer Lau- schangriff) 법안은 원래 야당인 사민당(SPD)과의 합의하에 지난 1월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바 있다. 이 법안은 연방의회 의원, 목사 및 신부, 그리고 형사소송의 변호사를 제외한 전국민에 대한 전면적 도청을 허용하고 있어, 고객이나 정보원의 절대적 신뢰가 필수적인 의사 및 변호사를 비롯, 특히 언론의 거센 반발을 샀다. 사회적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자 연방상원의 다수당인 사민당은 관계법안 중 주거 공간에 대한 도청을 허용하는 헌법 수정안은 통과시키고, 도청 관계법안은 내용을 수정하도록 조정위원회에 넘겼다. 연방의회와 상원간의 이견을 조정하는 조정위원회는 뷴트니스 90/그뤼네를 포함하여 야당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위원회에서 다수의 힘으로 통과된 사민당의 조정안은 도청 금지 대상을, 증언 거부권을 가지고 있는 약 20여 개의 직종으로 대폭 확대시켰다. 이 조정안이 3월 5일 연방의회(찬성 329, 반대 322표)를 통과하고, 다음날 상원에서도 승인되었다. 집권당인 기민/기사당이 의회의 표 대결에서 야당에 패배하기는 1983년 이래 처음이다. 이 법안에 따라 애초의 연방의회 의원, 목사 및 신부, 그리고 형사소송 담당 변호사 이외에 일반 변호사, 의사, 언론인, 약사, 조산원, 조세 상담인, 공증인, 마약 상담인들도 국가기관의 전면적 도청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이번 도청법안에 따라다니는 '전면적(groß)'이라는 단어는, 현재도
합법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전화 도청과 수색, 압수 등의 '부분적(klein)' 도청에 대한 상대적 의미이다. 앞으로 '단순히 범행 혐의가
있을 경우', 혐의자가 머물거나 그럴 것으로 예상되는 공간에 대한 도청이 허용된다. 첩보영화에서 보여지는 최첨단의 각종 도청장치보다 훨씬
발전되어 있는 국가기관의 도청장비와 기술들이 적용될 뿐 아니라, 당사자 모르게 장비의 설치를 위하여 합법적으로 사무실이나 개인 주거지에
침입할 수 있다. 수색은 당사자나 제3자의 입회하에 가능하고, 전화 도청은 당사자 및 직접적 관계자로 도청 범위가 한정되지만, 공간에 대한
도청에서는 혐의자와 직접적 관계가 없는 사람뿐 아니라, 제3자나 우연히 그 장소에 있게 되는 사람들도 포함된다. 정보 제공자와 언론인간의 신뢰감 상실 우려 이번 헌법 개정은 실질적인 망명법 폐지와 함께 전후 가장 중대한 헌법 개정으로 간주되고 있다. 개인적 거주 공간에 대한 어떤 형태의 도청도 근본적으로 거부하는 많은 사람들은 도청을 위해 헌법을 개정한다는 사실을 헌법에 대한 침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도청법안을 망명법 폐지에 이은 또 한번의 인간 기본권의 침해이자 민주주의의 퇴보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언론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러한 원론적 중요성과 더불어, 자신들에 대한 도청 허용 여부가 언론활동 수행에 아주 구체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영향은 2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실제적인 도청에 의한 것과, 둘째로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도청이 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로부터 나타나는 심리적 불안감이다. 도청을 통해 국가기관은 언론기관 및 개별 언론인의 활동을 아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는 선별적이고 조작적인 정보 통제의 자료로 이용될 수 있다. 편집실의 어느 구석에 도청기가 장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로부터 언론인 자신이 받는 심리적 위축도 문제이지만, 보다 우려되는 것은 정보 제공자와 언론인 사이의 신뢰감 상실이다. 도청을 우려하여 현재에도 정보 제공자가 전화상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지만, 언론인에게 법적으로 정보원을 보호할 권리가 주어져 있어, 개인적 노력을 통해 언론인들은 그나마 정보원의 신뢰를 얻어낼 수 있다. 만약 정보 제공자가 언론인 개인의 의지와 권리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노출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면, 언론인이 그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획득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진다. 특히 정경유착이나 뇌물, 부정부패, 개인적
비리 등은 직접적으로 관계된 사람으로부터의 정보 제공이 없으면, 단서의 포착 자체도 매우 어렵지만 증거의 확보는 거의 불가능하다. 정치나
경제의 주요 권력과 관계되는 비리 폭로의 경우, 명백한 증거의 확보는 내용의 사실 여부와는 별도로 언론인 자신의 사활과도 직결된다. 실제
비판적 언론인에 의해 성공적으로 폭로된 비리 사건들은 많은 경우 사건의 주변 인물로부터 정보와 증거들이 제공되곤 하였다. 만일 언론에 대한
도청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비판적 언론인을 통해 드물게 있어왔던 정치, 경제 권력이나 국가기관의 폐쇄된 핵심부에서 발생하는 비리의 폭로는
그나마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비판적 대변자로서의 언론의 특수성 인정 언론인에 대한 도청을 허용하는 원래의 법안이 연방의회를 통과하자 ARD와 ZDF가 정규 뉴스시간을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였으며, 독일언론인연합(DJV)도 강력하게 항의했다. 정치, 시사 잡지 슈피겔(Spiegel)은 이를 2월 2일자 표지 기사로 다루면서, 경찰이 함부르크의 슈피겔지 본사를 점령한 '1962년 슈피겔 사건 이후 가장 위험한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슈피겔, 98. 2. 2, 21쪽)로 규정했다. 슈피겔은 도청법안에 대해 '부분적으로 명백히 위헌적이다.'(34쪽)고 보고, 만일 정부안대로 통과될 경우 헌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임을 밝혔다. 한편 슈피겔의 편집장인 슈테판 오스트(Stefan Aust)는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언론인이 도청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도청법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아울러 밝히고 있어, 도청에 대한 언론의 격렬한 저항 이면에는 기본권 침해로서의 도청 문제 자체보다는 전술한 바와 같이 직업적 특수성과 관련한 우려와 두려움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청 대상에서 제외되려는 이러한 노력을 언론인 특유의 특권 의식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상황에 대한 과장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언론인의 증언 거부권은 타 직종의 경우와는 달리, 1대 1의 사적 관계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며 공적인 비판적 대변자로서의 언론인의 성격을 전제한다. 연방 헌법재판소도 언론인의 증언 거부권이 정보 제공자의 사적인 이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특별한 보호를 필요로 하는 자유 언론의 독특성에 근거하는 것'으로 판시한 바 있다. 반면 사민당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도청 금지 대상의 확대를 '승리'로 환호하는 것은 전체적인 맥락에 대한 왜곡으로 볼 수 있다. 도청법안은 '사적 거주 공간은 불가침이다.'라고 아주 단순하면서도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3조에 대한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사민당은 감히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고, 입법을 주장하는 집권당도 성공에 대한 큰 기대 없이 수년동안 여·야 사이의 협상만 해 왔었다.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 보수적 목소리가 커지면서 외국인 문제와 범죄 문제가 다른 문제들을 덮으면서 전면에 부각되었다. 올해 9월 선거를 앞두고 점점 '표'를 중요시하고 있는 사민당은 정치적 망명법의 실질적인 폐지안에 이어, 이번 정부의 도청법안에도 동의하여, 헌법 개정안을 연방의회와 상원에서 통과시켰다. 단지 도청 금지 대상의 범위를 둘러싸고, 의사와 변호사, 그리고 언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들을 금지 대상에 포함시켰을 뿐이다. 문제의 핵심은 도청 자체가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 민주적인 법치국가의 이념에서 벗어나지 않고 실현 가능한 도청은 어떤 형식과 내용이어야 하는가, 도청이 본래 목적인 범죄조직의 수사에 실질적으로 유용한가 등이었지, 어떤 직종이 도청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는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몇몇 직업 종사자들을 제외한 전 국민이 자신의 직장과 가정에서 도청당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사민당으로서도 환호할 만한 일은 분명 아니다. <김기범/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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