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61호] 일본, 텔레비전의 폭력, 성 표현 규제 논쟁 재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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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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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다시금 TV의 저속, 폭력 표현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일본 TV방송에서 폭력 및 성 표현의 강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경향과 함께 14세 미만 어린이의 범죄가 증가 추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의 범죄 또한 과거와 달리 절도, 강도 등 강력 범죄가 두드러진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유력 주간지 '슈칸 분츲(週刊文春)'은 '텔레비전이 병들고 있다'라는 제목의 시리즈 기사를 게재해 TV 표현의 과격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또 3월 들어서는 방송행정과는 직접 관계가 없는 문부성 장관마저도 미국의 선례에 따른 'V칩'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TV의 폭력 및 성 표현에 대한 제동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일련의 TV폭력 비판 여론이 예상 외로 큰 파문을 일으키게 된 직접적 계기는 드라마 <기프트>의 주인공이 가지고 다닌 버터플라이 나이프였다. 한 중학생이 교사를 찌른 사건이 있었는데, 이 학생은 능수능란하게 나이프를 흔들어대는 주인공의 모습에 매료되었다고 진술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드라마의 방영 이후에 일본 전국에서 버터플라이 나이프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기야는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의 소지품을 검사하기까지 했다. 후지에서 작년에 방송된 이 드라마는 올 초부터 각 계열국에서 재방송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문제의 파급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방송 중지를 결정하는 곳이 잇따랐다. 이 드라마를 재방송중이었던 도카이TV는, 마지막 3회분의 방송을 취소했다. 도카이TV 홍보선전부장은 '문예춘추'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와 범죄와의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말할 수 없지만,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사용한 범죄가 실제 발생하는 상황에서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청소년에 대한 영향을 우려해 자율적으로 방송을 중지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센다이TV도 재방송 계획을 취소했고, 사가TV에서는 마지막회에 "이 장면에서 사용되고 있는 흉기를 정당한 이유 없이 휴대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는 문구를 내보내기도 했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문제 사실 문제가 된 드라마 <기프트>가 유별나게 폭력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주인공이 버터플라이 나이프를 휴대하고 다닌다는 설정 자체가 공교롭게도 문제를 일으킨 데 불과하다. 폭력 표현만 보자면 실로 경악할 만한 내용으로 가득 찬 드라마도 많다. 일본 드라마의 경우는 폭력 표현이 대단히 사실적이며, 때로는 지나치게 길게 묘사된다. 보는 이에게 혐오감을 줄 정도이다. 최근 충격적인 폭력 표현으로 화제가 된 작품으로는 <고교 교사>('93년, TBS), <한 지붕 아래>('93년, 후지TV), <인간 실격>('94년, TBS), 그리고 현재 방송중인 <聖者의 行進>('98년, TBS)을 들 수 있다. 이 모두가 노지마 신지라는 인기 극작가의 작품이다. 노지마 신지는 90년대 방송계 최고의 인기작가로, 가정 내 폭력, 학교의 이지메 문제 등 사회문제를 그려내면서 오랫동안 터부시되어온 테마에 도전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어왔다. 내용이 자극적인 만큼 시청률 또한 매번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높다. <고교 교사>는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던 한 여고생이 교사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다는 얘기이고, <인간 실격>은 학원 내 이지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었으며, 지금 방송되고 있는 <聖者의 行進>에서는 농아, 정신지체아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문제는 테마 자체가 아니라 자극적인 표현에 있다. 방송에서 터부시되어온 사회문제를 정면에서 다룬다는 명분하에 겉으로는 정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은 곳곳에 필요하지 않은 자극적인 장면 묘사를 삽입하는 방법으로 시청률 확보를 노리는 이른바 '동기 자체가 불순한 위선적 정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방송가의 관행상, 시청률이 높으면 표현의 문제는 덮어지기 일쑤이다. 높은 시청률은 일종의 면죄부가 되는 것이다. 일본 방송가에서는 흔히 얘기되는 '이기면 관군'이라는 속담이 가장 적절하게 현실을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유명무실한 방송기준 물론 자율적 윤리기준은 마련되어 있다. 또 각 방송사에도 일본민간방송연맹의 '방송기준'에 입각한 자체적인 방송기준이 존재한다. 18장 134조로 구성된 '방송기준'은 인권, 아동 및 청소년에 대한 배려, 범죄 표현, 성 표현 등에 대한 원칙을 나름대로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폭력 표현의 경우, '폭력 행위는 그 목적 여부를 불문하고, 부정적으로 취급한다(59조)', '폭력 행위의 표현은 최소한에 그친다(60조)', '살인, 고문, 폭행, 사형 등 잔학한 느낌을 주는 행위, 그 밖에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과대 또는 자극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61조)'는 규정이 있다. 또 폭력 장면의 횟수를 줄이도록 노력할 것, 살해 장면은 반복해서 방영하지 않을 것, 폭력에 의해 받은 고통의 표현은 반복해서 클로즈업하지 않을 것 등의 부대 항목도 있다. 그러나 업계의 자율적인 윤리기준이 흔히 그렇듯이 일본 민방련의 방송기준도 실제로는 거의 유명무실한 존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방송 업계에서는 이 방송기준의 구체적인 내용은 물론 존재조차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저 사원연수 때 읽어보는 정도이고 일상적인 업무에서 의식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정확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성 표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일본 대중문화의 대담하고 외설스러운 성 표현은 현대뿐 아니라 전통예술을 보더라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특별난 데가 있지만, 최근 방송된 <실락원>이라는 드라마의 경우는 방송사의 자율적 윤리기준인 방송기준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 당초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 드라마는 원래 유명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가 '96년 니혼게이자이 신문에 연재해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고, 이어 영화로도 제작되어 히트한 화제작이다. 이러한 원작의 인기에 힘입어 TV 드라마로도 제작, 방영되었는데, 원작, 영화를 능가하는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가 여과 없이 방영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시청률면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제작, 방영사인 니혼TV측은 청소년의 시청을 피하기 위해서 방송시간을 밤 10시대로 결정했지만, 슈칸 분츲사가 실시한 설문 조사의 결과를 보면 방송시간으로 청소년의 시청을 방지한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도쿄도 내의 남녀 중학생 311명에게 물어본 결과, 84명이 이 드라마를 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4명당 한 명이 시청한 꼴로 시청률은 무려 25%에 달해 성인의 경우보다 높다.
심야 버라이어티는 무법지대 심야시간대는 더욱 무법지대이다. TV도쿄의 <길가메쉬 나이트>라는 프로그램이 원조격인 심야 에로틱 버라이어티라고 부를 수 있는 일련의 프로그램들은 그 내용을 소개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저속하기 이를 데 없다. '슈칸 분츲'에 인용된 한 제작회사 사원의 말은 이렇다. "현장은 음모와 성기가 노출되지 않으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분위기이다. 위(감독 관청인 우정성을 지칭)로부터 지적을 받는다고 해도 프로그램에 관록이 붙는다는 정도의 의식이다. 분명히 말해서 아무런 윤리 의식도 없다. 방송국 측에서도 시청률이 좋지 않거나, 책임 추궁을 받았을 때는 제작회사를 갈아치우면 그만이라는 정도의 분위기이다." 앞서 소개한 방송기준의 성 표현 관련규정은 제11장에 있다. 그 내용은 '성에 관한 내용은 시청자에게 곤혹, 혐오감을 주지 않도록 주의한다', '성적 범죄, 변태 성욕, 성적 도착 등을 다룰 때에는 특별히 주의한다', '전라는 원칙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육체의 일부를 표현할 때는, 저속, 외설스러운 느낌을 주지 않도록 특히 주의한다'는 등의 6개 조로 이루어져 있다. 또 부대 해설 조항으로서, '육체의 일부를 묘사할 경우라도 유방, 엉덩이, 허벅지 등을 묘사할 때는 자연히 한계가 따른다.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서는 특히 외설스러운 느낌이 강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카메라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등의 해설도 첨부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일본 방송의 프로그램을 보면 이러한 조항들의 존재가 우스워질 정도로
온갖 성적 범죄, 변태 성욕, 성적 도착 등이 혐오스럽게 표현되고 있으며, 더욱 자극적인 앵글을 찾기 위해 각종 궁리를 다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다시금 부상되는 'V칩' 도입 논의 이런 상황에 대해 방송행정 감독기관인 우정성은 방송법에 규정된 이상으로 프로그램 내용에 대해 체크 및 감독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고, TV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한 기준은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우정성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청소년 보호의 명분을 내세워 방송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적이 있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또 한 쪽의 명분론이 대립해 제대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재작년에는 미국에서 V칩 제도가 도입된 데 영향을 받아, 우정성에 '다채널화와 시청자에 관한 간담회'를 설치해, V칩의 도입 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 있지만, 시기상조이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문부성 장관이 3월 초에 청소년 강력 범죄 증가 추세를 우려하며, V칩 제도를 일본에서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다시금 논쟁이 본격화될 전망된다. 1960년대 일본 방송계에서는 '1억 총 백치화' 논쟁이 제기된 바 있었고, 1980년대 후반의 나카소네 수상 시절에는 심야 프로그램에서 '알몸'이 사라진 전례가 있다. 당시 나카소네 야스히로 수상은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우정성에서 체크해 경고를 발동하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한 바 있고,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각 민방은 일제히 몸을 움츠리는 이른바 '자숙 무드'가 방송계를 지배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의 '자숙'은 알몸뿐 아니라 정치 보도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본의 언론학계 및 언론계에서는 언론기관이면서 동시에 오락매체인 방송이 갖는 한계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자율적인 윤리기준을 준수함으로써 권력의 개입을 방지하는 자주적 노력의 필요성도 깨달았다. 지금 그 교훈이 다시금 되새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황성빈/일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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