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60호] 독일의 연방헌재, 단신 보도의 권리 인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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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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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월 2월 17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현재 전 방송사에 보장되어 있는 단신 보도의 권리를 '합헌'으로 판결했다. 각 州들은 1991년 방송국가협약을 통해 단신 보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방송국가협약 '5조 : 단신 보도(Kurzberichterstattung)'의 규정은 '유럽에서 허가된 모든 방송사'에게, '공개적이며 공공의 관심 대상인 행사'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보도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이 단신 보도의 길이는 '행사에 대해 뉴스 규모의 정보 내용을 전달하는 데 필요불가결한 정도'로 정의되어 있는데, 자주 반복되는 행사일 경우에는 그 보도 시간을 최고 90초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방정부는, - 행사 주최자가 계약에 의해 방송권을 판매하는 상업적 행사일 경우, 행사 의 무료 방송은 행사 주최자의 직업 자유권과 방송권 구매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며, - 이러한 경제 행위에 관한 사항은 州의 입법권에 속하지 않는다 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 상업적 행사인 경우, 행사 중계권이나 방송권 소유자와 방송 계약을 맺지 않은 방송사도 90초 동안 요약 보도할 수 있다 - 지금까지와는 달리 단신 보도에 대해 방송사는 '적정한'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 5년 이내에 州정부들은 요금의 적정한 수준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고 판결하였다.
단신 보도에 요금 지불 의무 부과 이 판결에 대해 양측 소송 당사자들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방정부를 대리한 고소인 쉘터(Kurt Schelter)는 앞으로 단신 보도에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소송의 핵심을 법원이 확인해준 것'으로 긍정적인 해석을 했다. 피소송인인 WDR의 플라이트겐(Fritz Pleit- gen) 사장은 '공영방송과 전 시청자를 위해 경사스러운 날'로 판결을 평가했다. 상업방송의 입장을 대변한 연방정부측은 한편으로는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판결은 내용적으로 공영방송과 州정부의 입장을 강력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단신 보도에 대해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만, 그 자체가 갖는 의미는 거의 없다. 무료 보도의 권리가 인정되고 있는 현재에도 방송사들은 대부분 방송권료를 지불하거나 2차 방송권을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건은 단신 보도의 '무료', 또는 '유료'의 문제가 아니라, 단신 보도를 허용하느냐, 아니면 금지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판결에 의해 인정된 '90초 동안의 단신 보도권'의 의미는
방송권을 임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데 있다. 90초는 한 행사의 주요 장면을 요약할 수 있는 시간이며, 특히 스포츠
행사의 경우 90초면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충분히 방송할 수 있다. 더구나 몇 개 방송사가 연합하여 단신 보도권을 행사할 경우, 즉 서로
각기 다른 장면들을 방송한다면 경기의 주요 장면을 모두 보여줄 수도 있어 방송권의 독점소유는 무의미하다. 이는 방송권의 독점소유자에게 적절한
가격에 2차 중계권을 판매하도록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했고, 방송사들은 단신 보도권을 이용하는 대신 방송권 구매를 관행으로 받아들였다. 비싼
스포츠 중계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영방송의 경우, 행사 방송권의 소유자가 판매가격을 임의로 정한다면, 재정적으로 이에 발맞추기는 매우
힘들어질 것이다. 판결은 임의적인 가격 상승으로 단신 보도 권리의 의미가 유명무실해져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방송에 관한 절대권은 州 소유임을 재확인 이번 판결로 방송에 관한 한 州가 절대권을 지닌다는 원칙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방송권의 가격을 행사 주최자와 방송사가 협상하여 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연방정부의 주장과는 반대로, '법으로 규정'하도록 명시하고, 법의 제정권도 州에게 부여하고 있다. 뉴미디어, 멀티미디어, 또는 커뮤니케이션 관계법 등 방송과 연관되는 논의가 있을 때마다 州와 연방정부는 담당권과 입법권을 둘러싸고 줄다리기를 벌이곤 했는데, 이번 판결은 주의 입장을 확인, 강화시켜 준 셈이다. '이정표가 되는 기본원칙의 결정'으로 판결의 의미를 강조하는 라인란트-팔츠州 수상 베크(Kurt Beck)의 심중도 이러한 맥락에서 헤아릴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직접적 주제였던 축구 중계와 단신 보도의 이해관계를 넘어, 정보 자유의 의미와 그에 대한 근본적인 보장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방송에서 보도되는 정보의 원천이 하나로 국한되어서는 안되며, 다양한 해석과 시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상 자체에 대한 접근과 보도의 가능성이 다양하게 보장되어야 함을 확인해 주었다. '정보 독점은 자유로운 의견 형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해로울' 뿐 아니라, '방송 독점권을 가진 자가 임의로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방송 자유에 대한 기본적 표상'과도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정보의 자유와 방송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어, 장래 방송에 관한 논의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보의 상품화로 일반적인 정보마저도 구매능력이 있는 소수만이 접할 수 있는 특수정보로 둔갑하고 있다. 채널의 수는 외형적으로는 급증하고 있지만 채널의 원천은 일부 거대자본의 손에 독점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보의 자유는 정보의 양과 전달 채널의 다양성뿐 아니라, 정보원천 자체의 다양성을 포함한다고 보는 인식은 매우 의미가 있다. <김기범/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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