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주의 방송 전문가들은 '4차 방송국가협정 개정안을 위한 토의안'을 마련하고, 지난 2월 3일 관련 방송기관과 단체를 초청하여, 그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1997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행의 제3차 개정 방송국가협정을 또 다시 개정하려는 의도는 지난 해 6월 30일로 시행중인 유럽연합의 새 '텔레비전 지침'을 수용하기 위해서이다. 담당 입안자들은 이번 토의 초안에서 기술적으로 변화된 방송환경에 적응하는 차원에서 기존 내용을 개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내용들도 추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개정되거나 추가되는 내용들은 크게 대규모 행사의 중계에 관한 규정, 광고에 관한 규정, 청소년 보호에 관한 규정, 개인 신상정보 처리에 관한 규정, 그리고 디지털텔레비전 시장에서의 자유경쟁에 관한 규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1. 大행사의 (생)중계에 관한 새로운 규정

유럽연합의 지침에 맞추기 위해 새로이 추가된 규정(5a조)이다.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행사'를 '大행사'로 정의하고, 이러한 행사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채널을 통해 전 가구의 2/3 이상이 무료로 수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로는 특히 ①하계, 동계 올림픽, ②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와 축구 월드컵 대회의 개막전, 준결승, 결승전, 그리고 독일팀의 전 경기, ③독일 프로축구 준결승, 결승, ④독일 축구 대표팀의 국내, 원정 경기, ⑤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 중에서 독일팀의 결승전 경기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2. 광고에 관한 규정

광고와 텔레쇼핑에 대한 정의가 새로 추가되었다. 상품과 용역의 판매를 '일반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하는 방송'으로 텔레쇼핑을 정의하면서 이를 허용하고(공영방송에서는 금지), 그 규정 내용들을 추가하였다(예를 들면 '광고…'라는 문안이 '광고와 텔레쇼핑…', '광고 또는 텔레쇼핑…'으로 수정된다). 규정안에 따르면, 텔레쇼핑이 미성년자로 하여금 직접 상품의 구매와 계약을 유도하거나 부추길 수 없다.

또한 프로그램의 전체적 인상이 왜곡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상광고를 허용한다. 축구장 주변과 같이 현장 광고판에는 특정 상품의 광고가 고정되어 있지만,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기술적 조작을 통해 그 광고판의 내용이나 문안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는 없는 그림이나 문안을 화면상으로는 축구장의 잔디밭에 그려 넣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의 광고를 가상광고라고 한다.

후원광고에 관한 규정에는 담배 제조회사의 후원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이 추가된다. 의약품 회사에 의한 후원광고일 경우, 회사 이름이나 이미지만 후원자로서 광고되어야 하며, 그 회사의 구체적 상품들이 언급돼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보충된다.

현재 ARD가 상업방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프로그램 시간 산정 문제에 대해서는 애매한 제안을 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방송시간을 산정할 때, 중간에 삽입된 광고와 텔레쇼핑의 시간을 산입(안)해야 한다.'고 부정사를 괄호에 넣었을 뿐 아니라, 그 문장 전체도 다시 괄호로 묶어 놓고 있다. 현재 상업방송들은 프로그램의 방송시간에 광고시간을 산입하여 계산함으로써 광고의 횟수를 늘리고 있는데, ARD는 이를 위법적 관행으로 비판하고 있다.

3. 청소년 보호에 관한 규정

특수한 수신 장치를 필요로 하는 성인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되는 시간대의 폭이 넓어지는 대신,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음성이나 소리를 통해 성인 방송임을 알려야 하며, 프로그램의 전 방송시간 동안 경고 내용을 자막으로 보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4. 정보 보호에 관한 규정

초안에 따르면, 기존의 '47조 정보 보호'가 '47조 개인 신상정보 처리에 관한 기본 규정'으로 제목이 바뀌고, 내용도 전면적으로 개정된다. 덧붙여 47a조에서 47f조까지 6개 항목이 추가되어, 내용들이 구체화되고 세분화된다.

5. 케이블 채널과 디지털 채널의 배정에 관한 규정

'채널 배정의 우선 순위는 각 주의 법에 따른다.'라고만 되어 있던 내용에 덧붙여, 그 규정들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즉 채널의 1/3은 주의 법에 따라 배정하고, 나머지는 방송사의 수, 프로그램의 다양성(종합 프로그램, 무료 프로그램, 부문 채널, 외국어 채널 등)과 의견의 다양성 등의 측면을 고려하여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6. 디지털텔레비전 시장의 자유경쟁에 관한 규정

디지털텔레비전 시장에서 디지털방송의 송신과 수신에 대한 기술적, 기계적 장치를 통한 독점을 방지하는 규정들이 보충, 보강되었다. 디지털텔레비전의 송·수신을 위한 제반 조건들을 마련하고 이를 판매하는 기업(디지털 플랫폼의 제공자)은 디지털 프로그램을 방송하려는 사업자들에게 균등하고 차별없는 방송조건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당 州매체관리공사가 규정의 이행 여부를 감독하게 되는데, 규정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매체관리공사는 해당 디지털 플랫폼 제공자의 기술적 장치나 송·수신 방식을 금지시킬 수 있다.

7. ARD, ZDF의 온 라인 프로그램 방송에 관한 규정

ARD와 ZDF의 인터넷을 통한 정보, 뉴스 프로그램의 방송과 관련하여, 초안은 '(정규 본방송) 프로그램과 관련된 내용을 위주'로 방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현재 법적 논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영방송과 상업방송, 신문/잡지 출판업자와의 갈등에 직접적인 답을 피하고 있다. 상업방송과 출판업자들은 공영방송의 디지털 뉴스 프로그램이 방송법에 의해 허용되어 있는 보조 프로그램의 범위를 넘어, 독립적 프로그램의 성격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그외 기본 초안에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지만, 다시 토론되리라 확실시되는 것이 공영방송의 광고에 관한 규정이다. 현재 공영방송의 광고에 관한 논쟁의 폭은 광고의 전면 금지로부터 광고시간 확대까지 매우 넓다. 슈톨테(Dieter Stolte) ZDF 사장은 지난 1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적어도 스포츠 중계의 경우 저녁 8시 이후에도 공영방송에서 광고를 허용하여, 점점 비싸지는 중계권료를 보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사회민주당(SPD)의 일각에서는 오래 전부터 공영방송의 광고 시간을 늘려 상업방송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현재 전국 州방송위원회의 회장인 라인란트-팔츠州 수상(SPD) 베크(Kurt Beck)도 이에 호의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CDU/CSU) 진영에서는 공영방송에서의 광고를 전면 금지시켜 상업방송의 광고 수입을 증대시켜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초안은 "이름 그대로 토의 자료일 뿐, 각 주의 담당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직 통일된 것이 아니다."라고 조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라인란트-팔츠 州의 담당관 드레비츠(Hans-Dieter Drewitz)는 강조했다. 3월 18일로 예정되어 있는 州수상회의가 끝난 후에야 좀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내용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의 규정에 따라 올 연말까지 개정 협정안이 의회의 승인을 얻을 수 있기 위해서는, 州 수상들은 늦어도 여름까지는 제4차 개정안에 합의를 보아야 한다.

[김기범/독일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