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59호] 영국, BBC 규제 강화 주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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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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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방송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민영 텔레비전방송, 민영 라디오방송을 비롯해 출판계까지 가세한 연합팀이 BBC에 대한 새로운 규제장치를 마련하도록 정부측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유는 BBC가 상업적 행위를 일삼고 있으며 이 때문에 상업 언론사들이 피해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활동은 의회로까지 번져 정쟁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존 버트(John Birt) BBC 사장은 BBC 75주년 기념연설에서 "요즘의 BBC는 75년 역사 중 그 어느 때보다 공익에 봉사해야 한다는 BBC의 기본이념에 충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BC의 상업성에 대한 다른 언론사들의 공격에 대해 일종의 대답이자, 나아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BBC의 방침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셈이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BBC가 본연의 공익적 책임을 저버리고 점점 상업화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 온 ITV 연합, 민영라디오연합(CRCA), BSkyB를 비롯해 영국의 방송사들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들은 BBC의 상업성을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의회가 구성한 미디어 문화체육기준 소위원회(CMSSC)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CMSSC는 텔레비전, 라디오, 통신, 컴퓨터 분야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들의 융합(Convergence)이 필연적이라는 전제하에 새로운 미디어 규제방안을 연구 조사하기 위해 의회가 구성한 기구이다. 언론사들은 이 소위원회에 BBC의 공익적인 책임 부분에 대해 보다 강력한 규제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의견서들을 제출해 놓고 있다. CRCA는 소위원회에 제출한 독자적인 의견서에서 BBC의 공익에 대한 책임 부문은 보다 투명하고 구체적으로 적시돼야 하며, 나아가 BBC의 역할과 구조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BBC는 방송 시장의 흐름을 왜곡시킬 수 있는 어떠한 상업적 행위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CRCA는, BBC가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공정거래청'이 BBC에 대한 규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ITV 연합 역시 현재의 BBC에 대한 규제장치의 문제를 제기, 현재 정부가 쥐고 있는 BBC에 대한 통제권을 독립기구인 '독립텔레비전위원회'(ITC)와 '라디오위원회'에 넘길 것을 요구했다. 이 밖에도 이들은 3월까지 머독의 BSkyB 및 잡지출판계 등과 공동으로 BBC에 대한 새로운 규제장치의 마련을 요구하는 또 다른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디지털 시대를 앞둔 공·민영간의 구조적 갈등 언론사들의 움직임에 대해 CMSSC는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으나 "현재의 5년 회계기간이 끝나는 2002년 이후의 BBC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또 다른 의회 기구에서 BBC의 조직과 예산 문제에 대해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혀 BBC의 상업성 문제를 둘러싼 언론사간의 갈등은 정치적인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언론계의 불만을 불러온 가장 최근의 사건은 BBC의 광고성 시사홍보 프로그램의 방영이다. 지난해 9월 BBC는 존 한스를 비롯해 영국의 많은 인기 가수들이 공동 제작한 <퍼펙트 데이(Perfect Day)>의 뮤직 비디오를 자사 홍보용 프로그램으로 방송했다. 당시 CRCA를 비롯한 민영방송계에서는 이 뮤직 비디오의 방영을 놓고 '명백한 상품 광고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조사를 정부측에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BBC의 상업성에 대한 최근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는 것이 상업방송사들의 지적이다. 즉 BBC는 최근 몇 년 동안 끊임없이 상업적인 성격의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으며 이를 통해 기업광고와 다름없는 행위를 지속해 왔다는 것이다. 언론사들이 공동연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BBC의 상업화 경향이 일과성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다. 다시 말해 BBC의 상업화 배후에 깔린 정부의 정책적인 고려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대처에서 메이저로 이어지는 전임 보수당 정권은 집권기간 동안 BBC에 대해 상업적인 노력을 강구할 것을 권장해 왔다. 시청자들로부터 걷어들이는 수신료 수입으로 턱없이 부족한 재원을 이를 통해 보충하라는 것이었다. BBC의 상업적 노력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는 보수당으로부터 정권을 이어받은 블레어의 노동당 정권에서도 변함없다. 물론 영국 정부의 이런 정책은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기 위해 BBC가 앞으로 쏟아 부어야 할 30억에서 50억 파운드에 이르는 재원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결국 현재 벌어지고 있는 영국 방송계의 갈등은 엄청난 재원이 투자되어야 하는 디지털방송이라는 차세대 방송질서를 둘러싸고 공영방송과 민영방송간에 빚어지고 있는 구조적 갈등차원의 문제라고 하겠다. "BBC의 규제 강화보다는 민영방송에 대한 규제 완화가 절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 갈등이 규제기구 및 규제질서의 재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ITV 연합이나 CRCA, BSkyB 및 잡지출판업계는 우선 당장에 BBC의 상업적 행위에 대한 정부의 보다 확고하고 강력한 통제책을 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들은 그 동안 정부가 취해온 입장을 감안할 때 그 같은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요구로 효과적인 결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디지털방송이 본격화될 경우, 새로 시작할 BBC의 몇몇 채널들은 민영 케이블텔레비전 방식처럼 가입자로부터 직접 이용료를 징수하거나 광고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들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희박한 BBC에 대한 규제 요구보다 차라리 정면대결을 위해 민영방송사들에 대한 현재의 각종 규제책들을 대폭 완화하는 등의 대대적인 규제구조의 재편을 요구할 것으로 영국 방송계는 예측하고 있다. 즉 상업화하는 공영방송 BBC와의 보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민영방송에 대한 규제 역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리라는 것이다. 이는 바로 영국 방송계의 규제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과 그에 따른 방송계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송계의 새로운 판짜기는 이미 구체적으로 그림이 제시되고 있다. BBC 라디오들의 상업성에 골머리를 앓아오고 있는 CRCA는 BBC 라디오들을 이 기회에 아예 상업화해서 민간기업에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CRCA는 단기적으로는 BBC 라디오 1의 상업화가 경쟁의 강화를 불러올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체 민영라디오 방송계의 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한편 BBC는 민영방송계의 공격에 대해 공영방송의 미래 위상에 대한 논의라기보다 시장점유율이 줄어드는 데 대한 투정일 뿐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BBC의 대변인은 "민영방송사들은 BBC의 상업적인 성격을 꼬집기 전에 BBC가 얼마나 공익적인 서비스를 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라"고 주장, BBC의 상업적인 움직임이 결국 공익적인 프로그램의 제작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임을 암시했다. 그러나 영국 방송계에서는 BBC의 상업성 강화는 결국 BBC의 바탕인 시청자들의 지지를 갉아먹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근우/영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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