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방송국의 교차소유 제한규정을 둘러싸고 공화당 의원들과 FCC 사이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현재 갈등의 초점은 FCC의 명령에 따라 3월 22일까지 WDZL Miami TV 방송국을 팔아야 하는 Tribune Broadcasting에 맞추어져 있는데, 상원 통상위원회(Commerce Committee) 의장인 공화당의 존 맥케인(John McCain)은 FCC가 신문-방송간 교차소유에 관한 규정을 공개적으로 검토할 것을 원하고 있다. 그는 1996년에 제정된 통신법에 따라 FCC가 동일 시장 내에서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제한하는 규정을 올해 재검토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3월 22일까지 Miami 방송국을 팔도록 고집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1996년 FCC의 신문-라디오 교차소유 규정 재심사가 곧 있을 것이라는 이유로 대중매체사무국이 Walt Disney사의 신문 혹은 라디오에 대한 권리박탈 시한을 연장해 준 바 있다. 이러한 사례를 근거로 그는 교차소유 금지 규정에 관한 공개적 검토가 예정되어 있는지, 더불어 1998년 내에 심사하기로 되어 있는 규정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밝히도록 FCC에 요구하고 나섰다.

이러한 공격에 대해 FCC는 3월 22일 이전에 허가된 지역 신문이나 방송국의 교차소유 제한규칙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확인한 바 있다. 통신법에 따르면 FCC는 2년마다 모든 규정을 재검토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규정에 대한 심의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규정의 적용을 미룬다면 결과적으로 모든 규칙들이 유명무실해진다는 것이다. 작년 말 FCC 의장인 케너드는 모든 소유 관련 규정들을 재심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일단 내부 심사를 거쳐 수정 혹은 삭제가 필요하다고 결정된 규정들에 한해 공개논의에 부치겠다고 했었다.

이에 대해 공화주의자들은 의회가 FCC에 2년마다 규정들을 재심사하도록 규정한 것은 FCC로 하여금 과거에 채택된 규정들이 여전히 필요한지 공중의 광범한 참여를 기반으로 현재의 상황과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여 재검토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FCC가 이 취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현재 상원뿐 아니라 하원의 통신위원회 의장인 공화당의 타우진(Tauzin) 역시 교차소유 제한규정을 공개토론에 부치도록 요청하고 나섰다.

Tribune사, "교차 소유 규제는 시대착오"

한편 재판 당사자인 Tribune사는 Sun-Sentinnel 신문과 작년에 Renai- ssance Communication으로부터 사들인 Miami TV 방송국을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판결에 불복, 대법원 상고까지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월 16일 DC 항소심에서 3명의 판사로 구성된 패널은 동일 시장 내 TV 방송국과 신문사의 교차 소유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의 적용을 무기한 연기해 달라는 Tribune사의 요청을 기각했다.

법정에서 Tribune사는 케이블방송국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현 시점에서 신문-방송국의 교차소유를 금지하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그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Sun-Sentinnel 신문은 해당 시장에서 발행 부수 2위를 차지하고 있고, Miami 방송국은 시청률에서 7번째인데, 이러한 사실이 신문이나 방송국 모두 매우 경쟁적인 시장에서 운영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 1996년 Walt Disney사가 Capital Cities 방송국을 샀을 때 교차 소유 금지 규정의 적용을 무기한 연기 받은 선례가 있다는 것도 Tribune사가 내세우는 논리 가운데 하나다.

이번 DC 항소심의 판결은 교차소유 금지규정의 적합성보다는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것으로, Tribune사는 항소를 법원이 아닌 FCC에 먼저 했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사실 Tribune사는 '97년 방송국을 사들일 때 교차소유 금지규정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했었다. 예상대로 통신법에 따라 FCC는 해당 규정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긴 했지만, 3월 22일 이전에 결정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FCC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FCC 의원은 교차소유 금지규정을 철폐하자는 제안이 제기된 바는 없지만 포괄적인 심의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Disney사에 대한 규정 적용 연기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당시 이미 규정을 수정하기 위한 제안이 고려되고 있었고 결국 Disney사는 신문을 팔았기 때문에 Tribune사의 판결에 대한 적절한 선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FCC의 입장이다.

FCC 내에서도 의견 분열

교차소유 문제는 이미 오랫동안 미디어 소유와 관련, 첨예한 현안 가운데 하나였다. 1988년 언론 재벌 머독은 뉴욕의 WNYW 방송국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New York Post를 팔아야 했다. 5년 뒤인 1993년 의회가 뉴욕에서의 교차소유 금지 완화를 결정한 다음에서야 FCC는 그에게 당시 거의 망해가고 있던 New York Post를 다시 살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이것이 FCC가 교차소유 금지 적용을 무기한 연기한 최초의 결정이다. 1989년 머독은 보스턴에서 Boston Herald를 지키는 대신 WFXT 방송국을 팔았고, 5년 뒤 신문을 자사 중역 한 사람이 운영하는 회사에 매각하는 대신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Fox Network의 주요 전초기지 역할을 해 왔던 WFXT 방송국을 다시 사들이기도 했다.

결국 미디어의 교차소유 규제를 둘러싼 쟁점은 다양성의 확보로 집약될 수 있겠는데, 1월 중순 열린 ALTV(Association of Local Television Sta- tions) 회의에서는 TV업계의 소유관련 규정을 둘러싸고 FCC 위원들간에도 정파에 따른 견해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즉, 헤럴드 퍼치가트-로드(Harold Furchtgott-Roth)나 마이클 파월(Michael Powell) 같은 공화주의자들은 월요일 텔레비전 편성표의 복사본까지 들고 나와 텔레비전 방송 편성에 나타난 다양성을 부각시키면서 FCC는 변화하는 미디어시장 여건에 따라 관련규정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수잔 네스(Susan Ness)와 글로리아 트리스타니(Gloria Tristani) 같은 민주주의자들은 편성표상에 나타난 외형적인 선택의 다양성이 실제로 의견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들은 민주주의의 근간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견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데 있다고 역설하면서 교차소유 규제의 정당성을 옹호함으로써, 관련 규정에 대한 합의가 FCC 내에서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노출시켰다. <이은주/미국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