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58호] 영국, 민영방송 ITV의 공영성 강화 전략 | |||||||
---|---|---|---|---|---|---|---|---|
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
|||||
최근 영국 방송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민영방송 ITV의 움직임이다. ITV가 공영방송인 BBC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The Times는 매주 발행하는 '미디어 타임즈'면의 1월 16일자 판에서 4면 중 2면을 할애해 ITV를 분석하기도 했다. ITV의 사장인 리차드 아이어가 취임한 지 100일 만에 내놓은 ITV 회생전략의 핵심은 민영방송답지 않게 '광고주가 아닌 시청자를 위한 방송', 다시 말해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시장의 실지 회복을 위해서 최근 들어 점유율 상승세에 있는 BBC를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ITV가 특히 주공격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곳은 BBC1이다. 리차드 아이어를 비롯한 ITV의 경영진들이 최근 제시한 청사진은 그림만 보여주는 화려한 게임쇼 대신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사실적인 장르에 대한 투자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사실적인 장르는 그 동안 ITV의 취약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물론 드라마나 스포츠에도 새로운 투자를 할 예정이지만 전반적으로 BBC 시청자층이 분포하고 있는 중산층 이상의 부유층과 젊은층을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다. ITV는 또 지금까지 비평가들로부터 가장 많이 지적을 받아온 코미디 장르에 대해서도 손을 볼 예정이다. 데이비드 리디먼트 제작국장은 "비록 지금까지 ITV에 효자 노릇을 해온 코미디 프로그램을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수정을 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락 분야에서 ITV는 코미디언 데이브 바디엘과 프랭크 스키너를 내세워 올해의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인 월드컵을 겨냥한 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고, [얼음의 전사]와 같은 새로운 포맷의 오락물을 선보일 방침이다. 드라마 장르에서도 ITV의 드라마 군단을 이끌고 있는 [불타는 런던]이나 [심장의 고동] 등을 주력으로 삼으면서 BBC를 겨냥해 [운전학교]와 같은 교양성이 강한 드라마를 새로 포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ITV는 한때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10시 뉴스>의 시간대를 옮길 것도 고려했으나 뉴스 제작진들의 반대로 일단 현재대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ITV가 이처럼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BBC는 별로 걱정을 안 하는 눈치이다. BBC의 대변인은 BBC1의 성공은 모든 장르에 걸친
프로그램의 성공에 의한 것이며 단순히 광고주의 구미에만 영합하지 않고 시청자 전체의 이익에 맞추어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ITV가 BBC의 흉내만 낸다고 시청률이 금방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한계 인식 ITV의 고민은 시청률 추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94년에는 시장점유율이 44.3%에 이를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로 점점 떨어져 지난해 말에는 39%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다시 38.8%로 하락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BBC의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ITV의 시장점유율을 하락시킨 경쟁자는 물론 BBC가 아니다. BSkyB와 같이 철저히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위성방송이나 케이블텔레비전의 시장 확대가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ITV가 Ch4나 Ch5 등 민영 공중파방송과 직접 대결하지 않고 공영방송인 BBC를 공략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광고주 때문이다. 만일 ITV가 이들 민영방송과의 전쟁을 선언한 이후에도 실질적인 시장 확대를 이루지 못했을 때는 광고주의 이탈을 막을 수가 없다는 계산에서이다. 실제로 그 동안 광고주들은 ITV의 광고요율이 너무 높다고 불평해 왔다. 다시 말해 광고주들의 신랄한 지적을 일단 우회적으로 피해 보자는 속셈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공중파를 비롯한 케이블 위성방송 등 각종 채널에서 상업적인 프로그램이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더 이상 이런 류의 프로그램으로는 시청자를 흡인하기 어렵게 되었다. 눈앞의 재미를 주지 않음에도 꾸준히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공영 프로그램이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ITV는 자체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미 안팎으로 공감하고 있었다. 지난해 새로운 사령탑으로 Capital Radio의 사장이던 리차드 아이어를 영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아이어의 'BBC 따라잡기' 전략은 ITV의 이미지 제고에도 주목하고 있다. 역시 이번에 새로이 영입된 마케팅국장 존 하디는 현재 ITV의 이미지 개선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하디의 분석에 의하면 ITV의 이미지는 BBC에 비해 현격하게 뒤떨어진다. 지난해 말부터 BBC는 영국의 많은 인기가수들이 같이 부른 'Perfect Day'를 일종의 이미지 홍보용으로 채택해 성공했으며, 세계를 조망하는 거시적인 시야를 강조하기 위해 시도한 지구 모양의 열기구를 이용한 로고 역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고 있다. 하디는 BBC에 비해 ITV의 그간 이미지는 한마디로 '퍼스낼러티'라고 지적했다. 즉 교훈적인 접근을 하기보다는 다음날 직장이나 저녁에 펍(pub)에 모여 화제거리로 이야기할 수 있는 개인들의 인생 이야기에 지나치게 얽매여 왔다는 것이다. 하디는 이미지를 고치기 위해서는 드러내놓고 소리치는 광고보다 프로그램 자체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텔레비전 채널이 폭증하는 멀티채널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사만의 독특한 정체성(identity)의 확립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서 ITV의 이미지 변신은 금년 방송계의 관심사가 될 듯하다. [김근우/영국통신원]
|
||||||||
첨부파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