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대한 독일 국민의 열정은 대단하다. 그래서 독일인을 알고 싶으면 축구 경기장을 꼭 가 봐야 한다는 말도 생겨났다. 따라서 독일의 텔레비전들은 축구 경기를 중계하는 데 혈안이다. 국내 프로 리그인 '분데스 1, 2부 리그'를 비롯해 '유럽컵'이라든지 '챔피언스 리그' 등의 경기들은 모든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중계권을 따기 위해 심혈을 쏟는 것들이다. 덕분에 매년 독일축구협회는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중계권료로 상당한 거액을 챙기고 있다.

이는 독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이탈리아라든지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 대부분의 유럽국가에서는 비슷한 실태를 볼 수 있다. 4년에 한번 개최되는 전세계 축구의 한마당을 주관하는 국제축구연맹도 엄청난 액수의 방송 중계권료를 챙기기는 마찬가지이다. 독일의 미디어 재벌인 Kirch 그룹에서는 몇 달 전 국제축구연맹과의 협상을 통해 2002년과 2006년의 월드컵 중계권을 갖는다는 조건으로 34억 마르크(미화 약 22억 달러)를 지불한다는 계약에 서명을 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현상들은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야기시키는 단초가 되어 시비를 동반한다. 일반 대중 모두에게 시청권이 주어지기보다는 특정한 채널에 가입한 소수의 가입자들만이 시청 혜택을 받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독일축구연맹의 미디어위원회에서는 일단 시끄러움을 진정시키기 위해 '모든 국민의 알 권리로서의 축구경기'임을 부분 인정해 최소한 준 결승부터의 경기는 일반 공중파 채널(중계권을 갖지 않은 방송사를 포함해)의 중계방송을 통해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은 바 있다.(연방 공정거래청에서는 이 사안을 문제삼아 연방 법원에 제소해 놓고 있는 상태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방송사측도 마찬가지이다. 예전과 비교에 폭등하는 중계료(Sat1은 올해의 독일 분데스리그 중계권에 1억 8000만 마르크를 지불해야 했다.)는 광고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많은 광고량의 방송 처리를 위해 방송시간과 방법에 묘안을 짜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전 같으면 스포츠 중계는 가장 적은 돈을 들여 높은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지만, 이제는 높은 중계권료로 말미암아 제작비에 대한 원가 구성이 높아져 중계방송 제작 자체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진 상태이다. 폭등하는 중계료에 방송사 광고량 처리로 고민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시청률이 높은 스포츠 경기의 중계를 전적으로 외면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상업방송의 경우는 많은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유명 스포츠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낮은 방송 중계료를 책정하고 있는 공영방송들은 대부분의 지명도 높은 스포츠 중계들을 상업방송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계권료에 대한 제작비 구성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많은 광고방송을 소화해 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이런 연유로 방송사의 광고 담당자와 광고 대행사들은 묘안 찾기에 상당히 고민들을 하고 있다. 스포츠 중계중에 경기의 흐름이 끊어지는 틈을 최대한 활용하여 광고방송을 내보내는 것(축구 경기에서의 전반전 후의 휴식 시간, 테니스 경기 중 코트 바꿀 때 또는 권투 경기에서의 휴식 시간 등)은 거의 보편화된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나 일정하게 짜여진 시간대에 광고방송을 내 보낼 수 없게 됨에 따라 '광고방송 내보내기는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과 같이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RTL의 한 광고 책임자는 "현재의 광고방송 제한법의 틀 안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광고를 내보내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태이다."라고 주장하며 광고방송 기준의 제한들에 대한 전면적 개편을 주장한다. 광고시간 제한 기준의 철폐 혹은 완화, 블록광고에 대한 원칙 기준의 철폐 등은 그들의 주장 가운데 하나이다.

방송사들은 실질적인 적자 속에 이제 더이상 텔레비전은 유토피아가 아님을 인식하고 광고기준에 대한 대대적 개편 등을 요구하며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방송사들의 스포츠 중계 독점에 대한 환상은 앞으로 지속적인 일반 공중의 권리 침해라는 공격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1997년 12월 현재 독일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스포츠 중계권 관련 제소 사건은 2건으로 다음과 같다.

1. 경기 내용 90초 무료 중계(보도)

연방 정부는 공영방송의 권익을 위해 최소한 90초 동안은 중계권과 관계 없이 '국민 일반의 알 권리'라는 측면에서 방송에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명분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경기 내용 90초 무료 중계(보도)'에 대한 헌법 소원을 신청했다. 사적 재산권 침해 요소의 시비에 대한 심의와 함께 1998년 2월 17일 최종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 현재까지 현실적으로 무료 중계(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2. 무분별한 중계권료 수익에 대한 금지

연방 공정거래관리청은 이미 1994년 독일축구협회가 '유럽컵'이나 '챔피언스 리그'의 독일내 경기에서 챙기는 중계권료에 대하여 위 경기들은 독일 프로축구 리그에 속하지 않는 별개의 경기가 됨에 따라 공정거래 규정에 위반된다고 하여 금지시켰다. 그러나 1995년 베를린의 고등법원 판결은 독일축구협회의 중계권료 수익에 대해 법적 하자가 없음을 인정했다. 결국 연방 공정거래관리청은 헌법재판소에 이 사안을 제소하게 되었고 올해 12월 안에 그 최종 결정이 날 예정이다.

[박노성/독일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