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54호] 영국의 BBC, '전략적 파트너 관계'로 프로그램 공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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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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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공간이 증폭되면서 늘어난 공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 것인가가 영국 방송계의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다소 미시적인 범위 즉 지상파의 기존 채널 체계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예를 들어 본다면, 공영채널인 BBC가 프로그램 제작원을 BBC 자체 프로덕션에 집중적으로 의존하던 과거의 방식을 탈피하고, 외부 프로덕션과 결합하여 경쟁 및 선택의 원리를 지향하는 정책을 추구하는 사례가 있다. 한편 보다 거시적인 차원, 즉 단일 매체의 범위를 넘어서 복합 매체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며, 단일 국가적인 경계를 넘어서 지구문화적인 차원으로 확대한다면, 영국 케이블방송 프로그램 시장의 성장을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BBC 문제가 구체적으로 표면화된 것은 BBC Broadcast와 BBC Produc- tion간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명시한 '전략적 파트너 관계(Strategic Partner- ship)'라는 협약을 계기로 한다. '전략적 파트너 관계'는 지난 9월 25일 BBC 총책임자인 John Birt와 BBC 이사들간에 결정된 내용으로, 실제적인 수행 과정과 효과에 대해 경영자와 실무자간의 논쟁과 대립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일단 BBC 경영자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전략적 파트너 관계'는 국민들의 시청료를 재원으로 하는 공영방송 BBC가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간단히 말하면 대내 프로덕션에 보장되던 프로그램 공급상의 우선권을 점차 줄여나가고 대외 프로덕션 시장의 경쟁 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공영방송 체제의 경영에서 빚어지는 매너리즘을 극복함과 동시에, 프로그램의 신선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 계획은 프로덕션 실무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그들은 이 정책이 지향하는 바대로, 비뉴스 프로그램에 대해서 대내 프로덕션에게 할당하는 제작비용 지원을 전체 프로그램 공급 예산의 60%로 제한함으로써, 프로덕션 운영 및 프로그램 제작에 현실적인 어려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독립프로듀서연합(Independent Producers' Association)은 '경쟁과 제한적 작업 규약(Competetive Act and Restrictive Trade Practices Act)'이라는 이름의 조약에 바탕을 두고 법적인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프로덕션간의 경쟁 가열화 '전략적 파트너 관계'가 공식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내용은 방송사 경영자들과 프로그램 제작인들 간의 재정적 관계이지만, 이것이 결과적으로 프로그램들, 그리고 방송사 소속 프로덕션들 사이에 경쟁을 가열시킬 것임은 분명하다. 실제 전반적으로 방송사 소속 프로덕션의 입지가 축소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BBC 채널의 최대 인기 드라마에 속하는 <의료사고(Casualty)>의 경우, 곧 있을 프로그램 공급 계약에서 계약 기간을 2∼3년으로 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게 되리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BBC 방송사가 BBC 프로덕션을 간접적으로 통제하게 됨을 암시하는 것이고, BBC 방송사의 경영자측에서는 "BBC Broadcast가 대내 프로덕션이 제작한 프로그램의 질을 보다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식으로 표명화되는 것이다. 프로그램의 수요와 공급 사이으 지속적인 불균등 관계를 고려할 때 BBC 방송사와 BBC 프로덕션간의 갈등이 쉽게 풀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BBC 채널의 수가 일정한 상태에서 프로그램 공급자가 늘어나면 공급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이러한 시장원리가 공영방송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영국의 케이블TV 시장에서는 이와는 다소 상이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구미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유럽지역의 케이블 시장이, 그 타개책을 미국의 프로그램 시장에서 찾고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케이블TV 회사들인 Telewest, NTL, General Cable 그리고 Diamond Cable은 '수요 경영(Demand Management)'이라는 이름의 프로그램 구입 계약을 미국의 Warner사와 맺었다. 아직 영국 내 가장 큰 케이블TV 회사인 Cable & Wireless Communications가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연말까지는 사업이 실무단계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헐리우드 스튜디오가 BSkyB를 제외하면 영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사례가 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케이블TV 회사들이 디지털TV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BSkyB의 관심을 아날로그 방식의 유료 케이블TV(PPV) 시장으로 되돌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BSkyB는 아날로그 방식의 케이블TV 채널을 개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을 통해, 현대 미디어 시장은 하드웨어/소프트 웨어, 혹은 아날로그식 구기술/디지털식 신기술, 국내 시장/국제시장 식의 양분법적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대신에 복합적인 요소들이 역학적으로 접합하는 과정을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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