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54호] 중국, 방송 프로그램의 연성화 경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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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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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중국인들이 TV 화면 속에서 가정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쉽게 속마음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가정사에 관한 얘기는 더욱 그렇다. 그런 중국인들에 대한 타성을 부수는 프로그램이 지금 중국인들의 일요일 저녁을 붙잡고 있다. 중국 CCTV의 <實話實說>이 바로 그 프로그램이다. '진실을 말한다'라는 제목대로 매주말마다 방청객들이 품어내는 열기로 스튜디오는 후끈하다. 10월 19일 일요일 저녁. 그 날의 주제는 '과연 아이를 가져야만 하나?'이다. 대담자로 출연한 방송사 여기자는 "결혼한 지 8년 됐지만 아직 아이가 없어요. 이것은 우리 부부가 결혼하기 전에 이미 끝난 얘깁니다. 전 일을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가 장애가 될 수는 없어요. 우리 부부는 아이를 매우 좋아하거나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자식에 대한 기대가 없어요. 아이를 낳는 고통을 감수할 자신도 없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장거리 전화국에 근무하는 여직원도 거들고 나선다. 이번에는 꼭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찬성론자들의 반박이 이어진다. 중국부녀연합회에서 나온 출연자가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한다. "임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부모의 이기심에 불과해요. 새생명을 당신의 배 안에 잉태했을 때 엄마로서의 모성애를 한 번 느껴보세요. 그런 아름다운 느낌을 가져보지 못한다면 당신은 영원히 엄마로서의 기회 를 놓치는 것입니다." 이런 열띤 토론은 매주 일요일 저녁에 현장 녹화에 참여한 방청객은 물론 중국의 보통 가정을 찬반양론으로 반분한다. CCTV의 <實話實說>은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심층 뉴스프로그램인 <東方時空>의 주말프로그램이다. <東方時空> 역시 일반 중국인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이다. 억울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東方時空>에 전화와 엽서, 편지 사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악덕 기업주 밑에서 작업하다 장애를 입고도 배상을 받지 못한 여직공을 심층 취재해 보상을 받게 해준 사례', '가짜 상품을 만드는 비밀공장 잠입 취재', '부모를 잃고 힘겹게 공부하는 소년 가장의 얘기' 등 매일 아침 생생한 얘기들이 펼쳐진다. <實話實說>은 바로 이런 <東方時空>의 인기에 힘입은 바 크다. 선전적인 경향을 탈피해 개인에게 초점 중국 CCTV <實話實說> 제작진의 제작 철학은 분명하다. "우리들의 녹화 제작현장은 곧 가정의 거실입니다. 시청자들을 가정의 손님으로 초대한다는 기분으로 제작합니다. 출연자가 진술하는 평범한 인생 얘기를 듣고 우리 모두의 공통 관심사를 찾아 토론하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제작 동기입니다." 이 같은 제작자들의 방침은 매주 진행되는 토론회 주제를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실업이나 파산을 당했을 때 또는 이혼의 위기를 맞았을 때 당신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겠습니까?'(10월 5일 방송) '시어머니와 며느리, 부부간, 회사 동료간, 직장 상사간에 발생하는 독특한 경험과 체험을 듣습니다.'(10월 19일 방송) 주제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중국시청자들의 시선은 TV 화면 속으로 자연스럽게 흡입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최근 방송계 동향은 이처럼 과거 선전적인 경향을 탈피해 개인에 대한 관심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붉은 기와 요란한 구호가 화면을 가득히 뒤덮던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청자들의 관심을 붙잡아 둘 수 없다는 인식을 중국 방송계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중국 방송프로그램의 연성화를 가져오고 있다. CCTV는 물론 B-TV(북경TV) 도 최근 가족 중심의 프로그램을 많이 편성하고 있다. 中國廣播電影電視學會와 中央電視臺가 9월 15일부터 18일까지 사흘 동안 진행한 세미나에서는 우수 프로그램에 대한 시상이 있었다. 그 중 대상은 30부작 대형시리즈물인 <中國家庭>이 차지했다. 개혁개방 과정에서 핵분열화하고 있는 중국 가정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다루고 대안을 모색해 보려는 내용을 주로 하고 있다. 평론가들은 '당대 중국 가정의 모습을 하나의 화폭에 담은 수작이며 중국 다큐멘터리 수준을 한 차원 높인 작품'이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중국 방송계가 집단이나 단체보다 개인에게 포커스를 맞춰나가고 있는 것은 앞서 지적한 것처럼 사회적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과거 가족중심사회였던 중국의 전통 가치관이 무너지고 있다. 또 국유기업 등의 개혁과정에서 실업자의 양산이 늘고 있다.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던 과거와는 달리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 바로 이런 풍조를 타파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방송계의 제작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中國 廣播電影電視部도 잇따라 전국 방송관계자 회의를 열어 15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신문명 건설'을 위해 방송계가 매진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가정의 의미를 되찾자'는 중국 방송계의 노력이 과연 얼마나 효과를 얻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방송의 주체로 시청자가 등장하면서 중국의 방송 내용도 훨씬 부드러워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민경중/중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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