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54호] 미국, 프로그램 등급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NBC 공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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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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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를 제외한 미국의 방송네트워크들은 지난 10월 1일부터 연령을 기준으로 삼은 기존의 등급 구분에 방송물의 내용에 관한 정보를 주는 5가지의 문자(S, V, L, D, FV)를 추가한 새로운 등급제를 방송에 사용하고 있다. 상원의원 John McCain의 주도로 만들어진 이번 등급제는 지난 수개월 동안 정부와 시민단체, 그리고 방송사간에 여러 차례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NBC측에서 이에 대한 수용을 거부하자, 정부는 압력의 강도를 점점 높일 전망이다. NBC가 결국에는 고집을 꺾고 자발적으로 새로운 등급제를 수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깨지자, John McCain 의원을 주도로 한 압력의 움직임은 상당히 극단적인 선까지 확대되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러한 압력 행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반대 논의 또한 격화되어가고 있어서 미국 방송가 전체에 상당한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9월 29일 NBC의 사장 앞으로 보내는 편지에서 McCain 의원은 NBC가 정부와 국회의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폭력성이 있는 프로그램을 심야에만 방영하도록 규제할 뿐 아니라, FCC로 하여금 새로운 프로그램 등급제를 수용하지 않는 방송국에 한해서 방송권의 갱신을 신중히 고려하도록 할 것이라는 경고를 보낸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NBC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NBC측의 주장은 시청자들이 어떠한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시청할 것인가는 정부의 공권력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NBC측에서는 McCain 의원의 편지는, 프로그램 등급제가 이미 '자발적인' 차원을 벗어나 정부에 의해 강제로 집행되는 의무적인 성격을 가진 규제의 일환이 되어 버렸다는 점을 뚜렷이 보여주는 것이며, 여기에 승복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미디어의 기본 권리를 버리는 것과 같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표현의 자유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 또한 시행 전부터 자주 거론되어 온 문제로서, 새로 시행되는 등급제가 오히려 불필요한 혼란만 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도 논의의 초점 중 하나이다. 다섯 가지의 새로 설정된 기준은 L(Coarsive Language: 저속한 언어), D(Suggestive Dialogue: 선정적 내용의 대화), S(Sexual Content: 성적 묘사), V(Violence: 폭력), 그리고 FV(Fantasy Violence: 공상적 폭력)인데, 우선 이러한 성격을 규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애매모호하며, McCain 의원의 의도대로 폭력적 내용이 있는 프로그램은 심야에만 방송하게 된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를 폭력적 내용으로 잡아야 하는가 하는 점이 문제가 된다. NBC와 정부와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논의의 중심은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정부의 관여라는 미묘한 문제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McCain 상원의원은 자신의 보수주의적 입장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에 열린 상원 통상위원회 주최의 FCC 위원 후보들에 대한 공청회에서 McCain 의원은, 각 후보들에게 새로운 등급제를 채택하는가의 여부와 방송면허 갱신의 문제가 관련있는 사항이라고 보는가 라는 질문을 하였고, 모든 후보들은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FCC의 입장은 정부가 방송면허 갱신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의미의 '자발적 규제'를 논하는 자체가 지나치게 논의를 단순화시키는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오랫동안 방송 폭력물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연구해온 뉴욕시 법률협의회(Association of the Bar of the City of New York)에서는 1952년 대법원 판례(Burstyn vs. Wilson)를 들어, 현재의 상황에서 등급제 채택 여부를 방송면허 갱신과 결부시키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인용된 판례문에 의하면, 표현의 문제를 방송면허 갱신의 기준으로 삼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송 내용에 대한 판단 근거를 명시하여, 정부 혹은 국회가 임의의 기준으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못박고 있다. 또한, 좀더 극단적인 입장에서 보면 보다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등급제를 마련하는 것 자체가 결국은 방송의 내용을 규제하는 독소조항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고 이것은 수정헌법 1조에 대한 도전이 된다. 그러나 McCain 의원은 등급제와 관련하여 현재 벌어지고 있는 NBC에 대한 압력은 자신이 원한 것이라기보다는 방송사측에서 스스로 불러들인 결과라고 강변하고 있다. [여은호/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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