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54호] 다이애나 사고사가 계기가 된 영국의 보도규제 논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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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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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전 황태자비 다이애나의 비극적인 죽음을 계기로 지금 다시 매스컴의 보도 태도에 대한 논의가 영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다이애나 사후 약 1개월이 지나 영국의 '보도고충처리위원회'(PCC)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한층 더 보호하는 새로운 행동지침안을 마련했다. 보도고충처리위원회는 영국에서 신문과 잡지의 보도를 업계 스스로 점검하는 자율규제기관이다. 9월 25일, 영국의 보도고충처리위원회의 위원장인 웨이컴 경은, 보도계가 자율적으로 정한 '보도윤리강령'(Code of Practice)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강령은 18개 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8항에는 이러한 문구가 있다.
(1) 저널리스트는 협박 또는 짓궂은 행동을 통해 정보나 사진을 입수해서는 안된다. PCC는 8월 31일 다이애나가 죽은 다음 날부터 위원장인 웨이컴 경이 신문·잡지의 편집장을 방문하여 의견교환을 시작했으며, 9월 17일 처음으로 웨이컴 경을 포함해 13명으로 구성되고, 영국의 중급지 Daily Mail의 편집장인 데이빗 잉글리쉬 경이 위원장인 보도윤리강령 특별위원회의 회원과 모임을 가졌다. 주요 의제는 보도윤리강령의 수정에 관한 것이었다. 프라이버시 보도을 둘러싼 PCC의 개정안 이 날 회의 내용을 바탕으로 24일 PCC가 회의를 열고 다음 날 개정안을 발표했다. 윤리강령의 효력에 대해서는 의문의 소리가 높다. 영국의 고급지 Independent의 피터 포펌 기자는 "나는 윤리강령을 읽어 보지 않았다. 고급지의 기자는 일반인으로서의 상식과 인간성에 근거하여 취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자들 사이에 윤리강령이 별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한 예라고 말할 수 있다. 개정안에 대해 웨이컴 경은 "나는 특히 타블로이드지 편집장과의 대화에 시간을 할애했다."며 "타블로이드지의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려고 하는 그들의 급진적인 태도와 진지한 결의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밝혀, 이 개정안이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타블로이드지와의 합의에 근거한 것임을 시사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앞에 밝힌 항목 외에 ①편집자가 사진의 입수경로를 점검, 확인 ②사진전문 통신자에게 PCC 가입을 요청 ③윌리엄, 헨리 왕자를 포함한 어린이의 프라이버시는 특히 보호 ④개인의 주거나 호텔에 한정되던 프라이버시의 영역을 확대할 것을 검토한다 등이다. 특히 ④에 관해서는 웨이컴 경은 "레스토랑이나 교회도 포함될 수 있다."며,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해변에서도 프라이버시 권리는 발생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웨이컴 경은 "오늘 나의 제안이, PCC가 발족한 이후 자율규제 시스템이 상당한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후퇴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그동안 PCC가 수행해 온 역할을 강조했다. 1991년 발족한 후 6년이 지난 PCC는 연간 2000∼3000건의 고충을 접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웨이컴 경은 "고충의 대부분은 PCC에 신고되기 전에 해결되고 있다. 기사의 부정확으로 인한 고충 가운데 10건 중 8건은 재정까지 이르기 전에, 혹은 신고되기 전에 해결된다. 이는 커다란 성공이다."고 말해, 자율규제는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으나, 파파라치에 관해서는 "간단한 해결책은 없다."고 밝혔다. 파파라치의 상식을 벗어난 취재방법은 세계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파파라치들은 "고액으로 사는 미디어가 있기 때문에 찍는다."고 말하는 반면, 미디어측은 "이러한 보도는 그것을 보고 싶어하는 일반시민이 있기 때문이다."고 주장한다. 보도 피해를 당한 사람들로부터의 반응 PCC의 보도윤리강령의 개정안에 대해 가장 빠른 반응을 보인 곳은 프레스 와이즈(Press Wise)라는 시민단체였다. 프레스 와이즈는 1993년 무책임한 보도로 피해를 본 시민, 단체가 모여 설립한 기관으로, 영국 저널리즘의 개선과 보도 피해자의 구제 활동에 중점을 두고 줄곧 PCC의 활동을 감시해 왔다. 프레스 와이즈의 대표이사인 마이크 잼프슨 씨는 "프레스 와이즈는 웨이컴 경이 제시한 윤리강령 개혁 정신을 환영한다. 특히, 청소년의 보호에 관한 부분과 정보를 얻기 위해 어린이에게 돈을 주고 이야기를 듣는 것을 금지한 것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낸다. 이것이 수표 저널리즘 전체를 폐지하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자율규제 시스템에 관해서는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잼프슨 씨가 말하는 근본적인 문제란 PCC 그 자체에 존재의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다. 잼프슨 씨는 "애당초 개인의 생활을 파괴하는 권력을 갖기에 이른 보도산업이 자신들의 활동을 감시한다는 것이 허락될 수 있는가."고 반문한다. PCC는 1991년에 설립되었지만, 그 전신인 보도평의회(PC)는 1953년에 발족되었다. 이 평의회는 스웨덴등 북유럽 국가들의 제도를 본떠 만들어졌다. 그러나, 1980년대 말부터 중앙지를 중심으로 프라이버시 침해사건이 잇달아 터져 정부와 의회로부터 '법에 의한 프레스 규제'가 필요하다는 소리가 강해졌다. 이에 대해 보도기관은 국가권력이 '표현의 자유'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하며, 자율규제 시스템을 수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리하여, 보도기관 스스로가 '보도윤리강령'을 정하고, 그 규정이 적정하게 준수되고 있나를 점검·확인하기 위해 PCC를 설립하고, 일반인이 제기한 고충을 강령에 근거하여 처리하고 있다. PCC는 16인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인 웨이커 경을 중심으로 7명이 신문잡지등 업계 내부에서 선정되며, 나머지 8명이 제3자 즉 업계 외부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제3자라 하더라도 선정된 사람을 지식계급이나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으로, 일반시민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연 10회 정기회합을 가지며, 강령의 개정은 13명으로 이루어진 강령위원회에서 논의된다. 프레스 와이즈의 잼프슨 씨는 "PCC는 보도계의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창설되었기 때문에 일반시민의 편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작년 PCC가 처리한 고충 건수는 3024건으로 그 가운데 27건만이 주장을 인정받았을 뿐이다. 이에 대해 잼프슨 씨는 "개혁안이 제아무리 훌륭하더라도 PCC가 편집책임자와 그들의 이해에 대립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처리된 고충 가운데 1%에도 미치지 않는 건수만이 인정되었을 뿐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누구도 알 수 있다. 개혁안의 최대의 결점은 효과적인 제재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웨이컴 경은 제재금이나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의 지불은 별로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윤리강령을 무시한 보도기관이 경제적 손해를 받는 제도가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라고 말한다. 이 개혁은 영국신문협회등의 승인을 받아 발효된다. 과연 새로운윤리강령은 지켜질 것인가. 잼프슨 씨는, "2년 전 8월에도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아들의 프라이버시를 둘러싸고 언론은 자율규제에 합의했다. 그런데 왜 지금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그들은 위선자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잼프슨 씨 자신도 '법에 의한 미디어 규제'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그러나, 법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프라이버시의 권리'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PCC의 윤리강령은 방송매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인터넷상의 정보도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상의 정보도 고충의 대상이 된다. "PCC의 윤리강령이 디지털 출판의 영역에도 미치게 된 것은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며 잼프슨 씨는 개혁안에 찬동했다. 프레스 와이즈는 PCC의 대응이 신속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그러나, PCC의 전 대표이사였던 케네스 모건 씨는 "신속한 대응에는 커다란 위험이 따른다."고 논평하며, 그 이유로 "다이애너의 비극적인 죽음 때문에 논의는 감정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실, 다이애너가 죽은 다음 날에는 파파라치가 나쁘다고 모두들 질책했다. 그러나, 수사 결과 운전기사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사실을 들었다. [創 '97.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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