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을 연결할 것인가 위성수신 안테나를 설치 할 것인가?

독일은 현재 케이블 가입자수를 약 1700만 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전체 인구가 80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임에 틀림없다. 민영화되어 이미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Deutsche Telekom은 독일 내의 단독 전화 사업자란 것과 당시 체신성에 소속된 국가기관이란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케이블사업을 독식한 이래 전화사업에 버금가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일반 수신 안테나만을 이용할 때 수신가능 방송국수가 5개 내외에 이르는 것에 비해 케이블 가입시 30여 개에 달하는 채널을 수신할 수 있다는 점은 여간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매달 케이블 가입비를 납부하는 일이 썩 내키지 않는 사람은 대안으로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를 설치할 수도 있다. 물론 안테나를 구입할 때 목돈이 들고 설치에 제한이 있는 등의 어려움을 감안해야 하는 부담은 있다. 사실 지금은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가 처음 시장에 선을 보였을 당시보다 업체들간의 경쟁으로 가격이 파격적으로 인하된 상태이고, 소비자의 선택폭도 기능과 가격면에서(200마르크에서 1500마르크 사이) 매우 넓어졌다. 결국 소비자의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 구입이 훨씬 용이해졌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실제로 일반 소비자들이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를 구입·설치할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는 것은 안테나의 가격보다는 설치 환경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자기 개인소유의 집이 아닌 경우, 외관상 혹은 이미 설치된 케이블 등의 이유로 해서 본인이 원한다 해도 안테나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건 요즘 대부분의 독일 국민은 보다 다양한 텔레비전 시청을 위해서는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를 구입하든 아니면 케이블에 가입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아래 최근에 '케이블 가입'과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 구입'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득이 되는지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끈다. 조사의 동기는 Deutsche Telekom 사장인 Ron Sommer가 올해 11월부터 케이블 가입비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데서 비롯되었다.

그의 계획에 의하면, 케이블 가입자들은 15%(일반 가입자의 경우)에서 최고 27%까지(1991년 이전에 가입한 다세대 공동 가입의 연 납부요금의 경우) 인상된 요금을 추가로 부담해야만 한다. 즉, 일반 가입자의 경우 처음 설치비 65마르크(약 3만 2500원) 외에 매달 납부하는 22.5마르크(약 1만 1250원)가 25.9마르크(한화 약 1만 2950원)로 3.4마르크(약 1700원) 인상되는 것이다.

1700원쯤이야 할 수도 있겠지만 1페니히(약 5원)에 민감한 국민정서는 이러한 케이블 가입비의 폭등을 가만 지켜보고만 있을 리 만무였다. 일단 언론에서부터 비판기사가 실리고 더불어 케이블 가입자들의 거센 반대 여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 조사기관에서는 Telekom의 요금 인상 이후 '케이블 가입'과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 구입' 가운데 무엇이 더 소비자에게 득이 되는가에 대한 조사를 벌여, 아래 4개의 경우를 예로 들어 비교 검토가 용이하도록 그 결과를 발표했다.

보다 많은 가시청 채널을 확보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고 싶어하는 욕망과 이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같은 값이면 보다 양질의 것을, 같은 품질이라면 보다 저렴한 것을 원하는 것이 소비자의 생리임을 생각할 때 향후 독일의 케이블 가입 시장과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새롭게 구축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예 1> 단독 혹은 다세대 주택이 케이블에 단독 가입할 경우
최초 설치비: 65마르크
월가입비: 25마르크 90페니히
향후 5년간의 총경비: 1619마르크
단, 연간 가입비 일시불 납부시 77마르크 70페니히가 공제되어 지출 총액은 1541마르크 30페니히가 됨.

<예 2> 일반 단독 혹은 다세대 주택이 개인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를 설치할 경우
위성방송 안테나: 약 400마르크
튜너: 약 500마르크
설치비: 약 200마르크
향후 5년간의 총경비: 1100마르크

<예 3 > 10가구 이상이 케이블에 공동 가입할 경우:
월가입비: 18마르크 30페니히
다가구 시설 설치 부담비: 417마르크 50페니히
향후 5년간의 총경비: 1515마르크

<예 4> 10가구 이상이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를 공동 설치할 경우
위성방송 안테나 구입비: 70마르크
수신기: 300마르크
다가구 시설 설치 부담비: 300마르크
향후 5년간의 총경비: 670마르크

[박노성/독일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