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51호] 영국의 방송언어, 속어 사용빈도 점차 늘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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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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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영국의 TV 방송가에서 들려오는 흥미로운 소식 중의 하나는 영화 [Trainspotting]의 원작자로 유명한 Irvine Welsh의 첫 텔레비전극 [The Granton Star Cause]를 Ch4에서 방송한다는 것이다. 이미 [Trainspotting ]으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바 있듯이, Irvine Welsh는 기성세대에 도전적인 성향이 강한 신세대 문화(youth culture)를 사실적인 언어로 그려내는 작가이다. 이번의 [The Granton Star Cause]가 관심을 끄는 이유도 그의 이러한 측면과 무관하지 않다. "... Irvine Welsh의 첫번째 텔레비전극은 '그 단어(that word: F-word)'를 61번이나 사용하고 있다."는 한 일간지의 문장이 이를 간단명료하게 요약해주고 있는 듯하다. 앞에 인용된 문장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은, '그 단어(that word)'라 표기된 부분이다. 영어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속어인 'fuck'은 신문이나 텔레비전, 잡지 등의 공공매체에서 노골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공공매체에 실리는 것을 전제로 할 경우 이 단어는 사용될 수 없을 뿐더러, 설사 공공화될 것을 의도하지 않고 한 발언을 매체에서 직접적으로 인용해야 할 경우에는 'F-word'나 'f***' 꼴로 변형되어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The Granton Star Cause]를 필두로 하여 대두되고 있는 견해는, 실제 생활에 있어, 소위 'F-word'만큼 누구나 자주, 자연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f***'은 욕설이기보다는 불유쾌한 상황에서 저절로 튀어나오는 간투사에 가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F-word'에 대한 변호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표면적인 수준에서 한 단계 깊게 들어가자면, 단어 'fuck'은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반사회적인 청년문화 및 이와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며 발전해온 대중문화의 계보에서 적잖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로만 축소해 보더라도 'fuck'은 상당히 재미있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60년대, 연극 평론가이던 Kenneth Tynan은 TV에 'fuck'을 사용한 최초의 인물이라고 한다. 사회적 반향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단어를 의도적으로 도입했던 데에는, Kenneth Tynan의 사회에 충격을 가해보고 싶다는 모험적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나 무엇보다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꽃피고 있던 연극무대의 활달한 정신을 당시의 경직되어 있던 텔레비전방송 문화에 불어넣어 주고 싶다는 욕구가 작용했다고 한다. 방송언어는 '옳고 그름'만으로 측정할 수 없어 이어 1970년대 중반에 'fuck'은 펑크문화와 결합하게 된다. 펑크문화의 대표적 주자인 Johnny Rotten이나 Sex Pistols의 대담한 반사회적 언어 구사는 전사회적인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동의를 이끌어내게 된다. 이쯤 되면, 공식적으로 표기될 수 없을 정도로 상스러운 언어의 표상인 'f***'은 사라지게 된다. 대신에 'fuck'은 획일적이고 권위적인 사회질서에 대하여 이탈적이고 때로는 도전적인, 또다른 생활양식이 존재하고 있음을 표명화하는 대표적인 언어인 것이며, 신세대의 새로운 문화양식이 자라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나마 예시해 주는 중요한 언어로 부상하게 된다. 최근에는 'fuck'이 소위 포스트 모던적 양식에 따라 사용되고 있다고 말해지곤 한다. Shaun Ryder가 그 대표적 인물인데, 겉으로는 단지 개인적인 습관에서 튀어나오는 듯하나, 실제로는 미리 'F-word'를 사용했을 때의 동기 및 효과가 미리 계산된 위에서 매우 계획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방송에서 금기시되는 '나쁜 언어'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다. 많은 시청자들이 자신의 소유물인 텔레비전에서 나쁜 언어가 출몰할 경우 자신의 사생활이 침입당한 것으로 느끼는데, 이러한 성향은 장노년층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작년 'Broadcasting Standards Council'이 펴낸 방송언어 보고서에 따르면, 10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544개의 프로그램이 나쁜 언어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며, 나쁜 방송언어 사용 경향은 점점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특히 나쁜 방송언어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측은 50대 이후의 중년층으로 나타나 방송언어에 대한 이해 및 성향에 있어 연령이 주요 변수임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방송언어에 관한 역사 혹은 한 시대의 다양한 입장들을 관찰해 보면, 사용되는 언어들을 단순하게 '옳고 그름'이라는 잣대에 의해 사용가능 여부를 규정하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가 그 사회를 표상하는 지표이고, 방송언어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면, 당대의 사회와 문화에 보다 민감하고 적극적인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방송언어를 발전시키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과제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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