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50호] 영국, 문화교류의 장 '에딘버러 텔레비전 페스티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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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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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영국 스코틀랜드 지방에서는 문화의 도시 에딘버러를 중심으로 광범위한 문화행사와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에딘버러 페스티벌은 대표적인 것으로 여기서는 연극, 코미디, 음악, 영화, TV 및 비디오 아트에 이르기까지 현대예술의 거의 모든 장르를 총망라하여 몇 주간 동안 지속된다. 단지 '상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예술 활동을 재평가하고 장래의 나아갈 바를 전망하는 진지한 과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텔레비전 매체도 예외는 아니다. 주요 방송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에딘버러 텔레비전 페스티벌(1997 Edinburgh Television Festival)'에서도 방송과 관련된 최근의 주요 이슈들에 대한 검토를 중심으로 하여 학생 및 마이너 예술인들에게 데뷔 무대를 제공하는 주변 활동 역시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세인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끈 것은 새로운 TV 프로그램들을 시험상연하는 행사였다. 영국에서는 TV 프로그램 제작 분야에 있어 독립 프로덕션의 기여도가 매우 큰 만큼, 텔레비전 페스티벌은 방송사의 입장으로서는 우수한 프로그램 제작사를 발굴하는 장이 될 수 있고, 일반 프로덕션 기업으로서는 소수파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주요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통로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TV 프로그램으로서는 [Fitz], [Drop Dead Gorgeous]를 들 수 있다. 우선 [Fitz]는, 영국에서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추리 심리 드라마인 [Cracker]의 미국판이다. '누가 범인인가?'보다는 '왜 그런 범죄를 저질렀는가?', 즉 범인보다는 범죄의 동기에 초점을 두는 복잡다단한 심리극인 [Cracker]가 대서양을 건너 미국 헐리우드 시장에 상륙하면서 적잖은 변모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주인공의 캐릭터만 비교하더라도 그 차이는 역력하다. 우선 Robbie Coltrane이 분하고 있는 영국의 [Cracker]는 날카로운 분석력과 함께 아직까지도 공공연한 애연가이고 음주가이면서 자가운전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일 뿐더러 무례할 정도로 단도직입적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 일쑤인 '강압적'인 인물로 특징지워진다. 반면, Robert Pastorelli가 연기하는 미국의 Cracker, [Fitz]는 그보다 훨씬 인간적인 매력과 사회적 매너를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예컨대 담배를 끊기 위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담배를 손에 쥐고 있되 절대로 피지 않는다든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생활의 필수인 자동차 운전 때문에 특정한 경우를 빼고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러한 변화는 각 사회에 알맞는 캐릭터를 창조해 내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으로, 내성적이고 독립적인 인간형인 영국형 [Cracker]보다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인간형이 미국 사회에 적용되기 쉬울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Fritz], [Drop Dead Gorgeous]에 관심 집중 이렇듯 내용적인 부분에서의 차이가 각 국가의 사회문화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제작 과정에 걸친 형식적 차이는 방송제도 및 방송시장에 있어서의 특수성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두세 시간 분량의 프로그램이 45분짜리로 재조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원래 10회분이었던 오리지널 시리즈가 13개로 증가되었다. 그나마 4개만 영국의 스토리를 사용했다. [Cracker]의 미국판 제작 이벤트가 암시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텔레비전 소프트웨어의 국제적인 교류 문제인 것 같다. [Cracker]의 제작사인 Granada는 ITN 방송을 통해 [Cracker]를 방영한 후 엄청난 소득을 올렸고, 이어 미국 ABC와의 계약으로 미국시장에 돌입한 후 역시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Fitz]는 그에 따른 산물로, 이미 로스앤젤레스에 지점을 개설한 Granada와 미국 프로그램 제작사인 Kushner Locke의 합작으로 제작된다. 이를 통해 방송의 국제적 교류가 경제적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부분과 어떠한 식으로 접합하는가를 볼 수 있다. 흔히 우려하듯 소프트웨어의 수출입을 국가간에 이루어지는 경제적 의미에서의 일방적인 교류로 치환할 수는 없다. 어떤 프로그램이 다른 나라로 수출될 경우 해당 사회에 알맞도록 변모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 변화의 방향과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거의 절대적으로 방송시장의 소비자인 프로그램 시청자들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Drop Dead Gorgeous]는 한 사회의 문화적 힘이 다른 사회의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을 암시하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 자신이 HIV양성 보유자이기도 한 배우 Steve Moore의 모노 드라마인 [Drop Dead Gorgeous]는 에이즈 환자의 담론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미 Channel 4와 계약 교섭중인 이 프로그램의 제작자인 Fenton Bailey는 "영국과 판이하게도 에이즈 환자를 단지 공인된 희생자로 보지 않으려는 미국 사회의 관점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위의 두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국내외적인 방송 프로그램의 교환이 함축하고 있는 사회·문화·경제 전분야에 걸친 복합적인 관계성이다. 굳이 이분법적인 관점으로 단순화한다면, 경제적인 의미에서의 수출이 반드시 정신적 영역에서의 일방적 교류로 치환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문화적이기 때문에 잠정적으로만 존재하는 정신적 영역의 영향력이 경제적 산물, 즉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현실화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에딘버러 텔레비전 페스티벌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단순히 즐기기 위한 대중시장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활동들이 현실화되어 사회내에 교류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페스티벌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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