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권 47호] 프랑스, TF1의 어린이 프로그램 [클럽 도로테] 막내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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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기타 | 등록일 | 99.12.18 | ||||
출처 | 한국콘텐츠진흥원 | 조회수 |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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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텔레비전의 아동 프로그램 역사의 한 장이 끝났다. TF1의 청소년 프로그램 편성실 실장이자 프랑스 최대의 아동 프로그램인 [클럽 도로테]의 진행자 도로테가 10년 동안 누려왔던 아동 프로그램 절대권자의 자리를 내놓게 된 것이다. 1987년, 막 민영방송국으로 새 출발한 TF1은 당시 현 Fance2의 전신인 Antenne2에서 일하던 도로테를 아동 프로그램 진행자 겸 청소년과 가정 프로그램 편성실 책임자로 영입했다. 당시 가수로 활동하던 도로테의 캐리어를 돌보아 주던 음반 및 쇼 기획회사인 AB사는 도로테를 위해 프로그램 제작을 책임지게 됐다. TF1과 AB, 그리고 도로테의 밀월 관계가 시작된 것이다. 도로테는 [그랜다이저], [드래곤볼 Z] 등의 일본 만화들을 본격적으로 수입 방영하며 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현재 프랑스에서 일고 있는 일본 만화 붐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클럽 도로테]는 4세에서 14세의 아동 시청자층에서 60∼70%에 이르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동 프로그램의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고 매일 등교 전과 방과 후 시간대, 그리고 수업이 없는 수요일과 방학기간 동안 아침과 낮 방송시간대를 점유했다. [클럽 도로테]는 일본 만화영화 외에 AB사 제작 시츄에이션 코미디물들과 도로테의 콘서트 등으로 꾸며졌으며, 클럽 회원제를 실시해 수백만 아동들을 고정 시청자로 확보했다. 만화영화, 시리즈물, 시트콤, 콘서트, 쇼는 물론, 잡지, 앨범 발매, 불우아동 돕기 캠페인 프로그램 등을 총괄한 [클럽 도로테]는 TF1 안에 있지만 일종의 독립된 아동 전문채널이나 다름 없었다. 소규모 기획회사이던 AB사는 [클럽 도로테]를 위한 시리즈물, 만화 영화 제작 등을 통해 대규모 프로덕션으로 성장했고 최근에는 디지털위성 방송사인 ABsat를 설립, TF1과 위성방송 부문에서 경쟁 관계에 들어섰다. 일본 만화영화로 대표되는 저질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과 교육적인 내용이 부족하다는 일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90년대 초까지 [클럽 도로테]는 엄청난 인기를 끌며 아동 프로그램의 제왕 자리를 고수했고, TF1은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클럽 도로테]에 더 많은 방송시간을 할애하는 데 열중했다. 저질성과 교육적 내용의 부족으로 비난받아 그러던 중, 1991년 미국 시리즈물인 [슈퍼 보이]와 일본 만화영화 [드래곤볼 Z] 속의 지나친 폭력 장면들에 대해 방송위원회인 CSA가 반발하고 나섰고 TF1은 저녁 8시 뉴스 직전에 CSA의 사과문을 내보내야 했다. 이러한 사태에 직면한 TF1은 AB사와 함께 자체적인 모니터위원회를 결성해 프로그램들을 심사하기 시작했지만 [드래곤볼 Z]가 여전히 방영되면서 비판은 점점 거세졌다. 그러나 TF1은 엄청난 광고 수입을 올려주는 [클럽 도로테]에 굳이 손을 대는 것을 회피했다. 그런데 차츰 타방송국들의 아동 프로그램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특히 France3의 [Les Minikeums]나 M6의 [M6 Kids] 같은 프로그램들은 수준 높은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 반면 [클럽 도로테]는 상대적으로 저질 프로그램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클럽 도로테]는 프랑스 만화영화인 [레 미제라블] 등과 같은 양질의 프로그램을 방영하기 시작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학부모들은 저질 프로그램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클럽 도로테]보다는 자신의 자녀들이 France3나 M6의 아동 프로그램들을 시청하기를 원했다. 결국 1995년 1월까지만 하더라도 4세에서 14세 사이에서 60%에 달하던 [클럽 도로테]의 시청률이 1997년 3월에는 30%까지 떨어졌다. 더 이상 시청자들을 끌지 못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TF1은 냉정했다. 우선 수요일 오후 시간대와 매일 방과 후인 오후 4시 55분부터 5시 25분 시간대에서 [클럽 도로테]를 배제한 TF1은 8월 말에 방학이 끝남과 함께 이 프로그램의 방영을 중지하기로 결정했다. 신학기의 아동 프로그램 편성 책임은 1993년 청소년 프로그램 편성실 부실장으로 부임한 도미니크 푸시에가 맡게 됐다. 신중하고 조용히 일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푸시에는 신학기의 새로운 아동 프로그램은 아동을 존중하고 학부모를 안심시킬 수 있는 다양한 양질의 프로그램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클럽 도로테]를 제외한 TF1의 모든 아동 프로그램의 편성을 담당하는 푸시에는 "이제는 더이상 사회자가 진행하는 무대도, 일본 만화영화도, 폭력도 없을 것입니다. [클럽 도로테]의 나쁜 이미지는 이런 한심한 요소들로 구성된 프로그램 형식에서 온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신학기부터는 유머와 모험, 감동이 있는 서사적 프로그램들로 4세에서 14세 사이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서 수위 자리를 되찾을 목표를 세우고 있다. 도로테의 퇴진은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방영을 강행하다가 시청률이 떨어지자 가차없이 방영을 중단하는 상업주의적인 방송사의 어두운 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 한편으로는 질이 낮은 프로그램은 언젠가는 시청자의 버림을 받는다는 것을 웅변하고도 있다. TF1의 새로운 아동 프로그램이 과연 얼마나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만족시키며, 이윤만을 추구하는 방송사의 상업주의 칼날을 비켜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형일/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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